건빵 회사에서 자산 5조 원대 중견그룹으로
유진그룹 로고. [유진그룹 제공]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10여 년간 지역 유선방송사업을 한 유진그룹은 YTN 인수를 통해 미디어 산업에 본격 진출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재계 일각에서는 유경선 회장이 언론사를 인수한 다른 기업의 사례를 벤치마킹한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특히 유 회장과 개인적으로 가까운 사이로 알려진 승명호 동화그룹 회장이 한국일보를 인수한 것을 유심히 지켜봤다는 것이다. 지난해 동화그룹은 YTN 인수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유진그룹이 YTN를 품에 안기까지 풀어야 할 과제는 만만찮다. 인수자금의 경우 고금리를 감수하고서라도 대출을 받아 마련할 수 있겠으나, 노조를 중심으로 한 YTN 구성원의 반발과 공정성 논란은 현금 동원 능력과는 또 다른 문제다. 금융권에 따르면 유진그룹은 기존에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자산과 부동산담보대출, 환매조건부채권(RP) 등을 통해 인수자금을 자체적으로 마련할 것으로 알려졌다. 유진기업과 동양의 재무제표 등 공시자료를 살펴본 김경율 회계사는 “인수를 위한 자금조달 관점에서는 별문제가 없어 보인다”면서 “유진기업과 동양의 부채 비율은 각각 116%, 25% 수준으로 상당히 낮은 편이라 대출받기도 어렵지 않을 듯하다”고 말했다.
당초 SPC에 공동출자한 유진기업과 동양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을 합쳐도 1500억 원가량으로, YTN 입찰금액 3199억 원에 크게 못 미친다는 점을 들어 ‘실탄 부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그룹이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자산을 모두 YTN 인수에 쓸 수도 없는데, 고금리 상황이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자금 융통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YTN이 보유한 사옥이나 남산서울타워를 통한 차입매수(LBO)도 거론됐으나 YTN 구성원 반발과 사회적 시선을 감안하면 이 역시 가능성이 그리 커 보이지 않는다.
유진그룹 “유진투자증권 매각설 사실무근”
서울 마포구 상암동 YTN 사옥. [뉴스1]
YTN 노조 “사옥, 서울타워 노린 것 아닌가”
전국언론노동조합 YTN 지부 조합원들이 10월 23일 YTN 공기업 지분 매각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노조를 중심으로 YTN 구성원들이 유진그룹 측에 제기하는 의혹을 정리하면 △상암동 사옥과 남산서울타워, 유보금 1400억 원 등 YTN 알짜 자산을 노린 것 아닌지 △유경선 유진그룹 회장이 내사 무마를 대가로 검사에게 수억 원 뇌물을 건네 2014년 대법원에서 집행유예 확정 판결을 받은 데다 △지주사 유진기업이 레미콘 담합으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수차례 과징금 처분을 받고, 유진투자증권은 회사채 편법 인수 등으로 금융당국 제재를 받은 점에서 언론사를 인수할 자격이 있느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유진그룹 측은 “아직 노조 등 YTN 구성원들과 만날 단계는 아니지만 향후 대화 채널을 통해 의견 차이를 조율해나갈 계획”이라는 입장이다.
앞으로 유진그룹은 방통위의 최다액출자자 변경승인을 앞두고 있다. 방통위는 △방송의 공적 책임과 공정성·공익성 실현 가능성 △사회적 신용 및 재정적 능력 △시청자 권익 보호 등을 고려해 승인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이 같은 승인 절차에 2~3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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