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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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양금속 오너 일가 ‘주가조작’에 5000억 물린 키움증권

대양금속 과거 기업 인수 때 상장폐지 등 수상한 움직임… 거래 재개 영풍제지 26, 27일 하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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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슬아 기자

    island@donga.com

    입력2023-10-29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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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옥순 일가, 즉 대양홀딩스컴퍼니(대양금속 모회사·이하 대양홀딩스) 오너 일가가 인수합병한 기업들은 나중에 보면 상장폐지되거나 회생절차에 들어가 있다. 인수한 기업을 장기적으로 성장시킬 생각은 애초에 없고, 시세차익을 보고 나면 개미들에게 물량을 넘긴 채 빠지는 게 주된 목적인 것이다. 지난해 대양금속이 인수한 영풍제지도 비슷한 결말을 맞을 것이다. 아무리 단타여도 이런 주식은 쳐다보지도 마라. 주식을 팔고 싶어도 못 파는 순간이 올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온라인 영풍제지 종목토론방에 5월 2일 올라온 게시물 내용이다. 이미 5개월 전 한 개인투자자가 최근 불거진 영풍제지 주가조작 의혹과 그 배후에 있는 이옥순 대양홀딩스 대표 일가의 수상함을 예견한 것이다.

    영풍제지 시세조종 혐의를 받고 있는 피의자들이 10월 20일 서울남부지법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영풍제지 시세조종 혐의를 받고 있는 피의자들이 10월 20일 서울남부지법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에스에프씨·연이비앤티 닮은꼴

    올해 들어 주가가 9배 넘게 급등한 영풍제지는 10월 18일 돌연 하한가(3만3900원)를 맞았다. 이 사태에는 앞서 한 투자자가 예측한 대로 영풍제지의 실질적 오너인 대양홀딩스 오너 일가가 연루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중단됐던 영풍제지 거래가 10월 26일 재개된 가운데 반대매매(증권사로부터 돈을 빌려 주식을 샀다가 정해진 기한 내 갚지 못해 주식을 강제 처분당하는 것) 물량이 본격적으로 쏟아지면서 투자자들이 추가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10월 25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해 대양금속을 통해 영풍제지를 인수한 대양홀딩스 오너 일가는 부족한 인수 자금을 조달할 목적으로 영풍제지 주가조작에 가담한 혐의를 받고 있다. 20일 영풍제지 시세조종 혐의로 검찰에 구속된 피의자 4명에 오너 일가가 포함된 것이다. 대양금속은 지난해 11월 영풍제지 지분 50.76%를 약 1300억 원에 인수했다. 당시 대양금속 자본금은 226억 원에 불과했으며, 이후 대양금속이 170억 원 규모의 전환사채(CB)를 발행하고 영풍제지가 그것을 취득하는 방식으로 모자란 돈을 메웠다. 그럼에도 자금이 부족하자 이옥순 대표의 아들 공 모 씨와 A투자조합 실질 운영자 이 모 씨가 주가조작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려 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주가를 띄워 매매차익을 보거나 주식 담보가치를 높여 추가 대출을 받으려 했다는 것이다.

    대양홀딩스는 과거에도 수차례 기업을 인수합병한 뒤 수상한 움직임을 보인 전력이 있다. 대표적 예가 2018년 특수관계인인 해동파트너스를 통해 인수한 에스에프씨다. 해동파트너스는 경영 상황이 어렵던 태양광 모듈업체 에스에프씨를 사들인 뒤 기존 사업과 관련 없는 사업을 무리하게 확장하며 외부로 자금을 유출했다. 결국 2020년 에스에프씨는 감사의견 거절로 상장폐지에 이르렀다. 지난해 대양금속이 거래 정지 상태에서 인수한 연이비앤티 또한 반년 만에 상장폐지로 귀결됐다. 대양금속이 거래 재개와 동시에 보유하고 있던 연이비앤티 주식을 모두 팔아 시세차익을 보려 한다는 ‘먹튀’ 의혹을 받은 탓이다. 영풍제지에서도 석연치 않은 점들이 발견되고 있다. 대양금속은 지난해 주력 사업(스테인리스 제조)과 아무런 연관성이 없는 골판지 원지 제조업체 영풍제지를 인수하더니 올해 6월 2차전지, 전자폐기물 사업에 진출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대양홀딩스가 영풍제지를 2차전지 관련주로 분류되도록 만들고, 개인투자자를 주가조작에 더 쉽게 끌어들이려 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다.



    반대매매 통계 착시로 증시 혼란

    대양홀딩스 오너 일가의 시세조종이 덜미를 잡히면서 키움증권에는 5000억 원에 달하는 대규모 미수금이 발생했다. 피의자 4명은 그간 100여 개의 키움증권 계좌에서 미수거래(증권사로부터 빌린 주식 매매대금을 3거래일 안에 갚아야 하는 초단기 신용거래)를 진행하며 영풍제지 주가를 띄웠다. 그러다 금융감독원이 8월 이들의 혐의점을 발견해 수사에 착수했고, 검찰이 10월 17일 피의자 4명에 대한 체포영장을 집행하면서 18일 이들이 상환하지 못한 4943억 원 미수금이 발생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반대매매 통계에 착시가 발생해 증시가 혼란에 빠지기도 했다. 키움증권은 5000억 원 규모 미수금을 반대매매를 통해 충당하려 했는데, 10월 19일 영풍제지 거래가 중단되면서 19~24일 나흘간 사실상 체결되지 않은 5000억 원의 반대매매가 매일 체결된 것으로 집계됐기 때문이다.
    10월 26일 금융투자협회 통계에 따르면 이 기간 반대매매 금액은 19일 5257억 원, 20일 5497억 원, 23일 5496억 원, 24일 5487억 원으로 2006년 4월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키움증권이 대양홀딩스 오너 일가의 주가조작 창구로 이용된 이유는 낮은 증거금률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거래소는 7~8월 두 차례에 걸쳐 “소수 계좌가 매매에 과도하게 관여했다”며 영풍제지를 투자주의, 투자경고 종목으로 지정한 바 있다. 이에 주요 증권사 대부분이 영풍제지 미수거래에 대한 증거금률을 100%로 끌어올렸으나 키움증권만 40%를 유지해 표적이 된 것이다. 리스크 관리가 부실했다는 지적에 대해 키움증권 관계자는 10월 26일 “위험성 모니터링과 증거금률 지정 관련 내부 기준에 미흡한 점이 있었다”며 “향후 리스크 관리를 강화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영풍제지는 10월 26일 거래가 재개됨과 동시에 주가가 가격 제한 폭(29.94%)까지 하락한 2만3750원을 기록했다. 5000억 원 가까운 미수금을 회수해야 하는 키움증권이 향후 반대매매 물량을 본격적으로 풀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주가는 현 수준보다 더 낮아질 전망이다. 이때 주가 하락으로 전체 미수금 중 1978억 원 정도만 회수할 것으로 예상되는 키움증권은 물론, 개인투자자도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10월 26일 영풍제지 종목토론방에서는 “하한가 몇 번이나 쳐야 마무리 될까요” “주가 정말 3000원대까지 떨어질까요” 같은 반응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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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슬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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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이슬아 기자입니다. 국내외 증시 및 산업 동향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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