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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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거래일 상승’ 최장 랠리 기록한 테슬라, 300슬라 돌파?

美 전기차 충전 방식 주도… 과매수 경고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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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우정 기자

    friend@donga.com

    입력2023-06-16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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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슬라 전기차가 ‘슈퍼차저’ 충전소에서 충전되고 있다. [GETTYIMAGES]

    테슬라 전기차가 ‘슈퍼차저’ 충전소에서 충전되고 있다. [GETTYIMAGES]

    [자료 | 구글 금융]

    [자료 | 구글 금융]

    미국 글로벌 전기차 기업 테슬라 주가가 13거래일 연속 상승하면서 2010년 6월 상장 이후 최장 랠리를 기록했다. 6월 13일(이하 현지 시간) 뉴욕증시에서 테슬라 주가는 전날보다 3.55% 오른 258.71달러에 거래를 마쳐 13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날 테슬라 주가는 지난해 9월 30일(265.25달러) 이후 최고치를 기록해 100달러 선에 머물던 올해 초와 비교하면 140%가량 폭등했다(그래프 참조). 6월 14일 주가가 전거래일보다 0.74% 내린 256.79달러로 마감해 상승 랠리는 일단락됐지만, 시장에선 테슬라 주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미국 투자회사 웨드부시는 6월 11일 테슬라 목표주가를 기존 215달러에서 300달러로 대폭 올려 잡았다.

    서학개미 한 주 만에 1430억 원어치 순매도

    그간 테슬라에 묻어둔 투자금 탓에 가슴 졸이던 서학개미들은 차익 실현에 나섰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6월 첫째 주(5~9일) 국내 개인투자자들은 테슬라 주식을 1억1148만 달러(약 1427억5000만 원)어치 순매도했다. 다만 주식 매수·매도 시점의 원/달러 환율 차이를 고려하면 일부 투자자는 최근 테슬라 주가 상승세에도 손해를 봤을 개연성이 크다.

    당장 시장에서는 테슬라가 전기차 충전 규격 면에서 ‘표준’ 지위에 가까워진 것을 주가 상승 배경으로 꼽는다. 테슬라의 전기차 충전소 슈퍼차저는 자체 규격인 ‘북미충전표준(NACS)’을 채택하고 있다. 그간 미국, 유럽, 한국에서 급속 충전 방식으로 널리 쓰인 ‘DC 콤보(CCS)’와는 다른 규격이다.

    5월 25일 미국 완성차업체 포드가 향후 자사의 전기차 충전 규격을 테슬라 방식으로 바꾸겠다고 발표한 데 이어, 6월 8일 GM도 테슬라 충전 규격을 채택하겠다고 나섰다. 테슬라, 포드, GM 3사의 미국 전기차 시장점유율을 합하면 74%에 달한다. 세계 4위 완성차 브랜드 스텔란티스도 테슬라 충전 규격 채택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전기자동차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지난 10년 가까이 전기차 충전 방식의 표준 자리를 놓고 여러 브랜드가 각축을 벌이는 춘추전국시대가 이어졌다”면서 “GM, 포드에 이어 스텔란티스 등 주요 완성차 메이커가 잇달아 슈퍼차저 충전 방식을 공유할 경우 테슬라가 북미 시장을 시작으로 글로벌 전기차 충전 방식을 통일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테슬라 슈퍼차저를 중심으로 미국 주요 완성차 브랜드들이 헤쳐 모인 데는 자국 중심의 전기차 시장 재편을 노리는 미국 당국의 의중도 반영됐다고 본다. 테슬라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보조금 대상이 된 데 이어, 미국 정부로부터 ‘홈 어드밴티지’를 누린다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물론 기술 관련 호재만으로 최근 테슬라 주가 강세를 모두 설명할 수는 없다. 최근 시장에서는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의 금리인상 기조가 막바지에 도달했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연준은 6월 13~14일 이틀에 걸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결과 기준금리(5.00~5.25%)를 동결한다고 밝혔다. 코로나19 팬데믹 국면에 풀린 대규모 유동성으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높아지면서 연준이 금리인상에 나선 지 15개월 만에 미국 기준금리가 동결된 것이다. 다만 연준은 올해 안에 최소 2번의 베이비스텝(0.25%p)을 단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고했다.

    이에 대해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연준이 이번 달 금리는 동결하되 향후 물가가 잡히는 속도에 따라 추가 인상 가능성을 경고하고 나선 것”이라면서 “올해 하반기 금리를 추가로 올리면 미 당국이 목표한 인플레이션 통제는 사실상 달성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물가안정과 완전고용이라는 두 가지 거시경제 목표 사이에서 연준이 숨고르기에 들어섰다는 관측이다.

    금리인상 랠리가 끝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되면서 미국 주식시장은 최근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6월 13일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전장보다 111.40포인트(0.83%) 뛴 1만3573.32에, 대형주 중심의 S&P500 지수는 전장보다 30.08포인트(0.69%) 상승한 4369.01에 마감해 각각 13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미국 금융시장에서 ‘공포지수’로 통하는 미국 시카고옵션거래소의 VIX 지수(변동성 지수)도 코로나19 팬데믹 직전 수준으로 낮아졌다. 6월 9일 VIX 지수는 장중 13.5까지 하락해 2020년 2월 14일(13.38) 이후 3년 4개월 만에 장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말과 비교하면 30% 이상 낮아진 수치다. VIX 지수는 향후 30일 동안 S&P500 지수의 예상 변동성을 반영한 수치로, 보통 20 이하일 때 투자심리가 안정적임을 나타낸다.

    “투자자들 눈감고 달리는 장 주의해야”

    최근 미국 주식시장 상황에 대해 증권가 한 애널리스트는 “과거 미국 증시가 상승세를 보일 때마다 특정 섹터와 종목으로 쏠림 현상이 두드러졌고, 최근 연준의 금리인상 기조가 끝나간다는 전망에 따라 테슬라 등 성장주가 주목받고 있다”면서 “내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시장부양책이 나올 가능성이 큰데, 그럴 경우 테슬라 등 전기차 기업이나 베터리, 반도체 등 성장주가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부각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일각에선 테슬라 주가가 과열 양상을 띤다는 경고음도 울리고 있다. 미국 경제 전문매체 CNBC는 6월 11일 “테슬라의 상대강도지수(RSI)는 91.46으로 최근 2주 동안 가장 높았다”면서 “투자자들이 주식을 처분해야 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RSI는 주식의 과매수 및 과매도 상태를 나타내는 지수로, 70을 넘을 경우 과매수로 판단한다. 이와 관련해 한 투자 전문가는 “최근 주식시장은 투자자들이 합리적 판단보다 맹목적으로 눈감고 달리는 장으로 ‘다음 상승장 주도주는 테슬라’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며 “당장 실적으로 입증하기 어려운 벨류에이션을 낙관적 전망이 지탱하는 상황이라 투자자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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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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