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종 이노스페이스 대표. [이노스페이스 제공]
국내 민간기업 최초 우주로켓 발사 성공
김 대표는 하이브리드 로켓을 오랜 기간 연구해온 항공우주 기술 전문가다. 한국항공대 기계설계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열공학 및 추진공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국내외 항공우주 분야 연구소와 ㈜한화 방산-유도체계 추진센터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했다. 최근 브라질에서 귀국한 김 대표를 4월 4일 화상 인터뷰로 만나 이노스페이스의 기술 노하우와 미래 포부에 대해 들었다.‘한빛-TLV’ 발사에 성공한 소감은 어떤가.
“발사가 3번 연기되는 등 시행착오 끝에 성공해 기쁨이 더 크다. 주변에서 쏟아지는 격려와 축하를 받으며 이번 시험발사가 우리 회사만의 프로젝트가 아닌, 국가적 관심을 받는 사업임을 새삼 깨달았다. 그만큼 큰 책임감을 느낀다.”
이번 시험발사의 기술적 의미는 무엇인가.
“TLV는 ‘Test Launch Vehicle’의 준말로, 기술 검증을 위한 발사체라는 뜻이다. 추력 15t급 하이브리드 엔진은 2021년 9월 첫 지상연소시험에 성공해 이듬해 9월 개발이 사실상 일단락됐다. 이번 시험비행에선 브라질 공군의 ‘시스나브’ 관성항법시스템을 탑재해 기술 개발뿐 아니라 향후 상업 발사를 위한 검증도 성공적으로 마쳤다.”
발사체 상업 발사에 필요한 기술을 어느 정도 확보했나.
“이노스페이스 자체 역량으로 70%가량 확보했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발사체의 핵심인 엔진 개발, 발사체 설계와 총 조립, 자세 제어 및 데이터 통신 시스템 분야다. 각종 동체 부품과 발사대 등 다른 부분은 100여 개 협력사와 함께 개발하고 있다. 누리호와 각종 유도무기 개발에 참여한, 노하우가 있는 기업들이다. 일부 소자와 부품을 제외한 90% 정도는 국산화에 성공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노스페이스가 개발한 시험발사체 ‘한빛-TLV’가 3월 19일(현지 시간) 브라질 알칸타라 우주센터에서 발사됐다. [이노스페이스 제공]
“소형위성으로 시장 진입 후 ‘스케일업’”
우주개발 흐름은 과거 국가가 이끌던 올드스페이스(old space)에서 민간기업이 주도하는 뉴스페이스로 바뀌고 있다. 현재 우주산업은 크게 인공위성 등 탑재체 분야와 이를 우주로 쏘아 올리는 발사체 분야로 구분된다. 우주 발사체의 종류는 나노(1~10㎏ 미만), 마이크로(10㎏ 이상~100㎏ 미만), 소형(100㎏ 이상~500㎏ 미만), 중형(500㎏ 이상~1000㎏ 미만), 대형위성(1000㎏ 이상) 등 탑재하는 위성 무게에 따라 나뉜다. 이 가운데 수요가 가장 많은 것은 소형위성 발사 시장이다. 미국 우주기술 연구개발업체 ‘브라이스’에 따르면 소형위성 시장은 2020년 3조 원 수준에서 2027년 37조 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이노스페이스는 우선 무게 50㎏ 정도의 위성 시장에 진출해 기반을 다진 후 ‘체급’을 키울 계획이다. 김 대표는 “일단 작은 크기의 탑재체를 겨냥한 발사체 모델로 우주시장에 진입한 후 ‘스케일업’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소형위성 시장의 경쟁이 치열할 텐데, 이노스페이스의 차별점은 무엇인가.
“우선 자체 개발한 하이브리드 엔진의 우수한 품질이다. 고체연료와 액체산화제를 함께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형태다. 기존 고체연료 로켓처럼 구조가 단순해 제작이 용이한 동시에, 액체산화제로 추진력을 조절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생산, 저장, 운반, 발사 과정 전반에서 안전성도 높다. 보통 로켓이 폭발하는 이유는 누출된 연료와 산화제가 섞이고, 여기에 불꽃이 튀기 때문이다. 하이브리드 로켓의 경우 액체산화제와 고체연료가 섞일 염려가 적어 폭발 가능성이 기존 로켓보다 낮다.”
발사 시설은 어떻게 확보하고 있나.
“한국 우주산업 발전을 고려해 국내 발사장을 확보하는 동시에 글로벌 발사 기반 시설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번에 시험발사를 진행한 브라질 알칸타라 우주센터는 이미 확보했다. 유럽에선 노르웨이에 있는 발사장을 확보하기 위해 현재 협상 중이다. 여기에 국내 발사장까지 마련되면 3곳의 발사 거점을 기반으로 상업 발사에 박차를 가할 수 있다.”
향후 기술 개발 및 사업 계획은.
“상업 발사에 쓰일 후속 모델 ‘한빛-나노’를 제작해 내년 시험발사할 계획이다. 한빛-나노는 50㎏ 무게 탑재체를 태양동기궤도(SSO)에 올려놓을 수 있는 2단형 소형위성 발사체다. 다단형 발사체를 통해 위성을 궤도에 진입시키려면 단 분리, 페이링 분리 기술이 필요하다. 국내에선 정부 출연 연구기관이 보유하고 있으며, 기술이전 및 자문을 요청해 개발을 준비 중이다. 현재 세계적으로 소형 발사체 기업 40여 곳이 상업 발사 시장 데뷔를 준비하고 있다. 이들 기업의 상업 발사 시점은 대부분 2024~2025년이다. 이 시기에 같이 뛰어들어야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
“내년 상반기 코스닥 상장 계획”
글로벌 경기 불황으로 첨단산업 분야도 자금난에 시달리는 요즘이다. 뉴스페이스 진출에 첫발을 디딘 이노스페이스의 사정은 어떨까. 이에 대해 김 대표는 “다행히 우주산업 분야의 투자 여건은 비교적 좋은 것 같다”면서 “성장 가능성이 높은 데다, 국가 차원의 지원책이 많이 나오는 미래 산업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현재 매출은 어디서 올리고, 개발비는 어떻게 조달하는지 묻자 그는 “방위산업 분야에서 크진 않지만 매출을 올리고 있다. 실제 개발비는 대부분 외부 투자를 유치해 마련하고 있다. 상업 발사에 성공하면 본격적으로 매출이 올라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답했다. 이노스페이스에 투자한 대표 기업은 코오롱그룹이다. 여러 계열사를 통해 이노스페이스에 약 100억 원을 투자했다. 코오롱데크컴퍼지트의 고내열 복합재 부품이 이번 시험비행에 성공한 발사체에 탑재되기도 했다.향후 기업공개(IPO) 계획은.
“현재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아 예단하긴 어려우나, 내년 상반기 코스닥 시장에 상장할 계획이다. 기술특례상장을 목표로 올해 안에 필요한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앞으로 이노스페이스의 포부는 무엇인가.
“단기적으로는 발사체를 기반으로 우주 운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페이스 모빌리티 기업으로 자리 잡는 게 목표다. 우주 운송 능력을 탄탄하게 갖추면 우주 공간을 활용한 사업화 가능성도 다양하게 열릴 것이라 본다. 아직 구체적으로 논하기엔 이를 수 있으나, 궁극적으론 자체 인공위성 개발을 포함해 다양한 우주산업을 포괄하는 스페이스 플랫폼 기업으로 발돋움하고자 한다.”
김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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