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 분 반갑습니다. 이번 새 영화 ‘때깔’이 좋아요. 전편을 능가하는 속편은 없다고 하는데, 전편 팬들은 꽤 만족해하는 분위기입니다.
K_ 감독이 워낙 ‘블레이드 러너’ 팬이라 전편의 세계관을 속편에 연결하는 데 공을 들였어요. 제작자가 전편 감독인 리들리 스콧이기도 하고요. 현재 흥행 성적은 아쉽죠. 제작비(1억5000만 달러 · 약 1697억 원) 회수가 걱정이에요.
데커드_ 그래도 이번 영화는 평단 반응이 좋잖아요. 전편은 개봉 당시 평단 반응도 최악이었어요. 오죽하면 나중에 ‘저주받은 걸작’이라고 했겠어요.
▼잘 만든 영화가 외면받는 이유는 뭘까요.
K_ 아무래도 좀 어려우니까. 163분이라는 상영시간도 만만치 않고요. ‘선행학습이 필요한 영화’라는 말이 있더군요.
데커드_ ‘인간적인 것’에 대한 고민을 진부하게 여기는 사람이 많아진 듯해요. 우리 영화 이후 많은 SF영화가 비슷한 질문을 이어오긴 했죠. 어쩌면 30여 년 전 했던 철학적 고민에서 이제 한 단계 더 나아가야 할 때인지도 모르겠어요.
K_ 아뇨, 그랬다면 더 망했을지도 몰라요.
▼주인공 K는 인간의 통제를 벗어난 리플리컨트(복제인간)를 쫓는 특수 경찰, 곧 블레이드 러너지만 동시에 복제인간입니다.
K_ 저는 타이렐사가 제조한 신형 모델 복제인간이에요. 반란을 꾀하는 구형 모델을 제거하는 일을 하다 복제인간 유골에서 출산 흔적을 발견하고 혼란에 빠지죠. 복제인간이 생식(生殖)을 통해 태어날 수 있다면 영혼도 있지 않을까…. 복제인간이 이처럼 자기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되면서 문제가 시작됩니다.
데커드_ 쩝. 인간이건, 복제인간이건 이놈의 자의식이 문제예요.
▼데커드 씨는 30여 년 만에 뵙는데 세월이 느껴지더군요. 전편부터 데커드 씨가 인간인지 복제인간인지 계속 논란이 있지 않았습니까.
데커드_ 노화는 무척 인간적인 현상인데, 영화에는 제가 복제인간이라는 뉘앙스를 풍기는 대사도 꽤 많습니다. 보시는 분의 해석이 중요한 거죠. 좋은 영화가 다 그렇지 않습니까.
▼전편에 비해 여성 출연자의 비중이 커졌습니다. 인간 여성과 복제인간 여성은 물론, 인공지능(AI) 홀로그램 여성도 등장하고요.
K_ 네, 연인 조이가 홀로그램 AI이고 인간 상사, 복제인간 악당… 뭐 이런 식이죠. 여성 비중이 높은 건 요새 할리우드의 흐름 같아요.
▼그나저나 속편이 또 제작될 수 있을까요.
K_ 글쎄요. 내용상으로는 가능성이 충분한데 말이죠. 이번 흥행 성적이 참….
데커드_ 저는 분명 또 나올 거라고 믿어요. 전편 개봉 때는 이보다 더 심했다니까요. K, 힘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