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딤돌 대출 한도는 10년째 그대로다. 서울 강북구 북서울꿈의숲에서 보이는 한 서울 아파트. 동아DB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이 14억 원(KB부동산 9월 기준)을 넘어섰지만, 정책대출은 여전히 6억 원 이하 아파트로만 제한돼 있다. 집값 현실을 따라가지 못한 대출 기준이 실수요자를 배제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월 23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이헌승 의원은 “청년 세대가 생애최초 주택 구매를 통해 서울에 진입할 수 있도록 주택 가격 기준을 상향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주거 양극화도 심해져
30대 최모 씨 부부도 최근 디딤돌대출을 이용해 어렵게 서울 아파트를 매입했다. 결혼 후 1년 동안 LH와 SH가 공급하는 수도권 및 서울 임대주택, 장기전세주택 공고를 보고 빠짐없이 신청했지만 한 번도 당첨되지 않았다. 처음엔 전세 매물을 알아봤으나 전세 공급이 잠겼고, 원룸 크기 오피스텔은 월세가 100만 원 선이라 부담이 컸다. 결국 부부는 네이버페이부동산에 올라온 6억 원대 아파트를 닥치는 대로 확인했다. 어렵사리 계약을 마쳤지만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6억 원 이하 아파트는 대부분 20~30년 넘은 노후 주택이라 리모델링이 불가피했고, 결국 신용대출까지 추가로 받아야 했다.디딤돌대출은 낮은 금리로 주택을 구입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금융상품이다. 기본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은 70%, 생애최초 대출은 80%까지 가능하지만 수도권과 규제지역은 70%로 제한된다. 대출한도는 최대 2억 원, 생애최초는 2억4000만 원, 신혼부부·2자녀 이상 가구는 최대 3억2000만 원이다. 부부 합산 연소득이 6000만 원 이하(생애최초·2자녀 이상은 7000만 원, 신혼은 8500만 원 이하)여야 신청 가능하고 가격은 5억 원(신혼·2자녀 이상은 6억 원) 이하, 크기는 전용면적 85㎡(비수도권 읍면 지역 100㎡) 이하 주택만 대출 대상이다.
문제는 서울과 수도권에서 6억 원 이하 아파트를 찾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부동산 플랫폼 집토스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를 분석한 결과 9월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 중 6억 원 이하 비중은 15.8%로, 2015년(80.5%) 대비 10년 만에 20% 수준으로 줄었다. 신혼부부 최소 주거 크기로 꼽히는 전용면적 50㎡(15평형) 이상 아파트 기준으로 보면 같은 기간 78%에서 9.2%까지 축소됐다. 반면 9억 원 초과~15억 원 이하 아파트 거래 비중은 5.6%에서 33.3%, 15억 원 초과 아파트는 1.3%에서 27.3%로 증가했다. 지난 10년 새 서울 아파트 가격 분포가 고가 구간으로 이동하면서 주거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디딤돌대출 정책 자금 감소
6억 원 이하 주택을 구하기도 어려운데 대출 규제까지 겹치면서 디딤돌대출 승인 건수는 급감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재섭 의원이 주택도시보증공사(HUG)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9월 신생아특례 디딤돌대출 승인 건수는 476건으로 지난해 1월 제도 시행 이후 처음으로 1000건 아래로 떨어졌다(그래프 참조). 6·27 대책이 발표된 6월(2842건)과 비교하면 석 달 만에 2366건(83.3%) 줄어든 셈이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디딤돌대출 승인 건수는 월 2600~3300건대를 유지했다. 그러나 8월 들어 1585건으로 감소했고, 9월에는 500건 미만으로 쪼그라들었다. 이재명 정부의 첫 부동산 대책인 6·27 대출 규제 시행 이후 석 달 만에 나타난 변화다.정책대출 예산도 빠르게 줄고 있다.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서 주택 구입 및 전세자금 대출 융자 예산은 올해 14조571억 원에서 10조3015억 원으로 3조 원 이상 감액됐다. 정부는 여기에 더해 조정대상지역과 투기지역의 디딤돌대출을 전액 은행 재원으로 취급할 것을 시중은행에 통보했다. 원래 디딤돌대출은 정부의 주택도시기금으로 직접 취급하거나 은행이 먼저 대출한 뒤 시중금리와의 차이를 정부가 보전하는 구조였다. 그러나 10·15 부동산 대책에 따라 서울 전역과 경기 과천·분당 등으로 규제지역이 확대되면서 정부의 자금 부담이 커지자 해당 책임을 은행에 넘긴 것이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겸임교수는 “현행 디딤돌대출은 사실상 서울 실수요자에게 닿기 어려운 제도”라고 지적했다. 2014년 제도 도입 당시에도 대출 대상 주택 가격이 6억 원 이하였고, 전용면적 85㎡ 이하 기준도 지금까지 변하지 않았다. 고 교수는 “이제는 정책자금 대출로 살 수 있는 아파트가 거의 없는 수준”이라며 “실질적인 내 집 마련 지원책이 되려면 대출한도와 총량을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채원 기자
ycw@donga.com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윤채원 기자입니다. 눈 크게 뜨고 발로 뛰면서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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