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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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핵무기’ 양자컴퓨터 기술에서도 美·中 패권전쟁

IBM·구글·MS 양자 칩 내놓자 중국 양자 기업 오리진퀀텀 도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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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채원 기자

    ycw@donga.com

    입력2025-03-05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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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월 19일(현지 시간) 미국 MS(마이크로소프트)가 공개한 양자컴퓨터 칩 ‘마요라나 1’. [마이크로소프트 제공]

    2월 19일(현지 시간) 미국 MS(마이크로소프트)가 공개한 양자컴퓨터 칩 ‘마요라나 1’. [마이크로소프트 제공]

    “미국은 과학기술 발전을 저해하려고 반도체, AI(인공지능), 양자컴퓨터 분야에 각각 울타리를 설치했는데 그중에서도 양자컴퓨터 관련 규제가 특히 엄격하다. 그러나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중국 기술 발전을 저해하는 데 성공하지 못했다.”

    미국이 양자컴퓨터 기술의 수출과 투자를 제한하자 중국 관영지 ‘환구시보’가 1월 3일 내놓은 논평이다. 일반 컴퓨터보다 최대 100만 배 빠르게 연산을 처리하는 ‘꿈의 컴퓨터’ 양자컴퓨터 개발이 가속화하는 가운데 미국과 중국의 ‘양자 패권전쟁’이 불붙고 있다. IBM·구글·MS(마이크로소프트) 등 미국 빅테크들이 고성능 양자 칩 개발 성과를 발표하자, 중국 기업들도 정부 지원을 등에 업고 맞불을 놓고 있는 것이다.

    “수년 내 현실화 가능성 커져”

    양자컴퓨터는 인류 난제를 해결할 차세대 기술로 평가받는다. 기존 일반 컴퓨터는 전자 유무(有無)에 따라 0과 1 비트(bit)로 정보를 표현하고 순차적으로 계산하는 반면, 양자컴퓨터는 0과 1을 동시에 처리(중첩)할 수 있어 연산 속도가 획기적으로 빠르다. 가상자산 암호도 풀 수 있다고 해 화제가 됐다. 소프트웨어와 프로그램 발전 속도가 엄청나게 빠른 AI 시대를 이끌 차세대 기술로도 평가받는다.

    ‌현재 양자컴퓨터 기술 개발은 미국 빅테크가 앞서 나가고 있다(표 참조). 지난해 11월 14일(이하 현지 시간) IBM이 1121큐비트(양자컴퓨터 연산 단위)의 양자컴퓨터를 개발한 것을 시작으로 구글도 약 한 달 뒤인 12월 9일 1000큐비트 양자컴퓨터 개발에 성공했다. 뒤이어 MS는 올해 2월 19일 양자컴퓨터 칩 ‘마요라나(Majorana) 1’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이 칩의 가장 큰 특징은 일반 초전도 큐비트 기반 칩과 달리 ‘위상적 큐비트’를 사용했다는 점이다. 온도, 자기장 등 외부 환경 변화에 민감해 오류가 잦았던 기존 칩의 단점을 보완한 것이다.

    마요라나 1은 단일 칩에 큐비트 8개가 구현돼 있다. MS는 이를 100만 개까지 확장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고 밝혔다. 체탄 나약 MS 퀀텀(콴툼) 하드웨어 부사장은 “큐비트를 100만 개 이상 탑재할 수 있는 시점을 양자컴퓨터 상용화의 시작으로 본다”며 “이번 기술 개발로 양자컴퓨터 시대가 수년 내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전망했다. 양자 칩은 큐비트가 많을수록 연산 능력이 강력해진다.

    양자컴퓨터 칩 개발을 발표할 때마다 빅테크 주가는 상승했다. MS 주가는 마요라나 1 개발 발표 당일 1.25% 상승했다. 구글도 초고성능 양자컴퓨터 개발을 발표한 후 모회사 알파벳 주가가 지난해 12월 10일 장중 188.03달러까지 상승해 5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상용화되면 배송·물류 최적화”

    양자컴퓨터 패권전쟁에 중국도 가세하고 있다. 중국 양자 기업 오리진퀀텀은 MS의 마요라나 1 발표 하루 전날인 2월 18일 72큐비트 규모의 초전도 양자컴퓨터 ‘오리진 우콩’을 선보였다. 미국이 반도체뿐 아니라 양자에서도 중국에 기술과 장비 수출을 엄격히 통제하는 상황에서 나온 양자 분야 딥시크(Deepseek)라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정부는 1월부터 양자컴퓨터 관련 3D(3차원) 프린팅 기술 수출을 막고 있다. ‘우려 국가 내 특정 국가 안보 기술 및 제품에 대한 미국 투자에 관한 행정명령 시행을 위한 최종 규칙’을 발표해 중국 양자컴퓨터에 대한 미국 투자도 금지했다. 이에 환구시보는 논평을 통해 “과학기술 냉전에 관한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고 1월 3일 평가했다.

    중국은 AI뿐 아니라 양자컴퓨터에서도 미국의 기술 패권 흔들기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에 양자기술을 첨단산업 육성 전략인 ‘신품질생산력’ 정책 핵심 과제로 추진 중이다. 5년간 양자컴퓨터에 투자하겠다고 밝힌 금액만 150억 달러(약 22조 원)다. 이는 같은 기간 미국 투자 예정액(38억 달러)의 4배에 달한다.

    안도열 서울시립대 전자전기컴퓨터공학부 교수는 “앞으로 양자컴퓨터는 핵무기와 비슷해질 것”이라며 “양자컴퓨터 기술을 가진 나라와 그렇지 않은 나라로 갈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양자컴퓨터가 상용화되면 배송·물류 분야에서 특히 최적화가 빨리 이뤄질 수 있다”며 “주식 포트폴리오에서도 가장 최적화된 수익을 얻도록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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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윤채원 기자입니다. 눈 크게 뜨고 발로 뛰면서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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