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오수 검찰총장이 4월 21일 국회에서 박병석 국회의장을 만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과 관련해 면담한 뒤 입장을 밝히고 있다. [동아DB]
“중재안 알고 있던 것 아닌가”
검찰총장을 지낸 A 변호사가 4월 26일 ‘주간동아’와 통화에서 김오수 검찰총장(59·사법연수원 20기)에 대해 쓴소리를 했다. 김 총장이 나흘 전 대검찰청 출근길에서 “국민이나 국회, 여론이 원치 않는 수사는 하지 않는 게 필요할지 모른다”고 말한 것이 부적절하다는 이유에서다. A 변호사는 “민주주의 원리를 잘 모르고 한 소리”라며 “정치권이 여론을 등에 업고 마음대로 하려 할 때 제동을 거는 것이 법의 정신인데. 70년을 시행해온 형사·사법체계를 1주일 만에 작살내는 곳이 어디 있나”라고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사태를 비판했다.김 총장은 4월 22일 여야 원내대표가 검수완박 중재안에 합의한 사실이 발표되자 “모든 상황을 책임지겠다”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당초 문재인 대통령이 사표를 반려하자 “마지막까지 주어진 여건에서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없겠다”는 입장을 낸 지 나흘 만이었다. 이날 이성윤 서울고검장(23기)과 여환섭 대전고검장(24기), 권순범 대구고검장·조재연 부산고검장·조종태 광주고검장(25기), 김관정 수원고검장(26기) 등 전국 고검장 6명 전원과 박성진 대검 차장검사(23기)도 사퇴했다.
하지만 검찰 내부 반응은 싸늘하다. 사의 발표 직후 검찰 내부 통신망 ‘이프로스’에는 김 총장에 대한 비판이 잇따랐다. 박영진 의정부지검 부장검사는 “국회 상황을 알았던 것인가, 몰랐던 것인가”라고 김 총장에게 물었고, 박재훈 서울중앙지검 검사는 “총장님은 청와대 및 국회에서 어떤 대화를 나눈 것인가. 중재안을 사전에 알고 있던 것은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김 총장의 “몰랐다”는 해명을 곧이곧대로 듣지 않는 분위기다. 검찰 내부에서는 “검수완박에 동조했다는 평을 듣기보다 무능했다는 평을 듣기를 택한 것 아닌가”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광주 대동고, 서울대 법대 출신인 김 총장은 사법시험 합격 후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대검 과학수사부장, 서울북부지검장, 법무연수원장 등을 맡은 ‘특수통’ 검사다. 2018년 6월부터 2020년 4월까지 법무부 차관을 지내며 박상기·조국·추미애 등 3명의 법무부 장관을 보좌했다. 2019년 이성윤 법무부 검찰국장과 함께 대검에 윤석열 검찰총장을 제외한 ‘조국 수사팀’을 제안한 사실이 알려지며 검찰 내부에서 비판을 받았다. 그는 2019년 10월 14일 조국 전 장관이 사퇴한 뒤 직무대리를 맡아 이른바 ‘조국판 검찰개혁’ 후속 조치를 이행했다.
박상기·조국·추미애 보좌
‘친정부 성향 검사’로 분류되는 김 총장은 문재인 정부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금융감독원장, 공정거래위원장, 국민권익위원장,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 등 주요 직책 다수에 후보자로 하마평이 올랐다. 2020년 4월 법무부 차관 퇴임 후 감사원 감사위원 후보로 지명됐으나 최재형 당시 감사원장의 반대로 무산된 일도 있었다. 최 전 감사원장은 김외숙 대통령비서실 인사수석으로부터 “대통령 결심이 선 사항에 대해 왜 제청을 안 하느냐”는 항의를 받았다.여러 우여곡절 끝에 김 총장은 지난해 3월 검수완박에 반대하며 중도 사퇴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 후임으로 그해 5월 3일 검찰총장 후보자로 제청됐다. 당시 청와대는 “검찰개혁이라는 시대적 소임을 다해줄 것”이라고 평가했지만 일각에서는 “정권 말의 안전을 도맡을 ‘방탄 인사’”라는 지적이 나왔다. 실제로 대선 국면에서 검찰은 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 의혹, 성남FC 후원금 사건 등을 소극적으로 수사했다는 지적이 많았다. 국민의힘 권선동 원내대표는 3월 15일 언론과 인터뷰에서 “검찰이 대장동 수사를 제대로 하고 있다고 믿는 국민은 거의 없을 것”이라며 “본인이 스스로 거취를 결정해야 한다”고 압박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4월 27일 검수완박 법안을 국회 본회의에 넘겼다. 끝내 검수완박 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면 약 70년간 이어져온 검찰 체제의 ‘마지막 검찰총장’이라는 기록을 안게 된다. 김 총장보다 앞서 사의를 밝힌 이복현 서울북부지검 형사2부장검사는 4월 8일 이프로스에 다음과 같은 소회를 남겼다.
“부는 바람을 등에 맞고 유유히 앞으로 나아가면서 ‘왜 너는 느리게 가느냐’고 비웃으실 때는 언제이고 바람이 앞에서 역풍으로 부니, 껍질에 목을 넣는 거북이마냥, 모래 구덩이에 머리를 박는 타조마냥 사라져버리시는 분들을 조직을 이끄는 선배로 모시고 있다는 것이 부끄럽다.”
최진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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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최진렬 기자입니다. 산업계 이슈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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