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인공지능(AI) 기업 오픈AI는 올 한 해 AI 모델 훈련과 데이터 확보에만 30억 달러(약 3조9600억 원)를 지출할 전망이다. 여기에 인건비를 비롯한 각종 비용까지 합하면 오픈AI의 연간 지출은 80억 달러(약 10조5700억 원)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반면 오픈AI의 올해 매출 규모는 40억 달러(약 5조3000억 원)로 예상돼, 단순 계산하면 40억 달러에 달하는 손실을 볼 가능성이 크다.
메타, 테슬라 등 AI 산업에 뛰어든 글로벌 빅테크가 조 단위 투자를 한다는 게 더는 놀랍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따라 이른바 ‘전통’ 테크 기업의 전략도 AI 산업 중심으로 급격히 재편되고 있다.
조 단위 투자가 기본인 AI 산업
미국 텍사스주에 있는 오라클 본사. 오라클은 향후 3년 동안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인프라 확충에 1300억 달러(약 171조9000억 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GETTYIMAGES]
가령 오라클은 향후 3년 동안 AI 데이터센터 인프라 확충에 1300억 달러(약 171조9000억 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델은 데이터센터뿐 아니라 클라우드, 디바이스를 포괄한 AI 포트폴리오 ‘AI 팩토리’를 선보였다. 엔비디아와 협력을 통해 고객에게 그래픽처리장치(GPU) 중심의 인프라, 네트워킹, 스토리지 등 종합 솔루션을 제공하는 게 특징이다. IBM은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전략을 중심으로 AI 사업을 확장 중이다. 특히 금융, 통신 등 산업별로 최적화된 AI 솔루션을 제공하고자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반면 국내에선 그나마 AI 투자에 적극적이라는 네이버조차 그 규모가 지난해 기준 2조 원에 그친다. 이제는 AI 모델 개발을 둘러싼 경쟁에서 수조 원 이상 투자 없이는 도전 자체가 어려워졌다. 당장 투자 규모 면에서 순위권에 들지 못한 기업의 경우 지속적으로 경쟁력을 확보하기가 더욱 힘들어질 것이다.
그렇다면 천문학적 비용을 투입해 거대언어모델(LLM)을 개발한 기업은 무조건 AI 산업의 승자가 될 수 있을까. 반대로 그렇지 못한 기업, 특히 글로벌 빅테크에 비해 규모가 작은 로컬 기업은 AI 뉴노멀 시대를 손 놓고 지켜만 봐야 할까. 그렇지 않다는 게 필자 생각이다.
정보기술(IT) 산업은 인프라에서 시작된다. 강력한 시스템이 뒷받침돼야 안정적 서비스가 가능하다. AI 산업도 크게 다르지 않다. 데이터센터 같은 강력한 컴퓨팅 인프라가 필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AI 산업이라는 것은 천문학적 비용을 투자해 개발한 LLM과 거대 인프라로만 구성되지 않는다. 모바일 산업이 스마트폰 제조뿐 아니라 애플리케이션(앱) 스토어와 클라우드처럼 다양한 영역을 포괄하듯이 AI 산업에도 수많은 사업 기회가 존재한다. 이제 와서 냉정히 평가하자면 스마트폰 시장의 진정한 승자는 디바이스 제조사라기보다 구글, 메타, 넷플릭스, 틱톡 같은 인터넷 서비스 기업이었다. 같은 맥락에서 AI 산업에서도 다양한 분야에서 숨은 승자가 나올 수 있다.
스마트폰 보편화의 수혜를 입은 구글, 메타, 넷플릭스, 틱톡처럼 AI 산업에서도 틈새시장을 노리는 기업이 대거 출현할 전망이다.
수많은 B2B·B2C 비즈니스 기회 파생
AI 산업 초기 단계에선 빅테크가 LLM 개발과 거대 인프라 마련으로 생태계를 구축하고 첫 과실도 누릴 것이다. 하지만 일단 AI 생태계가 마련되면 거기서부터 수많은 B2B(기업 간 거래) 솔루션과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서비스가 파생할 전망이다. 현재 AI 빅테크의 역할은 스마트폰 산업으로 치면 디바이스 제조에 해당된다. 이들과 별개로 AI 산업에서도 검색 포털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처럼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포착해 급성장하는 기업이 나올 수밖에 없다. AI가 기존 디지털 산업의 문법을 바꿀 혁신이라는 데 이의를 제기할 기업은 없을 것이다. 앞으로는 이렇게 형성된 AI 생태계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솔루션과 서비스를 마련해 실질적 과실을 취할지가 관건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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