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대표하는 인터넷 기업 네이버와 카카오의 기세가 예전만 못하다는 우려가 많다. 최근 두 기업 주가는 약세를 면치 못하는 데다, 인터넷 기업으로서 핵심 사업 성과를 보여주는 지표인 인터넷 트래픽도 침체 늪에 빠졌기 때문이다. 이런 와중에 글로벌 빅테크들은 한국 시장점유율을 빠르게 늘리는 등 기세를 올리고 있다. 게다가 인공지능(AI) 기술을 중심으로 글로벌 경쟁이 가속화되면서 한국 인터넷 기업들의 투자 부담도 가중되고 있다. 네카오(네이버+카카오)가 새로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
네이버와 카카오의 위기에서 특히 눈여겨볼 대목은 국내 인터넷 시장점유율 하락이다. 네이버는 국내 1등 검색엔진으로 자리매김했고, 이를 바탕으로 한 광고 매출을 주된 수익 모델로 삼고 있다. 문제는 구글이 국내 검색시장에서 네이버를 맹추격하고 있다는 점이다. ‘인터넷트렌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국내 검색엔진 시장점유율은 네이버 60%, 구글 29%였다. 그런데 올해 8월 네이버 점유율은 55.3%로 낮아진 반면, 구글은 36.9%로 올라 격차가 갈수록 줄고 있다. 같은 기간 마이크로소프트(MS) 빙(Bing)은 점유율 3.3%, 다음은 3.2%를 기록했다. 한국 검색엔진 시장에서 해외 업체인 구글과 MS의 비중을 합치면 40%를 넘어서는 것이다.
인터넷 시장점유율이 높아지는 만큼 빅테크 매출도 오를 수밖에 없다. 그런데 구글코리아 공시에 따르면 구글은 지난해 한국에서 매출 3652억 원, 영업이익 233억 원을 올렸다고 한다. 다만 구글의 주요 수입원인 안드로이드 앱마켓, 유튜브 프리미엄의 국내 매출은 싱가포르 법인으로 잡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의 매출·영업이익 공시를 액면 그대로 믿기 어려운 이유다. 한국재무관리학회는 구글의 한국 내 매출을 10조 원 이상이라고 추산한 바 있다. 정확한 추산은 확인할 수 없어도 구글을 비롯한 글로벌 빅테크의 트래픽이나 매출이 상승세임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전 세계 인터넷 기업의 미래를 좌우할 AI 기술 대결이 숨 가쁘게 전개되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오픈AI가 AI 기술개발에 투입한 비용은 70억 달러(약 9조3800억 원)에 달한다. 올해 오픈AI 매출은 5조 원 정도로 추정되는데, 그 2배 가까운 돈을 기술개발에 쏟아붓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매출 9조6706억 원, 영업이익 1조4888억 원을 기록한 네이버는 어떨까. 네이버는 지난 한 해 연구개발(R&D)에 2조 원을 투자했지만, 자체 개발한 거대언어모델(LLM) ‘하이퍼클로바X’에 대한 누적 투자액은 1조 원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픈AI나 메타 등 빅테크에 비해 크게 부족한 투자 규모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말까지 H100 그래픽처리장치(GPU) 35만 개 등 AI 칩 60만 개를 구입하겠다고 밝혔다. 이것이 현실화할 경우 투자 규모는 약 25조 원으로 추산된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역시 자사 LLM의 AI 훈련에 GPU 10만 개를 투입한다고 밝혔다. 이 정도 수량의 GPU를 구입하려면 약 5조 원의 투자가 필요하다.
한때 네카오는 한국은 물론, 세계 정보기술(IT) 시장이 주목하는 혁신 기업이었다. 네이버는 ‘지식인’ 서비스로, 카카오는 ‘카카오톡’으로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시장을 선점했다. AI 시장에서도 출발은 다소 늦었지만 한국시장 특성에 맞는 서비스로 해외 빅테크의 공세를 견제해야 한다.
경기 성남에 자리한 네이버 본사(왼쪽)와 카카오 사옥. [동아DB]
구글·MS, 국내 검색 시장점유율 40% 돌파
글로벌 빅테크가 국내시장에서 무서운 기세로 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1분기 월평균 실행 횟수 기준(전년 동기 대비) 국내에서 가장 큰 폭으로 성장한 애플리케이션(앱)은 인스타그램이다. 지난해 1분기 국내에서 가장 많이 실행된 앱은 카카오톡이었고 네이버와 유튜브, 인스타그램이 뒤를 이었다. 그런데 같은 해 4분기부터 인스타그램 실행 횟수가 급증해 네이버를 따돌리고 2위에 오른 것이다. 실행 횟수가 아닌 평균 사용 시간과 월간 활성 사용자(MAU) 수를 기준으로 하면 1위 앱은 유튜브였다. MAU는 한 달에 1번 이상 서비스를 쓴 사용자를 뜻한다.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구글 본사. [GETTYIMAGES]
이런 상황에서 전 세계 인터넷 기업의 미래를 좌우할 AI 기술 대결이 숨 가쁘게 전개되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오픈AI가 AI 기술개발에 투입한 비용은 70억 달러(약 9조3800억 원)에 달한다. 올해 오픈AI 매출은 5조 원 정도로 추정되는데, 그 2배 가까운 돈을 기술개발에 쏟아붓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매출 9조6706억 원, 영업이익 1조4888억 원을 기록한 네이버는 어떨까. 네이버는 지난 한 해 연구개발(R&D)에 2조 원을 투자했지만, 자체 개발한 거대언어모델(LLM) ‘하이퍼클로바X’에 대한 누적 투자액은 1조 원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픈AI나 메타 등 빅테크에 비해 크게 부족한 투자 규모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말까지 H100 그래픽처리장치(GPU) 35만 개 등 AI 칩 60만 개를 구입하겠다고 밝혔다. 이것이 현실화할 경우 투자 규모는 약 25조 원으로 추산된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역시 자사 LLM의 AI 훈련에 GPU 10만 개를 투입한다고 밝혔다. 이 정도 수량의 GPU를 구입하려면 약 5조 원의 투자가 필요하다.
메타, AI 칩 구매에만 25조 원 투자 전망
AI를 중심으로 인터넷 패러다임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네이버와 카카오의 고심은 깊어지고 있다. 천문학적 투자와 막강한 기술력을 갖춘 해외 빅테크와의 경쟁에서 어떻게 국내시장을 수성하고 글로벌 사업 확장을 꾀할지 묘수가 필요한 때다. 네이버는 자사 검색 서비스에 ‘큐(Cue:)’라는 AI 서비스를 접목해 품질을 높이는 등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다. 나아가 하이퍼클로바X를 국내시장 특성에 맞춘 B2B(기업 간 거래) 솔루션으로 확대하고 있다. 빅테크 공세에 맞서 한국어 기반 토종 AI, 즉 ‘소버린(sovereign) AI’로 승부수를 던지겠다는 전략이다. 2021년 11월 자체 AI 언어모델 ‘KoGPT’를 선보인 카카오도 후속 모델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처럼 국내 인터넷 기업의 AI 전략은 천문학적 투자가 필요한 LLM보다 자체 AI 서비스를 위한 소규모 모델 개발에 방점이 찍혀 있다.
한때 네카오는 한국은 물론, 세계 정보기술(IT) 시장이 주목하는 혁신 기업이었다. 네이버는 ‘지식인’ 서비스로, 카카오는 ‘카카오톡’으로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시장을 선점했다. AI 시장에서도 출발은 다소 늦었지만 한국시장 특성에 맞는 서비스로 해외 빅테크의 공세를 견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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