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플에스(tripleS)가 24인조 완전체 앨범 ‘ASSEMBLE24’를 선보였다. [트리플에스 공식 X(옛 트위터 계정)]
뮤직비디오 역시 특이하다. K팝이 자주 종말론적 웅장함을 보여줬다면 이 곡은 재해대피소와 묘지에 봉제인형이나 고데기, 파스텔톤 액세서리를 나란히 세운다. 자살을 연상케 하는 장면과 병리적 심리의 표현, 쓰레기가 산적한 방에서 게임에 열중하는 인물도 등장한다. 그 어느 것도 신화적이지 않다. 인물들은 국철 1호선 온수역 플랫폼을 달리고 컵라면으로 연명한다. 서브컬처로, 결핍으로, 정신적 위기로 내몰린 소녀들의 세계에는 죽음이 늘 공기처럼 떠다닌다. K팝의 팬시화 렌즈에 담아낼 수 있는 한계선까지 밀어붙인 절망의 표현이다. 가사가 짙은 화장이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의 예쁘장한 사진 필터 효과가 자기혐오의 발로라고 짚어버릴 때 이 비일상적 암울은 자극적인 장식으로서 무대장치가 아닌 리얼리즘이 된다.
그래서 곡 중반, 환영 같은 브레이크가 1990년대풍의 뽀얀 필터 효과를 과장해 군무를 비출 때면 끔찍한 시대에 소녀들이 마지막으로 매달릴 환상이 아이돌이라고 폭로하는 것만 같다. 하지만 그 시선은 냉소적이지 않다. 멤버들은 텐트가 널브러진 대피소에서 춤추고 자신을 꾸미며 그것을 기록한다. 몸짓은 캄캄한 배경 속 검은 의상을 입은 24인조의 군무에 쏟아지는 역광으로 이어진다. 이 소름 끼치는 대형미는 24인조 아이돌이라는 존재와 그 이유를 압도적으로 입증하고야 만다. 또한 파멸적인 세계관과 아이돌의 만남이 도달할 수 있는 아름다운 경지를 암시하기도 한다.
느긋한 템포에 R&B적 색채가 흐르는 사운드는 우아해서 그로테스크하다. ‘죽지 마’ ‘울지 마’가 반복되는 절박한 가사에도 보컬은 그저 묵묵히 걸어가며 노래만 하는 듯한 처연함을 유지한다. 끔찍한 세계일수록 춤추는 뮤직비디오와도 같은 결이다. 그 정점이 ‘라라라…’로 흐르는 리프레인에 맺힌다. 시대를 관조하는 듯한 거리감으로, 또는 세계에 무너지지만은 않는 낭만적 단단함으로 말이다. 울림이 얇은 음색, 꾸밈없이 대화하는 듯한 발성이 흐드러지다가 다부진 냉정과 교차할 때 그 목소리는 더욱 현실적인 ‘소녀’처럼 들리고, 그래서 더 의미심장한 울림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