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거북, 도마뱀, 이구아나 등 파충류를 반려동물로 기르는 사람이 늘고 있다. [GettyImages]
양서·파충류는 주로 해외에서 들여와 판매합니다. 2018년 한국에 수입된 해외 야생동물은 총 52만9205마리였는데, 그중 포유류가 2만194마리, 조류가 3320마리였고 양서류가 18만220마리, 파충류가 32만5471마리였습니다.
그런데 이때 포유류와 조류만 검역을 받아 문제가 됐습니다. 국내에 유입된 해외 야생동물 95.6%가 양서·파충류지만 이들에 대한 검역이 이뤄지지 않다 보니 “야생동물을 통한 감염병 전파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 나온 거죠.
美서 살모넬라 확산 위험↑
실제 양서·파충류에 의한 인수공통감염병 전파 사례는 많습니다. 대표적 질병이 ‘살모넬라증’입니다. 미국에선 양서·파충류 접촉에 의한 살모넬라 감염 사례가 매년 7만4000건 정도 보고됩니다. 거북과 이구아나에 의한 살모넬라 전파가 많은데, 이구아나의 살모넬라 감염률은 36~77%입니다. 브리더들이 살모넬라를 통제하려고 항생제를 대량으로 사용한 결과 미국에선 양서·파충류의 항생제 내성 문제까지 발생했습니다. 기존 항생제에도 죽지 않는 강력한 변형 살모넬라가 등장할 수 있는 상황인 거죠.그 밖에 악어류는 뇌에 치명적 손상을 일으키는 ‘웨스트 나일 바이러스’의 숙주이고, 다수 야생 파충류가 ‘동부 말 뇌염’ 전파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양서·파충류가 갖고 있는 내외부 기생충이 사람에게 ‘큐열’ ‘라임병’ 등을 전파할 수도 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가 대응에 나섰습니다. ‘야생동물 검역제도’(파충류 수입 검역제도)를 시행하기로 한 겁니다. 야생동물 검역제도는 2021년 5월 국회를 통과한 ‘야생생물법’(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따라 3년 유예기간을 거쳐 올해 5월 19일 시행됩니다. 해외 야생동물의 질병이 국내로 유입되는 것을 방지하고자 그동안 검역하지 않고 수입되던 파충류를 대상으로도 검역을 시행하는 거죠. 전 세계로 빠르게 퍼져나간 코로나19 감염병을 보며 정부도 검역의 중요성을 새삼 느낀 것 같습니다.
사체·가죽·알도 검역 대상
야생동물 검역은 야생동물질병관리시스템 홈페이지에서 온라인으로 신청할 수 있다. [야생동물질병관리시스템 홈페이지 캡처]
검역 부처는 환경부 산하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입니다. 검역 대상은 거북, 자라, 뱀, 도마뱀, 카멜레온, 이구아나, 악어 등 살아 있는 파충류와 그 사체, 가죽, 알 등입니다. 담당자는 야생동물질병관리원 소속 야생동물검역관인데요. 검역 대상 질병, 지정 검역물 등 검역 관련 교육을 이수한 수의사 가운데 임명됩니다. 야생동물검역관을 도울 야생동물검역사도 둡니다. 검역 대상 질병은 기존에 야생동물 질병으로 규정된 병원체 139종입니다. 생각보다 많죠? 정부는 향후 검역 대상 병원체를 더 확대해나갈 예정입니다. 만약 검역 과정에서 병원체에 감염된 야생동물이나 물건이 확인되면 수입은 금지되고 반송·소각·매몰 처리됩니다. 당분간 검역은 인천국제공항에서만 이뤄질 예정입니다. 지난해 기준 파충류 98%가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반입됐기 때문입니다.
야생동물 검역제도가 처음 시행되는 만큼 당분간 현장에서 크고 작은 혼란이 발생할 것으로 보입니다. 예를 들어 파충류는 종별로 온도, 습도 등 조건이 상이한데, 검역장 계류시설이 이런 점을 반영하지 못하면 검역 과정에서 동물이 폐사할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정부와 관련 업계 종사자들은 정기적으로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동물과 사람, 그리고 생태계의 건강을 위해 시행하는 제도인 만큼 적절한 합의점을 찾아 시행 초기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