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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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7530원의 경제학

최저임금 정부 지원, 3년 뒤 16조 원으로 늘 듯

내년 4조 지원해도 절반 넘게 혜택 못 봐 실효성 의문

  •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입력2017-07-21 17:5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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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저임금이 인상돼 임금이 오른다고 좋은 일만 생기는 것은 아니네요.”

    영세 영상제작업체에서 정규직으로 일하는 윤모(27) 씨의 말이다. 최저임금이 인상돼 윤씨의 월급도 오르게 됐지만 문제는 업무량까지 늘어나리라는 것. 내년 최저임금이 시간당 7530원으로 오르자 당장 회사에서는 비정규직원을 내년에는 더는 쓰지 않겠다고 잠정 결정했다. 윤씨는 그들이 하던 일의 일부를 맡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부가 올해 6470원이던 시간당 최저임금을 7530원으로 16.4% 올리자 영세 소상공인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갑작스러운 인건비 상승으로 경영이 어려워져 심한 경우 연쇄 도산할 수도 있다는 것. 이에 정부는 내년 4조 원가량 지원해 인건비 부담을 덜어주겠다고 발표했지만 현장에서는 지원금 규모가 작아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알바’ 퇴출 신호탄 되나

    윤씨는 당초 영업직으로 입사했지만 내년부터는 간단한 촬영부터 편집까지 해야 한다. 비정규직원들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서다. 윤씨는 “작은 회사라 경제상황이나 정책에 쉽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것은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회사) 대표가 인건비가 부족해 도저히 어쩔 수 없다고 설명했지만 영업직인 내가 촬영, 편집을 할 수 있을까 싶다. 회사에 문제가 생기기 전 이직해야 하나 생각 중”이라고 밝혔다.



    7월 15일 최저임금위원회의 표결에 따라 결정된 근로자위원만의 내년 최저임금 인상폭은 1060원. 이를 월급으로 환산하면 최저임금을 겨우 맞춰주는 소상공인의 부담이 커지는 것은 자명하다. 최저임금을 받고 주 40시간 근무하는 상용근로자의 월급은 올해(최저임금 6470원)까지는 주휴수당을 포함해 135만2230원이다. 그러나 최저임금이 오르는 내년부터는 주휴수당 포함 157만3770원으로 월급이 22만1540원 오른다. 여기에 임금 인상에 따른 국민연금, 국민건강보험, 고용보험 추가 부담분 1만8964원을 더하면 인당 24만504원씩을 부담해야 한다. 윤씨가 다니는 회사가 내년 비정규직 2명을 해고하지 않는다면 산재보험료를 제하고도 매달 48만1008원씩, 연간 577만2096원 인건비를 더 지급해야 하는 것.

    이에 정부는 소상공인의 부담을 덜어주고자 인건비 상승의 일정 부분을 분담하겠다고 발표했다. 7월 16일 정부는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소상공인·영세 중소기업 지원대책’을 발표했다. 이 대책을 통해 정부는 소상공인이나 영세 중소기업주의 경영 부담을 최소화하고 임금 상승에 따른 고용 감소를 방지할 계획이다. 세부 계획으로는 최저임금 인상분 분담으로 3조 원, 경영비용 부담 완화에 1조 원 이상을 지원할 예정이다.

    먼저 최저임금 인상분 분담은 최근 5년간 최저임금 평균 인상률 7.4%에 해당하는 479원은 사업주가 부담하고 나머지 9%가량(581원)의 인상분을 정부가 지원하는 것이다. 이를 월급으로 환산하면 정부가 매달 근로자 1명(주 40시간 상용직 기준)에게 약 12만2000원을 지급하게 된다. 정부는 근로자 30인 미만인 소상공인이나 중소기업체에 한해 최저임금 인상분 분담을 시행할 예정이다.

    경영비용 부담 완화책으로는 △고령자 고용지원금을 현행 인당 월 18만 원에서 2020년까지 30만 원으로 인상 △소규모 사업장 사회보험료 지원 기준 상향 △신용카드 수수료 완화 △부가가치세 등 세금 부담 완화 △소상공인 진흥기금 등 금융 부담 완화 등이 있다.

    이 가운데 신용카드 수수료 완화는 이미 시행 대책이 마련돼 있다. 이에 따르면 7월 31일부터 영세 사업자 우대가맹점 및 중소가맹점 범위가 확대된다. 신용카드 우대가맹점과 중소가맹점은 각각 0.8%, 1.3%의 고정 수수료율만 부담하면 된다. 현행 제도는
    신용카드 우대가맹점의 경우 연매출 2억 원 이하, 중소가맹점은 우대가맹점보다 매출은 높지만 연매출이 3억 원을 넘지 못하는 곳에 한한다. 하지만 31일부터는 우대가맹점 범위가 연매출 3억 원 이하, 중소가맹점은 연매출 5억 원 이하로 개편된다(표1 참조). 정부는 이를 통해 연간 약 3500억 원의 신용카드 수수료 부담 완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본다.

    신용카드 우대가맹점 범위 확대와 수수료 인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이기도 하다. 정부 관계자는 “우대가맹점 수수료율 조정은 2018년 원가 산정 후 2019년부터 적용할 계획이다. 인하 여부 및 규모는 원가 산정이 끝나야 확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임대료 인상 억제, 프랜차이즈 불공정 행위 방지, 대기업 입지 규제 및 일감 몰아주기 규제 등 공정한 거래 질서를 확립해 소상공인의 자생을 도울 예정이다. 정부는 이 같은 정책을 위해 1조 원 이상을 지출할 계획이다.



    정부의 인건비 분담 얼마나 효과 있나

    그러나 현장에서는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볼멘소리부터 나온다. 소상공인 수에 비해 지원액이 턱없이 적기 때문. 소규모 업체에서 최저임금을 받으며 상용직으로 일하는 근로자가 모두 주 40시간 일한다고 가정하면 정부는 매년 인당 146만4000원가량을 임금으로 지급해야 한다.

    3조 원을 쓴다면 정부는 204만9180명의 임금 상승분을 지급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소규모 업체에 종사하는 인원은 정부의 지원 가능 규모를 훨씬 뛰어넘는다. 2014년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상용근로자 10인 미만인 사업장은 총 306만3000개이며 이곳에 종사하는 사람은 604만6000명에 달한다. 즉 정부는 소상공인이나 중소기업체 종사자의 약 34%만 지원할 수 있는 셈이다. 2015년 기준 국내 근로자의 주당 평균 근로시간이 40시간을 상회(43.1시간)한다는 점은 감안하면 이 비율이 줄어들 확률이 높다. 

    물론 소규모 업체에서 일한다고 전부 최저임금만 받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하는 근로자들을 모두 정부 지원만으로 모두 구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지난해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에 따르면 최저임금 미만을 받고 일하는 근로자가 263만7000여 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정부의 부족한 지원책에 중소기업계도 반발의 목소리를 냈다. 7월 17일 중소기업중앙회는 성명을 통해 “당장 내년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추가로 부담해야 할 인건비가 15조2458억 원에 이른다. 영세 중소상인은 줄도산하거나 인력을 대폭 감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이 추정치는 하루 8시간 근무 기준으로, 4대 보험 등 간접비용을 포함한 결과다. 이 중 11조8967억 원이 현재 최저임금을 받는 근로자들에 대한 내년 추가 인건비 부담액이고, 3조3491억 원은 지금은 최저임금 이상인 시간당 6470~7530원을 받는 근로자의 인상분이다. 여기에 최저임금을 보장받지 못하는 근로자의 인상분까지 더하면 국내 산업계의 부담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왜 소상공인의 이야기는 안 들어주나”

    정부의 임금 인상분 부담이 언제까지 진행될지도 미지수다. 정부의 목표가 2020년까지 시간당 최저임금 1만 원 달성인 만큼 내년과 내후년에도 비슷한 수준으로 오를 가능성이 크다. 2020년까지 시간당 최저임금 1만 원을 달성하려면 매년 15.3%씩 최저임금을 올려야 한다. 이를 감안하면 2019년 시간당 최저임금은 8682원, 2020년에는 1만10원이 돼 연 7.4% 인상분과 차이는 1219원, 1995원으로 점점 커진다. 이에 따라 정부가 지원해야 할 금액도 매년 약 6조7000억 원, 10조3000억 원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난다(표2 참조). 노민선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현 수준으로 계속 지원하려면 2020년에는 직접지원 및 간접지원액을 포함해 16조 원가량 국가재정을 투입해야 하는데, (정부에) 그만한 재정 여력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고형권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7월 16일 지원대책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내후년 이후에도 직접지원을 이어가는 데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일단 이번 대책을 내년에 시행해보고 그 효과와 영향을 평가해 지속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1조 원 이상을 투자한다는 경영비용 부담 완화책도 효과가 크지 않으리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경기 안산시에서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김모(56) 씨는 “중소기업 부담 완화책으로 정부가 고령자 고용지원금을 확대하겠다고 하는데 아파트 경비원 빼고 고령자를 많이 고용하는 중소기업이 얼마나 되겠나. 정부가 소기업들의 현 애로사항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사회보험료 지원책도 사실상 ‘눈 가리고 아웅’에 가깝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 사회보험 가입 확대 사업인 ‘두루누리 사회보험’은 소규모 사업주에게 고용보험과 국민연금 일부를 지원해준다. 소규모 사업주를 위한 지원 사업인 만큼 가입 대상 근로자 수가 10인 미만이며 각 근로자의 월평균 보수가 140만 원 미만인 기업에게만 혜택이 돌아간다. 정부는 내년부터 이 지원 기준 가운데 월평균 보수 기준을 상향 조정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내년 최저임금 인상으로 하루 8시간, 주 5일을 일하는 근로자의 월급이 150만 원을 상회하게 됐다. 이로 인해 당연한 내용을 지원책으로 추가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것.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무엇보다 소상공인 및 중소기업주를 답답하게 하는 것은 정부 측 태도다. 최저임금을 올릴 필요가 있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그 타격이 심한 곳은 소규모 업체다. 당장 숨통은 틔워줘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정부 차원의 대책이 전부 시행될지도 불확실한 상황에서 당장 인건비 부담이 대폭 늘어나게 됐으니 정부가 어떤 대책을 발표해도 업주들의 답답함을 풀어주지 못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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