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빈부·이념·지역·세대 4대 갈등 위험수위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한국 사회는 언제, 왜 이런 상황에까지 이른 것일까. 우리 국민은 한국 사회의 ‘빈부갈등’을 매우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이고 있으며, 특히 ‘경제의 허리층’인 30, 40대가 이를 더욱 엄중하게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사회의 빈부갈등 심각 정도를 0~10점 수치로 표시하게 한 결과 평균 점수는 8.18점이었다. ‘전혀 심각하지 않다’(0~2점), ‘심각하지 않다’(2~4점), ‘보통이다’(4~6점), ‘심각하다’(6~8점), ‘매우 심각하다’(8~10점) 등 다섯 단계로 구분할 경우 ‘매우 심각하다’에 해당한다. 30, 40대 응답자 10명 중 4명 (30대 39.9%, 40대 37.1%)이 ‘빈부갈등’ 심각도에 10점을 매겼다.
응답자들은 한국 사회의 ‘지역갈등’(7.45점)과 ‘이념갈등’(7.21점), ‘세대갈등’(7.18점)에 대해서도 모두 평균 7점 이상을 줬다. ‘지역갈등’의 경우 대구·경북 지역 응답자 평균이 8.16점으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고, 광주·전라 지역은 6.87점으로 가장 낮았다.
‘이념갈등’을 심각하게 느끼는 정도는 정치 성향에 따라 차이가 났다. 자신을 ‘중도’ 성향이라고 밝힌 응답자 평균은 6.97점인 반면 ‘진보’ 성향 응답자 평균은 7.50점, ‘보수’ 성향 응답자 평균은 7.27점이었다.
4가지 갈등 유형 중 ‘가장 극복하기 힘든 갈등’으로는 응답자 2명 중 1명이 ‘빈부갈등’(46.7%)을 꼽았다. 이념갈등(24.0%), 지역갈등(22.1%), 세대갈등(7.2%)이 뒤를 이었다.
‘빈부갈등’은 응답자 성별과 연령, 거주지, 정치 성향을 막론하고 모든 영역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다. 특히 20대 응답자는 54.1%가 ‘빈부갈등’을 가장 극복하기 어렵다고 답했다(표 참조).
돌이켜보면 ‘빈부갈등 적신호’는 이미 켜져 있었다. 통계청이 지난해 발표한 ‘2013년 사회조사’에서 응답자의 46.7%가 현재 자신의 사회경제적 지위를 ‘하층’이라고 여겼다. 관련 조사를 시작한 1988년 이래 사상 최고치로, 자신을 ‘하층’이라고 생각하는 비율은 2009년 42.4%, 2011년 45.3% 등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사회 안에서 소득이 얼마나 평등하게 분배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인 지니계수를 봐도 문제가 드러난다. 지니계수는 0에서 1 사이의 숫자로, 0에 가까울수록 분배가 잘 이뤄졌음을 나타낸다. 2010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평균 지니계수는 0.314. 통계청이 2012년 발표한 우리나라의 신(新)지니계수는 0.353이다.
설문을 분석한 이동열 리서치앤리서치 사회조사분석본부 팀장은 “국민통합을 하려면 빈부갈등은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라며 국민이 “여러 갈등 가운데 빈부갈등 문제를 가장 심각하게 생각하고 이를 가장 극복하기 힘들다고 여기는 만큼, 경제 지원책과 일자리 창출 등 다양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자율형사립고(자사고) 폐지 정책에 대해서는 응답자 3명 중 2명(64.5%)이 찬성 의견을 냈다. 자사고 폐지에 ‘적극 찬성’한다는 응답은 15.9%, ‘찬성하는 편’이라는 응답이 48.6%였다(그래프 참조).
눈여겨볼 점은 서울시 거주 응답자의 자사고 폐지 찬성율이 68.6%로, 광주·전라 지역(78.9%)에 이어 전국 2위라는 것. 서울에는 전국 자사고 49개교 중 절반이 넘는 25개교가 모여 있고, 이 가운데 14개교가 9월 재지정을 앞두고 있다. 자사고 존폐에 대한 논쟁이 가장 치열한 지역에서 폐지 찬성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온 셈이다.
6월 치른 서울시교육감 선거에서는 자사고 폐지를 공약한 ‘진보 후보’ 조희연 교육감이 39.1% 득표율로 당선했다. 패하긴 했지만 2위 문용린 후보(30.7%)와 3위 고승덕 후보(24.3%) 등 ‘보수 후보’의 득표율을 더하면 50%가 넘었다. 그러나 이번 조사를 보면 당시 보수 후보를 지지한 시민 중 상당수가 자사고 폐지를 원하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자신의 정치 성향을 ‘보수’라고 밝힌 응답자 가운데 자사고 폐지 찬성(51.9%) 응답자가 반대(48.1%) 응답자보다 많았다. ‘중도’라고 밝힌 응답자의 67.4%도 자사고 폐지에 찬성했다.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이 추진하는 ‘초중고생 9시 등교’ 정책에 대해서는 ‘찬성’(48%), ‘반대’(27.3%), ‘학교장 재량에 맡겨야 한다’(24.7%) 순이었다. 연령대별로는 20대 찬성(58.5%) 응답이 가장 높았고, 30대(58.2%), 40대(45.4%), 50대(40.4%), 60대 이상(40.0%) 순이었다. 정치 성향별로는 진보층의 63.5%가 9시 등교에 찬성한 반면, 보수층 찬성률은 36.7%에 그쳤다.
우리 국민은 대한민국을 안전하다고 생각할까. 이에 대한 설문에서는 ‘보통’이라는 응답이 43.5%로 가장 많은 가운데, 부정적인 의견(29.8%)과 긍정적인 의견(26.7%)이 팽팽히 맞섰다. 전자는 ‘별로 안전하지 않다’(23.5%)와 ‘전혀 안전하지 않다’(6.3%)는 비율을 더한 수치, 후자는 ‘상당히 안전하다’(24.6%)와 ‘매우 안전하다’(2.1%)를 합친 것이다. 성별로 보면 남성의 33.7%가 우리나라를 ‘매우 안전’(3.3%)하거나 ‘상당히 안전’(30.4%)하다고 평가한 반면, 33.9%의 여성은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의 긍정 응답률은 19.8%에 그쳤다.
연령별로는 세월호 참사 이후 이른바 ‘앵그리 패런츠’로 불린 40대 응답자의 부정적 인식(36.2%)이 가장 높았고, 긍정적 인식은 19.4%로 가장 낮았다. 반면 60대 이상 응답자의 30.9%는 우리나라를 안전하게 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치적으로는 ‘진보’ 성향 응답자 중 ‘별로 안전하지 않다’(32.0%)는 쪽이 ‘상당히 안전하다’(19.9%)는 쪽보다 많았고, ‘보수’ 성향 응답자 중에선 ‘상당히 안전하다’(34.2%)는 쪽이 ‘별로 안전하지 않다’(17.6%)를 압도했다. 세대나 정치 성향에 따라 안전에 대한 판단이 다르다는 점이 드러난 것이다.
안전사고가 발생할 경우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서는 ‘본능대로 움직인다’(50.1%)는 응답과 ‘현장 책임자의 지시에 따라 움직인다’(49.9%)가 거의 똑같이 나타났다. 20대 응답자는 ‘본능’(58.4%)을 택한 쪽이 ‘책임자 지시’(41.6%)를 따르는 쪽보다 많았고, 30대(54.7% vs 45.3%), 40대(50.5% vs 49.5%)까지 이런 인식은 비슷하게 이어졌다. 그러나 50대에서는 55.9%가, 60대 이상에서는 55.7%가 책임자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쪽을 택했다. 정치 성향별로 보면 ‘진보’는 ‘본능’(56.7%)에, ‘보수’는 ‘책임자의 지시’(54.7%) 쪽에 좀 더 무게를 실었다.
최근 늘고 있는 ‘1인 가구’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인식이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1인 가구가 향후 한국 사회에 미칠 영향’에 대해 응답자의 48.3%가 ‘다소 부정적’, 13.2%가 ‘매우 부정적’이라고 답했다. 반면 ‘매우 긍정적’(2.0%), ‘다소 긍정적’(10.5%)이라는 응답자는 전체 12.5%에 불과했다.
문제는 1인 가구 증가가 ‘예정된 미래’라는 점. 통계청이 발표한 ‘장래가구추계 2010~2035’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1인 가구 비율은 2010년 23.9%(415만3000가구)에서 2035년 34.3%(762만8000가구)로 급증한다. 이들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불식하고 이들이 한국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도록 하려면 어떤 변화가 필요할지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 행복도를 묻는 질문에는 과반 이상이 ‘보통’(51.5%)이라 답했고, ‘전혀 행복하지 않다’(4.7%)거나 ‘별로 행복하지 않다’(22.6%)는 부정적인 응답(27.3%)이 ‘매우 행복하다’(1.2%)와 ‘상당히 행복하다’(20.0%)는 긍정적인 응답(21.2%)보다 많았다. 연령별로는 40대의 ‘행복하다’(16.5%)는 응답 비율이 가장 낮았다. 2012년 미국 여론조사기관 갤럽이 세계 148개국 15세 이상 국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행복도 조사에서 우리나라는 97위를 차지했다. 국민의 행복도를 높이는 문제 역시 사회 구성원이 함께 풀어야 할 과제다.
정치
정치인 일방적 지지와 불신의 철옹성
배수강 기자 bsk@donga.com
갈등은 정치와도 맞닿아 있었다. 우리 국민은 ‘신뢰할 수 있는 정치인’으로 문재인 의원, 박근혜 대통령, 안철수 의원을 꼽았지만, ‘퇴출 정치인’으로도 이들을 가장 많이 꼽아 지지자별로 일방적 신뢰나 불신을 받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회갈등을 표출하는 통로이자, 대화와 타협 수단이 돼야 할 정치판에서도 지지 정치인을 두고 양극화가 심화한다는 분석이다.
광역단체장 16인 중 차기 대통령 적합 인물로 박원순 서울시장에 이어 홍준표 경남도지사, 안희정 충남도지사,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이름을 올렸다.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정치인’을 묻는 질문에는 18대 대통령선거(대선)에서 맞붙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16.6%)과 박근혜 대통령(15.6%)이 비슷하게 꼽혔고 △안철수 새정치연합 의원(10.4%) △박원순 서울시장(6.5%)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5.2%)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2.3%)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1.8%) △박영선 새정치연합 원내대표(1.0%) 순으로 나타났다. 이어 7·30 재·보궐선거에서 당선한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이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와 함께 각각 0.9%를 기록해 1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표 참조). 이정현 의원은 26년 만에 호남 지역에서 보수 정당 후보로 당선하면서 인지도와 신뢰도가 상승한 결과로 풀이된다.
문 의원은 30대(26.7%)와 40대(19.3%)에서, 박 대통령은 50대(28.2%)와 60대 이상(19.9%)에서 신뢰할 수 있는 정치인 1위에 올랐다. 지역별로는 문 의원이 대전·충청(27.4%), 광주·전라(23.2%) 지역에서 1위를, 박 대통령은 대구·경북(25.4%), 인천·경기(17.6%), 부산·울산·경남(17.3%), 강원·제주(12.7%)에서 1위를 차지했다. 안 의원은 20대에서 14.7%를 기록했지만 전체적으로 문 의원과 박 대통령에게 뒤처졌다. 흥미로운 점은 18대 대선에서 박 대통령에게 표를 몰아준 충청 지역(충남 56.7%, 충북 56.2%, 대전 50.0%, 세종 51.9% 득표율)에서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크게 떨어져 14.8%에 그친 반면, 문 의원을 꼽은 응답자는 27.4%나 됐다는 것.
반면 ‘퇴출해야 할 정치인’(3명 복수응답)으로는 박 대통령, 문재인 의원과 안철수 의원, 그리고 내란음모 혐의로 재판 중인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 정당해산심판을 받고 있는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가 상위권에 나란히 이름이 올랐다. △박근혜 대통령(14.9%) △이석기 의원(12.4%) △문재인 의원(12.3%)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11.2%) △안철수 의원(11.1%)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9.4%) △박지원 새정치연합 의원(7.9%) 순으로 조사됐다.
‘퇴출 정치인’을 묻는 설문에서도 정치 성향에 따라 지지층이 크게 갈렸다. 진보층의 28.6%는 박 대통령을, 19.9%는 김무성 대표를 퇴출 정치인으로 꼽았고, 반대로 보수층은 문재인 의원(24.3%)과 이정희 대표(22.9%), 이석기 의원(20.0%), 안철수 의원(18.1%)을 퇴출 정치인으로 꼽았다. 연령별로도 20, 30대는 보수 정치인을, 50대 이상은 진보 정치인을 퇴출 정치인으로 꼽는 경향이 강했다. 지역별로 보면 박 대통령은 대전·충청(21.8%)에서, 이석기 의원은 대구·경북(22.7%)에서, 문 의원은 강원·제주(21.2%)에서 퇴출 정치인으로 가장 많이 꼽혔다. 다음은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의 분석.
“인지도가 높은 정치인이 한쪽에선 신뢰를 얻고, 반대 측에선 퇴출 대상으로 지목되는 것은 각각의 지지층으로부터 일방적 신뢰, 일방적 불신을 받는다는 의미다. 갈등 중재자 구실을 해야 할 정치인이 오히려 충돌하면서 지지층의 동조 현상도 심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놓고 전직 대선후보였던 문 의원과 박 대통령이 맞서면서 지지층의 양극화, 극단화 현상도 강화되는 양상을 보인다.”
‘1년 뒤 박근혜 정부의 지지율’에 대해선 ‘하락할 것’(48.7%)이란 응답이 ‘상승할 것’(17.2%)이란 응답보다 훨씬 많았다. ‘비슷할 것’이란 응답은 34.1%였다(그래프2 참조). 정치 성향별로는 진보층(상승 11.4%, 하락 71.9%)은 물론, 보수층에서도 상승(31.6%)과 하락(31.5%) 응답이 비슷하게 나와 현 정부가 국민이 체감하는 변화와 실적을 보여줘야 지지율 하락세가 멈출 것으로 보인다.
광역단체장 중 차기 대통령 후보 적합도를 묻는 질문에는 홍준표 경남도지사의 선전이 눈에 띈다. 홍 지사는 광역단체장 16인 중 박원순 서울시장(51.7%)에 이어 11.9%를 얻어 안희정 충남도지사(7.1%), 남경필 경기도지사(6.0%), 원희룡 제주도지사(5.6%), 김관용 경북도지사(3.7%), 유정복 인천시장(2.8%)을 제쳤다(그래프1 참조). 홍 지사는 광주·전라(2.2%) 지역을 제외한 대구·경북(17.3%), 서울(14.0%), 부산·경남(16.4%)에서 고른 지지율을 보였다.
이는 홍 지사가 대선 출마 의사를 보이는 데다, 문창극 전 총리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촉구하고, 정치인을 정치마피아라고 비판하며 각성을 촉구하는 등 여권 단체장 중 현안에 대해 쓴소리를 하는 단체장이라는 인식이 확산한 결과로 풀이된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광주·전라(68.0%), 인천·경기(57.0%), 서울(52.3%)에서 높은 응답률을 보였지만 대구·경북(37.0%), 강원·제주(38.6%)에선 상대적으로 떨어졌다.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대전·충청(19.1%), 강원·제주(14.4%)에서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였다.
대선주자 중 차기 대통령 적합도를 묻는 설문에서도 박원순 서울시장은 29.6%를 기록해 1위를 차지했다. 이어 △문재인 의원(16.6%)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9.3%) △안철수 의원(8.3%) △정몽준 전 의원(5.3%)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5.2%) △오세훈 전 서울시장(3.6%) △안희정 충남도지사(3.5%) 순이었다.
대통령 적합도를 묻는 질문인 만큼 현역 서울시장 프리미엄이 작용했겠지만, 박 시장이 ‘야당 텃밭’인 호남에서 45.2%를 기록하며 문재인(15.6%), 안철수(6.8%) 의원과 큰 격차를 보인 것은 향후 ‘호남의 대선후보 선택 기준’ 변화를 감지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한편 공직 퇴직자의 공직 유관단체나 민간기업 재취업 제한 기간을 묻는 질문에는 평균 5.9년이라고 응답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는 6월 관피아(관료+마피아) 척결 의지를 보이며 공직자 재취업 제한 기간을 2년에서 3년으로 늘린 개정안을 마련했지만 국민 눈높이에는 못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8월 18일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5주기 추도식 당시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명의의 조화가 국립서울현충원에 놓인 데 대해 ‘부적절하다’는 의견(57.2%)이 ‘적절하다’(42.8%)는 의견보다 많았다. 연령별로는 30대(‘부적절’ 45.6%, ‘적절’ 54.4%)를 제외한 전 연령대에서 ‘부적절하다’는 응답이 우세했고, 20대에서도 ‘부적절하다’(56.0%)는 응답이 ‘적절하다’(44.0%)보다 높았다. 지역별로는 강원·제주(72.8%), 대구·경북(63.4%), 서울(61.0%)에서 ‘부적절하다’는 응답이 많은 반면, 광주·전라 지역에서는 ‘적절하다’(58.0%)는 응답이 ‘부적절하다’(42.0%)는 응답보다 많았다.
외교·안보
고생하는 전방 근무병사 인센티브 줘야
황일도 기자 shamora@donga.com
안보 관련 설문 중 단연 눈길을 끄는 것은 병역제도와 관련한 응답이었다. 군대문화 개선을 위한 대안으로 제시한 3가지 항목 중 국민으로부터 가장 높은 평가를 받은 것은 ‘전방 근무병사 인센티브 부여 제도’(7.31점)였다. 연령별, 지역별, 정치 성향별로는 뚜렷한 차이가 드러나지 않았다.
흥미로운 부분은 ‘모병제 도입’을 긍정 평가하는 의견이 6.48점으로 나왔다는 점(표1 참조). 전방 근무 인센티브와 달리 모병제에 대한 긍정 평가는 보수 성향 6.91, 중도 성향 6.53, 진보 성향 6.05점으로 명확히 구분됐다. 여성(6.68)이 남성(6.28)보다 모병제를 더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세대별로는 입대할 연령층을 자녀로 둔 40대의 긍정 평가가 6.87점으로 단연 높았다. 지역별로도 보수 성향이 강한 대구·경북 지역 응답자의 긍정 평가가 7.50점으로 압도적이라는 사실이 눈에 띈다.
이러한 지형은 모병제 지지여론이 30% 선에 머물렀던 이전과는 사뭇 다른 추세다. 예컨대 육군 28사단 윤모 일병 사망 사건이 알려지기 전인 7월 8~10일 진행한 아산정책연구원·리서치앤리서치·YTN 공동조사에서 ‘모병제 전환’ 의견은 26.1%에 불과했고, ‘징병제 유지’는 49.5%였다. 사건이 불거진 뒤 실시된 JTBC·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는 ‘모병제 전환’ 의견이 52.6%로 비약적으로 상승했다.
이동열 리서치앤리서치 팀장은 “이번 조사는 모병제와 징병제 가운데 선택하는 질문이 아니었던 만큼 이전 조사와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전반적으로 모병제에 대한 거부감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음을 보여주는 데이터”라고 분석했다.
그간 모병제 전환을 적극적으로 주장해온 정당이나 시민단체가 주로 진보 성향이 강했고, 이 때문에 해당 이슈는 진보적 성격의 어젠다로 분류되곤 했다. 그러나 보수 성향 응답자의 긍정 평가가 더 높은 이번 조사 결과는 이러한 구분이 무의미해졌음을 나타낸다. 모병제가 가진 ‘효율성’을 보수 성향 응답자들이 한층 더 주목하고, 국민개병제가 가진 ‘평등’이라는 가치를 진보 성향 응답자들이 더 높게 평가한 결과라고도 해석할 수 있다. “국가 경제 전체를 놓고 보면 모병제가 이익”이라는 주장과 “가난한 사람만 군대 가라는 말이냐”는 반론이 숨어 있는 셈이다.
병역제도 대안 가운데 하나로 제시된 ‘여성 의무복무’에 대해서는 예상대로 남성(5.10)의 긍정 평가가 여성(3.81)보다 압도적으로 높았다. 정치 성향별로는 중도층(4.67)의 긍정 평가가 보수층(4.18)이나 진보 성향(4.36)보다 높았고, 지역별로는 영남권만 5점 이상을 기록했다. 연령별로는 20대(4.75)와 30대(4.73)에서 긍정 평가가 높은 반면, 연령층이 높아질수록 긍정 평가는 줄어드는 경향이 뚜렷했다(60대는 4.21). 군 복무를 마친 지 얼마 되지 않은 사람일수록 여성도 군대에 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는 뜻이다.
‘남북통일이 언제쯤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는가’라는 질문에는 평균 ‘25.4년 걸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20대에서는 평균 34.5년으로 나타났다. 반면 60대 이상은 19.3년이면 충분하다고 응답해 세대별 차이가 뚜렷했다(표2 참조). 이는 ‘김정은 체제 안정성’을 묻는 질문에 연령대별로 별다른 차이 없이 전체 27.5%가 ‘전혀 안정적이지 않다’, 48.5%가 ‘별로 안정적이지 않다’를 선택한 것과 비교해보면 의미심장하다. 북한 체제의 붕괴 가능성에 대해서는 생각이 비슷하지만, 젊은 세대일수록 통일을 뒤로 미루고 싶어 하는 심리가 더욱 강하게 반영됐다고 유추할 수 있는 대목.
반면 북한 자체에 대한 이미지나 호감도는 40, 50대에서 상대적으로 높고 20대와 60대에서는 낮게 나타나는 특징을 보인다. ‘국제 스포츠 경기에서 응원할 국가’를 묻는 질문에서 20대에서는 ‘미국’(59.6%)을 응원하겠다는 응답이 ‘북한’(28.7%)보다 배 이상 많은 반면, 40대에서는 ‘북한’(53.1%)이 ‘미국’(34.3%)보다 훨씬 높게 나타난 것. 두 나라에 대한 응원 의사가 연령별로 정확히 대칭을 이루는 구조다.
이를 각국 지도자의 이미지와 연결해보면 더욱 흥미롭다. ‘함께 저녁식사를 하고 싶은 지도자’를 꼽는 질문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46.9%)이 압도적 1위를 기록해 △박근혜 대통령(28.9%)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15.8%)을 크게 앞섰다. 반면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제1비서를 꼽은 응답자는 2.8%에 불과해, 아베 신조 일본 총리(2.9%)에도 뒤졌다. 북한 자체보다 지도자 김정은에 대한 이미지가 훨씬 부정적이라는 뜻. 다만 20대와 60대는 오바마 대통령을 꼽은 비율이 다른 연령대에 비해 높았고, 김정은을 꼽은 비율은 30~50대에서 다른 세대보다 높게 나타난다는 점은 앞의 문항과 마찬가지다.
주목할 사항은 북한에 대한 세대별 이미지 차이가 대북정책에 대한 견해 차이로 이어지는 건 아니라는 사실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와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 중 어느 쪽에 동의하는지 묻는 설문의 경우, 각각 36.7%와 35.0%로 거의 차이가 없었지만(28.3%는 ‘둘 다 동의하지 않는다’), 연령대별로 보면 노년층일수록 한반도 신뢰프로세스(60대 55.6%)를, 젊은 층일수록 햇볕정책(20대 44.5%)을 더 많이 지지하는 추세가 뚜렷했다. 보수 성향, 영남 지역 거주자가 전자를, 진보 성향, 호남 지역 거주자가 후자를 주로 지지하는 것 역시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대북정책에 대한 이러한 연령·권역·정치 성향별 지지 특성은 오히려 박 대통령 지지 여부에 대한 응답의 특성과 고스란히 일치한다. 요컨대 대북정책을 둘러싼 여론 평가는 북한에 대한 호오(好惡)가 아니라 이를 추진하는 주체가 누구냐에 따라 갈린다는 의미다. 한국 사회 여론 지형에서 남북관계는 안보 문제라기보다 국내 정치 이슈에 훨씬 더 가깝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할 수 있는 데이터다.
경제
내년 살림살이도 올해처럼 팍팍할 것
구희언 기자 hawkeye@donga.com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초이노믹스(Choinomics)’는 과연 성과를 거둘 수 있을까. 초이노믹스의 핵심은 정부의 재정 투입과 기업 지출 자극을 통한 가계소득 부양, 그리고 내수 경기 활성화로 요약된다. 7월 24일 정부는 경기 부양을 위해 내년까지 총 40조7000억 원의 재정·금융·외환자금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또 기업 이익의 가계 유입을 유도하는 가계소득 증대 세제 3대 패키지를 신설하고, 주택시장 정상화를 위해 지역·금융권역별로 차별화했던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을 각각 70%와 60%로 단일화하고 DTI의 소득 인정 범위를 추가 확대했다.
정책·세제·예산·금리 등 이른바 ‘거시경제 4종 세트’로 대표되는 최 부총리의 경제 활성화 정책 중 국민 기대치가 가장 높은 것은 ‘유망서비스업 육성’ 분야였다. 이 정책에 대한 찬성 정도는 6.72점이었다. ‘규제개혁’에 대한 찬성 정도는 6.41점, ‘기업 내 유보금 과세 등 세제 정책’의 찬성 정도는 6.29점이었다. ‘금리 인하’(5.8점), ‘대출 완화 등 부동산 정책’(5.64점)이 뒤를 이었다.
정치 성향별로는 진보층의 찬성 정도가 보수층보다 0.48~1.37점 높았다. 또 응답자의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정책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김정미 리서치앤리서치 전임연구원은 “최 부총리의 경제 활성화 정책이 6점대를 받은 것은 응답자들이 전반적으로 정책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고 판단할 수 있는 대목”이라고 분석했다.
올해 국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당초 한국은행이 3.8%, 한국경제연구원과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3.4%를 예상했지만 국민은 올해 2.4% 정도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내년 경제성장률은 2.6%로 올해보다 조금 높게 예상했다(표 참조). 한국은행과 기관 예상치와 달리 일반 국민이 체감하는 경제는 훨씬 싸늘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내년 경제 사정에 대해선 51.5%가 ‘올해와 비슷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6월 ‘블룸버그’가 집계한 외국계 금융기관 및 신용평가기관 등 33곳의 한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와도 비슷한 결과다. 5월 30일 기준 외국계 금융기관 및 신용평가기관의 한국 GDP 성장률 전망치 평균은 3.63%였다.
내년 경제 사정이 ‘올해보다 나빠질 것’(27.3%)이라고 응답한 수치나 ‘올해보다 좋아질 것’(21.2%)이라고 응답한 수치가 비슷했다. 흥미로운 점은 정치 성향에 따라 경제 전망에 대한 의견이 크게 엇갈린 것. ‘올해보다 나빠질 것’이라고 응답한 사람 중에는 진보층 응답자(36.7%)가 보수층(17.4%)보다 많았다. 반면 보수층 응답자(37.1%)는 진보 성향(12.0%)에 비해 ‘올해보다 좋아질 것’이라고 전망한 이가 많았다.
1인당 국민소득이 4만 달러가 되기까지 소요 기간을 묻는 질문에는 평균 ‘13.3년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남성 응답자(13.1년)보다 여성 응답자(13.6년)가 오래 걸릴 것이라고 응답했고, 연령이 어릴수록 기간이 길어질 거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이동열 팀장은 “경제성장률과 관련해서는 예상 경제성장률을 3.4%로 제시하고 설문을 진행했음에도 예상 성장률보다 1%p 낮은 결과가 나왔다. 아무래도 체감 경기가 좋지 못한 것이 반영된 결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20대의 경우 예상 경제성장률을 가장 낮게 책정했고(2%), 4만 달러 진입 시기도 16.7년으로 가장 길게 예측했다”며 “청년 실업 문제 등 20대의 경제적 어려움이 작용해 젊은 층이 가장 비관적으로 전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1년 뒤 부동산 경기 역시 ‘지금과 비슷할 것’(50.8%)이란 응답이 압도적이었다. ‘지금보다 침체될 것’(26.1%), ‘지금보다 활성화될 것’(23.1%) 순이었다. 진보 성향 응답자 중에는 ‘침체될 것’(33.4%)이란 전망이 많았지만, 보수 성향 응답자 중에는 ‘활성화될 것’(36.5%)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높았다.
전월세 시세는 ‘상승할 것’(45.4%), ‘지금과 비슷할 것’(44.5%)이란 응답이 비슷했고, ‘하락할 것’이라는 응답은 10.1%였다.
해외 직구(직접구매)에 따른 소비 트렌드 변화에 대해서는 10명 중 7~8명이 ‘해외 직구 경험을 했거나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다. ‘해외 직구 경험은 없지만 의향이 있다’고 한 응답자가 50.6%, ‘해외 직구 경험이 있다’ 26.6%, ‘해외 직구 경험과 의향 모두 없다’는 22.8%로 조사됐다. 성별로는 남성(25.1%)보다 여성(28.2%)이 해외 직구 경험이 많았고, 연령별로 IT(정보기술) 기기 조작에 밝은 20대(37.4%), 30대(34.0%)의 경험 비율이 높았다.
문화
‘명량’이어‘세종대왕’ 영화 만들어라
구희언 기자 hawkeye@donga.com
개국 3년 차를 맞은 종합편성채널(종편) 콘텐츠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40%가 ‘긍정적’이라고 답했다. ‘보통’은 33.6%, ‘부정적’ 응답은 26.4%였다.
연령대별로는 50대의 긍정 비율(45.1%, 부정 25.8%)이 가장 높았고, 60대 이상(42.6%, 부정 20.7%), 20대(40%, 부정 24.1%) 순이었다. 이는 지난해 9월 민주당 미디어홍보지원특별위원회에서 벌인 여론조사에서 20대 응답자 52.3%가 종편의 필요성에 대해 ‘필요 없다’고 응답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김정미 전임연구원은 “개국 초기에는 종편 콘텐츠에 대해 우려가 있었지만 꾸준히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면서 젊은 층의 시각이 긍정적으로 변한 것으로 분석된다”며 “전 연령층에서 종편 콘텐츠에 대해 ‘긍정적’ 평가가 높게 나온 점은 시청자 눈높이에 맞춘 콘텐츠를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그래프 참조).
8월 28일 현재 16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역대 영화 최고 매출 신기록을 세운 ‘명량’. 이 영화의 주인공 이순신 장군 외에 ‘한국인 중 영화로 만들어지길 바라는 인물’로는 세종대왕(18.4%)이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안중근(9.4%), 김구(8.4%), 광개토대왕(4.2%), 박정희 전 대통령(4.0%), 유관순(3.6%), 신사임당(3.3%), 강감찬(2.9%), 을지문덕(2.7%), 노무현 전 대통령(2.0%)이 10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표 참조). 외세로부터 나라를 지켰거나 큰 업적을 이룬 영웅을 그리워한다는 점을 알 수 있는 대목.
케이팝(K-pop), 드라마, 영화 등 ‘한류 열풍’ 전망을 묻는 질문에는 50.8%가 ‘지금 정도 수준일 것’이라고 응답했다. ‘인기가 높아질 것’이라는 응답은 28.7%, ‘인기가 내려갈 것’이라는 응답은 20.5%였다. 연령대별로는 20대의 긍정 평가가 36.5%로 가장 높았고, 30대는 21.3%로 가장 낮았다.
최근 방송에서 빠지지 않는 간접광고(PPL)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할까. 과거에는 제품 협찬이 작품 안에서 스쳐 지나가듯 PPL이 이뤄졌다면, 이제는 PPL을 위해 주인공 직업이 바뀌는가 하면 휴대전화 통화 장면, 화장대 클로즈업 장면도 등장한다. PPL에 대한 인식조사에서는 ‘보통’이라는 응답이 46%로 가장 높았고, ‘부정적인 편’이라는 의견은 30%, ‘긍정적인 편’이라는 응답은 24%였다.
빈부·이념·지역·세대 4대 갈등 위험수위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한국 사회는 언제, 왜 이런 상황에까지 이른 것일까. 우리 국민은 한국 사회의 ‘빈부갈등’을 매우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이고 있으며, 특히 ‘경제의 허리층’인 30, 40대가 이를 더욱 엄중하게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사회의 빈부갈등 심각 정도를 0~10점 수치로 표시하게 한 결과 평균 점수는 8.18점이었다. ‘전혀 심각하지 않다’(0~2점), ‘심각하지 않다’(2~4점), ‘보통이다’(4~6점), ‘심각하다’(6~8점), ‘매우 심각하다’(8~10점) 등 다섯 단계로 구분할 경우 ‘매우 심각하다’에 해당한다. 30, 40대 응답자 10명 중 4명 (30대 39.9%, 40대 37.1%)이 ‘빈부갈등’ 심각도에 10점을 매겼다.
응답자들은 한국 사회의 ‘지역갈등’(7.45점)과 ‘이념갈등’(7.21점), ‘세대갈등’(7.18점)에 대해서도 모두 평균 7점 이상을 줬다. ‘지역갈등’의 경우 대구·경북 지역 응답자 평균이 8.16점으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고, 광주·전라 지역은 6.87점으로 가장 낮았다.
‘이념갈등’을 심각하게 느끼는 정도는 정치 성향에 따라 차이가 났다. 자신을 ‘중도’ 성향이라고 밝힌 응답자 평균은 6.97점인 반면 ‘진보’ 성향 응답자 평균은 7.50점, ‘보수’ 성향 응답자 평균은 7.27점이었다.
4가지 갈등 유형 중 ‘가장 극복하기 힘든 갈등’으로는 응답자 2명 중 1명이 ‘빈부갈등’(46.7%)을 꼽았다. 이념갈등(24.0%), 지역갈등(22.1%), 세대갈등(7.2%)이 뒤를 이었다.
‘빈부갈등’은 응답자 성별과 연령, 거주지, 정치 성향을 막론하고 모든 영역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다. 특히 20대 응답자는 54.1%가 ‘빈부갈등’을 가장 극복하기 어렵다고 답했다(표 참조).
돌이켜보면 ‘빈부갈등 적신호’는 이미 켜져 있었다. 통계청이 지난해 발표한 ‘2013년 사회조사’에서 응답자의 46.7%가 현재 자신의 사회경제적 지위를 ‘하층’이라고 여겼다. 관련 조사를 시작한 1988년 이래 사상 최고치로, 자신을 ‘하층’이라고 생각하는 비율은 2009년 42.4%, 2011년 45.3% 등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사회 안에서 소득이 얼마나 평등하게 분배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인 지니계수를 봐도 문제가 드러난다. 지니계수는 0에서 1 사이의 숫자로, 0에 가까울수록 분배가 잘 이뤄졌음을 나타낸다. 2010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평균 지니계수는 0.314. 통계청이 2012년 발표한 우리나라의 신(新)지니계수는 0.353이다.
설문을 분석한 이동열 리서치앤리서치 사회조사분석본부 팀장은 “국민통합을 하려면 빈부갈등은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라며 국민이 “여러 갈등 가운데 빈부갈등 문제를 가장 심각하게 생각하고 이를 가장 극복하기 힘들다고 여기는 만큼, 경제 지원책과 일자리 창출 등 다양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자율형사립고(자사고) 폐지 정책에 대해서는 응답자 3명 중 2명(64.5%)이 찬성 의견을 냈다. 자사고 폐지에 ‘적극 찬성’한다는 응답은 15.9%, ‘찬성하는 편’이라는 응답이 48.6%였다(그래프 참조).
눈여겨볼 점은 서울시 거주 응답자의 자사고 폐지 찬성율이 68.6%로, 광주·전라 지역(78.9%)에 이어 전국 2위라는 것. 서울에는 전국 자사고 49개교 중 절반이 넘는 25개교가 모여 있고, 이 가운데 14개교가 9월 재지정을 앞두고 있다. 자사고 존폐에 대한 논쟁이 가장 치열한 지역에서 폐지 찬성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온 셈이다.
6월 치른 서울시교육감 선거에서는 자사고 폐지를 공약한 ‘진보 후보’ 조희연 교육감이 39.1% 득표율로 당선했다. 패하긴 했지만 2위 문용린 후보(30.7%)와 3위 고승덕 후보(24.3%) 등 ‘보수 후보’의 득표율을 더하면 50%가 넘었다. 그러나 이번 조사를 보면 당시 보수 후보를 지지한 시민 중 상당수가 자사고 폐지를 원하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자신의 정치 성향을 ‘보수’라고 밝힌 응답자 가운데 자사고 폐지 찬성(51.9%) 응답자가 반대(48.1%) 응답자보다 많았다. ‘중도’라고 밝힌 응답자의 67.4%도 자사고 폐지에 찬성했다.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이 추진하는 ‘초중고생 9시 등교’ 정책에 대해서는 ‘찬성’(48%), ‘반대’(27.3%), ‘학교장 재량에 맡겨야 한다’(24.7%) 순이었다. 연령대별로는 20대 찬성(58.5%) 응답이 가장 높았고, 30대(58.2%), 40대(45.4%), 50대(40.4%), 60대 이상(40.0%) 순이었다. 정치 성향별로는 진보층의 63.5%가 9시 등교에 찬성한 반면, 보수층 찬성률은 36.7%에 그쳤다.
우리 국민은 대한민국을 안전하다고 생각할까. 이에 대한 설문에서는 ‘보통’이라는 응답이 43.5%로 가장 많은 가운데, 부정적인 의견(29.8%)과 긍정적인 의견(26.7%)이 팽팽히 맞섰다. 전자는 ‘별로 안전하지 않다’(23.5%)와 ‘전혀 안전하지 않다’(6.3%)는 비율을 더한 수치, 후자는 ‘상당히 안전하다’(24.6%)와 ‘매우 안전하다’(2.1%)를 합친 것이다. 성별로 보면 남성의 33.7%가 우리나라를 ‘매우 안전’(3.3%)하거나 ‘상당히 안전’(30.4%)하다고 평가한 반면, 33.9%의 여성은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의 긍정 응답률은 19.8%에 그쳤다.
연령별로는 세월호 참사 이후 이른바 ‘앵그리 패런츠’로 불린 40대 응답자의 부정적 인식(36.2%)이 가장 높았고, 긍정적 인식은 19.4%로 가장 낮았다. 반면 60대 이상 응답자의 30.9%는 우리나라를 안전하게 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치적으로는 ‘진보’ 성향 응답자 중 ‘별로 안전하지 않다’(32.0%)는 쪽이 ‘상당히 안전하다’(19.9%)는 쪽보다 많았고, ‘보수’ 성향 응답자 중에선 ‘상당히 안전하다’(34.2%)는 쪽이 ‘별로 안전하지 않다’(17.6%)를 압도했다. 세대나 정치 성향에 따라 안전에 대한 판단이 다르다는 점이 드러난 것이다.
안전사고가 발생할 경우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서는 ‘본능대로 움직인다’(50.1%)는 응답과 ‘현장 책임자의 지시에 따라 움직인다’(49.9%)가 거의 똑같이 나타났다. 20대 응답자는 ‘본능’(58.4%)을 택한 쪽이 ‘책임자 지시’(41.6%)를 따르는 쪽보다 많았고, 30대(54.7% vs 45.3%), 40대(50.5% vs 49.5%)까지 이런 인식은 비슷하게 이어졌다. 그러나 50대에서는 55.9%가, 60대 이상에서는 55.7%가 책임자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쪽을 택했다. 정치 성향별로 보면 ‘진보’는 ‘본능’(56.7%)에, ‘보수’는 ‘책임자의 지시’(54.7%) 쪽에 좀 더 무게를 실었다.
최근 늘고 있는 ‘1인 가구’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인식이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1인 가구가 향후 한국 사회에 미칠 영향’에 대해 응답자의 48.3%가 ‘다소 부정적’, 13.2%가 ‘매우 부정적’이라고 답했다. 반면 ‘매우 긍정적’(2.0%), ‘다소 긍정적’(10.5%)이라는 응답자는 전체 12.5%에 불과했다.
문제는 1인 가구 증가가 ‘예정된 미래’라는 점. 통계청이 발표한 ‘장래가구추계 2010~2035’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1인 가구 비율은 2010년 23.9%(415만3000가구)에서 2035년 34.3%(762만8000가구)로 급증한다. 이들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불식하고 이들이 한국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도록 하려면 어떤 변화가 필요할지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 행복도를 묻는 질문에는 과반 이상이 ‘보통’(51.5%)이라 답했고, ‘전혀 행복하지 않다’(4.7%)거나 ‘별로 행복하지 않다’(22.6%)는 부정적인 응답(27.3%)이 ‘매우 행복하다’(1.2%)와 ‘상당히 행복하다’(20.0%)는 긍정적인 응답(21.2%)보다 많았다. 연령별로는 40대의 ‘행복하다’(16.5%)는 응답 비율이 가장 낮았다. 2012년 미국 여론조사기관 갤럽이 세계 148개국 15세 이상 국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행복도 조사에서 우리나라는 97위를 차지했다. 국민의 행복도를 높이는 문제 역시 사회 구성원이 함께 풀어야 할 과제다.
정치
정치인 일방적 지지와 불신의 철옹성
배수강 기자 bsk@donga.com
갈등은 정치와도 맞닿아 있었다. 우리 국민은 ‘신뢰할 수 있는 정치인’으로 문재인 의원, 박근혜 대통령, 안철수 의원을 꼽았지만, ‘퇴출 정치인’으로도 이들을 가장 많이 꼽아 지지자별로 일방적 신뢰나 불신을 받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회갈등을 표출하는 통로이자, 대화와 타협 수단이 돼야 할 정치판에서도 지지 정치인을 두고 양극화가 심화한다는 분석이다.
광역단체장 16인 중 차기 대통령 적합 인물로 박원순 서울시장에 이어 홍준표 경남도지사, 안희정 충남도지사,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이름을 올렸다.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정치인’을 묻는 질문에는 18대 대통령선거(대선)에서 맞붙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16.6%)과 박근혜 대통령(15.6%)이 비슷하게 꼽혔고 △안철수 새정치연합 의원(10.4%) △박원순 서울시장(6.5%)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5.2%)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2.3%)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1.8%) △박영선 새정치연합 원내대표(1.0%) 순으로 나타났다. 이어 7·30 재·보궐선거에서 당선한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이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와 함께 각각 0.9%를 기록해 1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표 참조). 이정현 의원은 26년 만에 호남 지역에서 보수 정당 후보로 당선하면서 인지도와 신뢰도가 상승한 결과로 풀이된다.
문 의원은 30대(26.7%)와 40대(19.3%)에서, 박 대통령은 50대(28.2%)와 60대 이상(19.9%)에서 신뢰할 수 있는 정치인 1위에 올랐다. 지역별로는 문 의원이 대전·충청(27.4%), 광주·전라(23.2%) 지역에서 1위를, 박 대통령은 대구·경북(25.4%), 인천·경기(17.6%), 부산·울산·경남(17.3%), 강원·제주(12.7%)에서 1위를 차지했다. 안 의원은 20대에서 14.7%를 기록했지만 전체적으로 문 의원과 박 대통령에게 뒤처졌다. 흥미로운 점은 18대 대선에서 박 대통령에게 표를 몰아준 충청 지역(충남 56.7%, 충북 56.2%, 대전 50.0%, 세종 51.9% 득표율)에서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크게 떨어져 14.8%에 그친 반면, 문 의원을 꼽은 응답자는 27.4%나 됐다는 것.
반면 ‘퇴출해야 할 정치인’(3명 복수응답)으로는 박 대통령, 문재인 의원과 안철수 의원, 그리고 내란음모 혐의로 재판 중인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 정당해산심판을 받고 있는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가 상위권에 나란히 이름이 올랐다. △박근혜 대통령(14.9%) △이석기 의원(12.4%) △문재인 의원(12.3%)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11.2%) △안철수 의원(11.1%)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9.4%) △박지원 새정치연합 의원(7.9%) 순으로 조사됐다.
‘퇴출 정치인’을 묻는 설문에서도 정치 성향에 따라 지지층이 크게 갈렸다. 진보층의 28.6%는 박 대통령을, 19.9%는 김무성 대표를 퇴출 정치인으로 꼽았고, 반대로 보수층은 문재인 의원(24.3%)과 이정희 대표(22.9%), 이석기 의원(20.0%), 안철수 의원(18.1%)을 퇴출 정치인으로 꼽았다. 연령별로도 20, 30대는 보수 정치인을, 50대 이상은 진보 정치인을 퇴출 정치인으로 꼽는 경향이 강했다. 지역별로 보면 박 대통령은 대전·충청(21.8%)에서, 이석기 의원은 대구·경북(22.7%)에서, 문 의원은 강원·제주(21.2%)에서 퇴출 정치인으로 가장 많이 꼽혔다. 다음은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의 분석.
“인지도가 높은 정치인이 한쪽에선 신뢰를 얻고, 반대 측에선 퇴출 대상으로 지목되는 것은 각각의 지지층으로부터 일방적 신뢰, 일방적 불신을 받는다는 의미다. 갈등 중재자 구실을 해야 할 정치인이 오히려 충돌하면서 지지층의 동조 현상도 심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놓고 전직 대선후보였던 문 의원과 박 대통령이 맞서면서 지지층의 양극화, 극단화 현상도 강화되는 양상을 보인다.”
‘1년 뒤 박근혜 정부의 지지율’에 대해선 ‘하락할 것’(48.7%)이란 응답이 ‘상승할 것’(17.2%)이란 응답보다 훨씬 많았다. ‘비슷할 것’이란 응답은 34.1%였다(그래프2 참조). 정치 성향별로는 진보층(상승 11.4%, 하락 71.9%)은 물론, 보수층에서도 상승(31.6%)과 하락(31.5%) 응답이 비슷하게 나와 현 정부가 국민이 체감하는 변화와 실적을 보여줘야 지지율 하락세가 멈출 것으로 보인다.
광역단체장 중 차기 대통령 후보 적합도를 묻는 질문에는 홍준표 경남도지사의 선전이 눈에 띈다. 홍 지사는 광역단체장 16인 중 박원순 서울시장(51.7%)에 이어 11.9%를 얻어 안희정 충남도지사(7.1%), 남경필 경기도지사(6.0%), 원희룡 제주도지사(5.6%), 김관용 경북도지사(3.7%), 유정복 인천시장(2.8%)을 제쳤다(그래프1 참조). 홍 지사는 광주·전라(2.2%) 지역을 제외한 대구·경북(17.3%), 서울(14.0%), 부산·경남(16.4%)에서 고른 지지율을 보였다.
이는 홍 지사가 대선 출마 의사를 보이는 데다, 문창극 전 총리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촉구하고, 정치인을 정치마피아라고 비판하며 각성을 촉구하는 등 여권 단체장 중 현안에 대해 쓴소리를 하는 단체장이라는 인식이 확산한 결과로 풀이된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광주·전라(68.0%), 인천·경기(57.0%), 서울(52.3%)에서 높은 응답률을 보였지만 대구·경북(37.0%), 강원·제주(38.6%)에선 상대적으로 떨어졌다.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대전·충청(19.1%), 강원·제주(14.4%)에서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였다.
대선주자 중 차기 대통령 적합도를 묻는 설문에서도 박원순 서울시장은 29.6%를 기록해 1위를 차지했다. 이어 △문재인 의원(16.6%)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9.3%) △안철수 의원(8.3%) △정몽준 전 의원(5.3%)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5.2%) △오세훈 전 서울시장(3.6%) △안희정 충남도지사(3.5%) 순이었다.
대통령 적합도를 묻는 질문인 만큼 현역 서울시장 프리미엄이 작용했겠지만, 박 시장이 ‘야당 텃밭’인 호남에서 45.2%를 기록하며 문재인(15.6%), 안철수(6.8%) 의원과 큰 격차를 보인 것은 향후 ‘호남의 대선후보 선택 기준’ 변화를 감지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한편 공직 퇴직자의 공직 유관단체나 민간기업 재취업 제한 기간을 묻는 질문에는 평균 5.9년이라고 응답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는 6월 관피아(관료+마피아) 척결 의지를 보이며 공직자 재취업 제한 기간을 2년에서 3년으로 늘린 개정안을 마련했지만 국민 눈높이에는 못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8월 18일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5주기 추도식 당시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명의의 조화가 국립서울현충원에 놓인 데 대해 ‘부적절하다’는 의견(57.2%)이 ‘적절하다’(42.8%)는 의견보다 많았다. 연령별로는 30대(‘부적절’ 45.6%, ‘적절’ 54.4%)를 제외한 전 연령대에서 ‘부적절하다’는 응답이 우세했고, 20대에서도 ‘부적절하다’(56.0%)는 응답이 ‘적절하다’(44.0%)보다 높았다. 지역별로는 강원·제주(72.8%), 대구·경북(63.4%), 서울(61.0%)에서 ‘부적절하다’는 응답이 많은 반면, 광주·전라 지역에서는 ‘적절하다’(58.0%)는 응답이 ‘부적절하다’(42.0%)는 응답보다 많았다.
외교·안보
고생하는 전방 근무병사 인센티브 줘야
황일도 기자 shamora@donga.com
안보 관련 설문 중 단연 눈길을 끄는 것은 병역제도와 관련한 응답이었다. 군대문화 개선을 위한 대안으로 제시한 3가지 항목 중 국민으로부터 가장 높은 평가를 받은 것은 ‘전방 근무병사 인센티브 부여 제도’(7.31점)였다. 연령별, 지역별, 정치 성향별로는 뚜렷한 차이가 드러나지 않았다.
흥미로운 부분은 ‘모병제 도입’을 긍정 평가하는 의견이 6.48점으로 나왔다는 점(표1 참조). 전방 근무 인센티브와 달리 모병제에 대한 긍정 평가는 보수 성향 6.91, 중도 성향 6.53, 진보 성향 6.05점으로 명확히 구분됐다. 여성(6.68)이 남성(6.28)보다 모병제를 더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세대별로는 입대할 연령층을 자녀로 둔 40대의 긍정 평가가 6.87점으로 단연 높았다. 지역별로도 보수 성향이 강한 대구·경북 지역 응답자의 긍정 평가가 7.50점으로 압도적이라는 사실이 눈에 띈다.
이러한 지형은 모병제 지지여론이 30% 선에 머물렀던 이전과는 사뭇 다른 추세다. 예컨대 육군 28사단 윤모 일병 사망 사건이 알려지기 전인 7월 8~10일 진행한 아산정책연구원·리서치앤리서치·YTN 공동조사에서 ‘모병제 전환’ 의견은 26.1%에 불과했고, ‘징병제 유지’는 49.5%였다. 사건이 불거진 뒤 실시된 JTBC·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는 ‘모병제 전환’ 의견이 52.6%로 비약적으로 상승했다.
이동열 리서치앤리서치 팀장은 “이번 조사는 모병제와 징병제 가운데 선택하는 질문이 아니었던 만큼 이전 조사와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전반적으로 모병제에 대한 거부감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음을 보여주는 데이터”라고 분석했다.
그간 모병제 전환을 적극적으로 주장해온 정당이나 시민단체가 주로 진보 성향이 강했고, 이 때문에 해당 이슈는 진보적 성격의 어젠다로 분류되곤 했다. 그러나 보수 성향 응답자의 긍정 평가가 더 높은 이번 조사 결과는 이러한 구분이 무의미해졌음을 나타낸다. 모병제가 가진 ‘효율성’을 보수 성향 응답자들이 한층 더 주목하고, 국민개병제가 가진 ‘평등’이라는 가치를 진보 성향 응답자들이 더 높게 평가한 결과라고도 해석할 수 있다. “국가 경제 전체를 놓고 보면 모병제가 이익”이라는 주장과 “가난한 사람만 군대 가라는 말이냐”는 반론이 숨어 있는 셈이다.
병역제도 대안 가운데 하나로 제시된 ‘여성 의무복무’에 대해서는 예상대로 남성(5.10)의 긍정 평가가 여성(3.81)보다 압도적으로 높았다. 정치 성향별로는 중도층(4.67)의 긍정 평가가 보수층(4.18)이나 진보 성향(4.36)보다 높았고, 지역별로는 영남권만 5점 이상을 기록했다. 연령별로는 20대(4.75)와 30대(4.73)에서 긍정 평가가 높은 반면, 연령층이 높아질수록 긍정 평가는 줄어드는 경향이 뚜렷했다(60대는 4.21). 군 복무를 마친 지 얼마 되지 않은 사람일수록 여성도 군대에 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는 뜻이다.
‘남북통일이 언제쯤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는가’라는 질문에는 평균 ‘25.4년 걸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20대에서는 평균 34.5년으로 나타났다. 반면 60대 이상은 19.3년이면 충분하다고 응답해 세대별 차이가 뚜렷했다(표2 참조). 이는 ‘김정은 체제 안정성’을 묻는 질문에 연령대별로 별다른 차이 없이 전체 27.5%가 ‘전혀 안정적이지 않다’, 48.5%가 ‘별로 안정적이지 않다’를 선택한 것과 비교해보면 의미심장하다. 북한 체제의 붕괴 가능성에 대해서는 생각이 비슷하지만, 젊은 세대일수록 통일을 뒤로 미루고 싶어 하는 심리가 더욱 강하게 반영됐다고 유추할 수 있는 대목.
반면 북한 자체에 대한 이미지나 호감도는 40, 50대에서 상대적으로 높고 20대와 60대에서는 낮게 나타나는 특징을 보인다. ‘국제 스포츠 경기에서 응원할 국가’를 묻는 질문에서 20대에서는 ‘미국’(59.6%)을 응원하겠다는 응답이 ‘북한’(28.7%)보다 배 이상 많은 반면, 40대에서는 ‘북한’(53.1%)이 ‘미국’(34.3%)보다 훨씬 높게 나타난 것. 두 나라에 대한 응원 의사가 연령별로 정확히 대칭을 이루는 구조다.
이를 각국 지도자의 이미지와 연결해보면 더욱 흥미롭다. ‘함께 저녁식사를 하고 싶은 지도자’를 꼽는 질문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46.9%)이 압도적 1위를 기록해 △박근혜 대통령(28.9%)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15.8%)을 크게 앞섰다. 반면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제1비서를 꼽은 응답자는 2.8%에 불과해, 아베 신조 일본 총리(2.9%)에도 뒤졌다. 북한 자체보다 지도자 김정은에 대한 이미지가 훨씬 부정적이라는 뜻. 다만 20대와 60대는 오바마 대통령을 꼽은 비율이 다른 연령대에 비해 높았고, 김정은을 꼽은 비율은 30~50대에서 다른 세대보다 높게 나타난다는 점은 앞의 문항과 마찬가지다.
주목할 사항은 북한에 대한 세대별 이미지 차이가 대북정책에 대한 견해 차이로 이어지는 건 아니라는 사실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와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 중 어느 쪽에 동의하는지 묻는 설문의 경우, 각각 36.7%와 35.0%로 거의 차이가 없었지만(28.3%는 ‘둘 다 동의하지 않는다’), 연령대별로 보면 노년층일수록 한반도 신뢰프로세스(60대 55.6%)를, 젊은 층일수록 햇볕정책(20대 44.5%)을 더 많이 지지하는 추세가 뚜렷했다. 보수 성향, 영남 지역 거주자가 전자를, 진보 성향, 호남 지역 거주자가 후자를 주로 지지하는 것 역시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대북정책에 대한 이러한 연령·권역·정치 성향별 지지 특성은 오히려 박 대통령 지지 여부에 대한 응답의 특성과 고스란히 일치한다. 요컨대 대북정책을 둘러싼 여론 평가는 북한에 대한 호오(好惡)가 아니라 이를 추진하는 주체가 누구냐에 따라 갈린다는 의미다. 한국 사회 여론 지형에서 남북관계는 안보 문제라기보다 국내 정치 이슈에 훨씬 더 가깝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할 수 있는 데이터다.
경제
내년 살림살이도 올해처럼 팍팍할 것
구희언 기자 hawkeye@donga.com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초이노믹스(Choinomics)’는 과연 성과를 거둘 수 있을까. 초이노믹스의 핵심은 정부의 재정 투입과 기업 지출 자극을 통한 가계소득 부양, 그리고 내수 경기 활성화로 요약된다. 7월 24일 정부는 경기 부양을 위해 내년까지 총 40조7000억 원의 재정·금융·외환자금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또 기업 이익의 가계 유입을 유도하는 가계소득 증대 세제 3대 패키지를 신설하고, 주택시장 정상화를 위해 지역·금융권역별로 차별화했던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을 각각 70%와 60%로 단일화하고 DTI의 소득 인정 범위를 추가 확대했다.
정책·세제·예산·금리 등 이른바 ‘거시경제 4종 세트’로 대표되는 최 부총리의 경제 활성화 정책 중 국민 기대치가 가장 높은 것은 ‘유망서비스업 육성’ 분야였다. 이 정책에 대한 찬성 정도는 6.72점이었다. ‘규제개혁’에 대한 찬성 정도는 6.41점, ‘기업 내 유보금 과세 등 세제 정책’의 찬성 정도는 6.29점이었다. ‘금리 인하’(5.8점), ‘대출 완화 등 부동산 정책’(5.64점)이 뒤를 이었다.
정치 성향별로는 진보층의 찬성 정도가 보수층보다 0.48~1.37점 높았다. 또 응답자의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정책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김정미 리서치앤리서치 전임연구원은 “최 부총리의 경제 활성화 정책이 6점대를 받은 것은 응답자들이 전반적으로 정책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고 판단할 수 있는 대목”이라고 분석했다.
올해 국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당초 한국은행이 3.8%, 한국경제연구원과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3.4%를 예상했지만 국민은 올해 2.4% 정도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내년 경제성장률은 2.6%로 올해보다 조금 높게 예상했다(표 참조). 한국은행과 기관 예상치와 달리 일반 국민이 체감하는 경제는 훨씬 싸늘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내년 경제 사정에 대해선 51.5%가 ‘올해와 비슷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6월 ‘블룸버그’가 집계한 외국계 금융기관 및 신용평가기관 등 33곳의 한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와도 비슷한 결과다. 5월 30일 기준 외국계 금융기관 및 신용평가기관의 한국 GDP 성장률 전망치 평균은 3.63%였다.
내년 경제 사정이 ‘올해보다 나빠질 것’(27.3%)이라고 응답한 수치나 ‘올해보다 좋아질 것’(21.2%)이라고 응답한 수치가 비슷했다. 흥미로운 점은 정치 성향에 따라 경제 전망에 대한 의견이 크게 엇갈린 것. ‘올해보다 나빠질 것’이라고 응답한 사람 중에는 진보층 응답자(36.7%)가 보수층(17.4%)보다 많았다. 반면 보수층 응답자(37.1%)는 진보 성향(12.0%)에 비해 ‘올해보다 좋아질 것’이라고 전망한 이가 많았다.
1인당 국민소득이 4만 달러가 되기까지 소요 기간을 묻는 질문에는 평균 ‘13.3년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남성 응답자(13.1년)보다 여성 응답자(13.6년)가 오래 걸릴 것이라고 응답했고, 연령이 어릴수록 기간이 길어질 거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이동열 팀장은 “경제성장률과 관련해서는 예상 경제성장률을 3.4%로 제시하고 설문을 진행했음에도 예상 성장률보다 1%p 낮은 결과가 나왔다. 아무래도 체감 경기가 좋지 못한 것이 반영된 결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20대의 경우 예상 경제성장률을 가장 낮게 책정했고(2%), 4만 달러 진입 시기도 16.7년으로 가장 길게 예측했다”며 “청년 실업 문제 등 20대의 경제적 어려움이 작용해 젊은 층이 가장 비관적으로 전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1년 뒤 부동산 경기 역시 ‘지금과 비슷할 것’(50.8%)이란 응답이 압도적이었다. ‘지금보다 침체될 것’(26.1%), ‘지금보다 활성화될 것’(23.1%) 순이었다. 진보 성향 응답자 중에는 ‘침체될 것’(33.4%)이란 전망이 많았지만, 보수 성향 응답자 중에는 ‘활성화될 것’(36.5%)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높았다.
전월세 시세는 ‘상승할 것’(45.4%), ‘지금과 비슷할 것’(44.5%)이란 응답이 비슷했고, ‘하락할 것’이라는 응답은 10.1%였다.
해외 직구(직접구매)에 따른 소비 트렌드 변화에 대해서는 10명 중 7~8명이 ‘해외 직구 경험을 했거나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다. ‘해외 직구 경험은 없지만 의향이 있다’고 한 응답자가 50.6%, ‘해외 직구 경험이 있다’ 26.6%, ‘해외 직구 경험과 의향 모두 없다’는 22.8%로 조사됐다. 성별로는 남성(25.1%)보다 여성(28.2%)이 해외 직구 경험이 많았고, 연령별로 IT(정보기술) 기기 조작에 밝은 20대(37.4%), 30대(34.0%)의 경험 비율이 높았다.
문화
‘명량’이어‘세종대왕’ 영화 만들어라
구희언 기자 hawkeye@donga.com
개국 3년 차를 맞은 종합편성채널(종편) 콘텐츠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40%가 ‘긍정적’이라고 답했다. ‘보통’은 33.6%, ‘부정적’ 응답은 26.4%였다.
연령대별로는 50대의 긍정 비율(45.1%, 부정 25.8%)이 가장 높았고, 60대 이상(42.6%, 부정 20.7%), 20대(40%, 부정 24.1%) 순이었다. 이는 지난해 9월 민주당 미디어홍보지원특별위원회에서 벌인 여론조사에서 20대 응답자 52.3%가 종편의 필요성에 대해 ‘필요 없다’고 응답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김정미 전임연구원은 “개국 초기에는 종편 콘텐츠에 대해 우려가 있었지만 꾸준히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면서 젊은 층의 시각이 긍정적으로 변한 것으로 분석된다”며 “전 연령층에서 종편 콘텐츠에 대해 ‘긍정적’ 평가가 높게 나온 점은 시청자 눈높이에 맞춘 콘텐츠를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그래프 참조).
8월 28일 현재 16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역대 영화 최고 매출 신기록을 세운 ‘명량’. 이 영화의 주인공 이순신 장군 외에 ‘한국인 중 영화로 만들어지길 바라는 인물’로는 세종대왕(18.4%)이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안중근(9.4%), 김구(8.4%), 광개토대왕(4.2%), 박정희 전 대통령(4.0%), 유관순(3.6%), 신사임당(3.3%), 강감찬(2.9%), 을지문덕(2.7%), 노무현 전 대통령(2.0%)이 10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표 참조). 외세로부터 나라를 지켰거나 큰 업적을 이룬 영웅을 그리워한다는 점을 알 수 있는 대목.
케이팝(K-pop), 드라마, 영화 등 ‘한류 열풍’ 전망을 묻는 질문에는 50.8%가 ‘지금 정도 수준일 것’이라고 응답했다. ‘인기가 높아질 것’이라는 응답은 28.7%, ‘인기가 내려갈 것’이라는 응답은 20.5%였다. 연령대별로는 20대의 긍정 평가가 36.5%로 가장 높았고, 30대는 21.3%로 가장 낮았다.
최근 방송에서 빠지지 않는 간접광고(PPL)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할까. 과거에는 제품 협찬이 작품 안에서 스쳐 지나가듯 PPL이 이뤄졌다면, 이제는 PPL을 위해 주인공 직업이 바뀌는가 하면 휴대전화 통화 장면, 화장대 클로즈업 장면도 등장한다. PPL에 대한 인식조사에서는 ‘보통’이라는 응답이 46%로 가장 높았고, ‘부정적인 편’이라는 의견은 30%, ‘긍정적인 편’이라는 응답은 24%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