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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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언 一家 비리 겨눈 칼날

검찰, 세월호 참사 연관성 집중 수사…‘세모왕국’ 재건 처음부터 파헤치기

  • 최우열 동아일보 기자 dnsp@donga.com

    입력2014-05-07 1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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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병언 一家 비리 겨눈 칼날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관련 회사인 인천 부평구 십정동 ‘세모스쿠알렌’(왼쪽). ‘다판다’는 유 전 회장 측근과 세모그룹 계열사, 기독교복음침례회(구원파) 교단을 기반으로 한 영업망을 갖추고 있다.

    4월 16일 세월호는 침몰했지만 1997년 부도 이후 수면 아래 있던 세모그룹은 물 위로 떠올랐다. 검찰이 사고 나흘 만에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의 실소유주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김진태 검찰총장은 4월 20일 사고 원인을 밝히는 검경합동수사본부와는 별도로 이 회사를 지배하는 지주회사 자체를 수사하라고 인천지방검찰청(인천지검)에 지시했다.

    인천지검은 즉시 김회종 2차장이 이끄는 특별수사팀을 구성했다. 주임검사인 정순신 특수부장은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선박회사의 경영 상태나 직원 관리 등에 문제가 없었는지 중점적으로 수사할 예정”이라면서 “위법행위가 적발되면 엄단하겠다”고 말했다. 사실상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이 ‘표적’이라는 점을 천명한 것이다.

    사실상 전 계열사 지배

    유 전 회장 측이 지배하는 계열사들의 경영 실태를 파악한 검찰 관계자는 “1997년 부도 이후 다 망한 줄만 알았는데, 80년대 ‘세모왕국’이 재연되고 있었다”고 말하기도 하는 등 검찰 안팎에선 ‘세모왕국’이라는 말이 회자됐다. 유 전 회장의 장남 대균(44) 씨와 차남 혁기(42) 씨가 각각 19.44%, 최측근인 김혜경(52) 씨가 6.29%로 지분을 나눠 가진 ㈜아이원아이홀딩스라는 지주회사를 중심으로 ㈜천해지, 천해지의 자회사 청해진해운, 그리고 다판다, 세모 등 계열사 30여 개 이상이 복잡한 지분구조로 엮여 있다. 그 정점엔 유 전 회장 일가가 있으며 이들이 전 계열사를 지배한다는 것이 드러났다.

    검찰은 이 밖에도 숨겨진 계열사가 더 있다고 의심한다. 유 전 회장 일가의 개인 재산은 2400억 원, 계열사 자산가치는 5600억 원으로 추산되며, 재벌닷컴에 따르면 계열사들이 해외에 나가 설립한 해외법인은 모두 13개다.



    사라진 줄 알았던 세모가 버젓이 살아 있을 뿐 아니라 규모가 더 커진 것을 본 국민은 깜짝 놀랐다. 또 1987년 8월 경기 용인시 남사면에 위치한 공예품 제조업체 오대양의 구내식당 천장에서 회사 대표 박순자 씨를 비롯해 32명의 시신이 발견된 ‘오대양 사건’의 기억도 끄집어내야 한다. 당시 숨진 사람들은 모두 기독교복음침례회(구원파) 신도였고, 기독교복음침례회는 권신찬 목사가 사위인 유 전 회장과 함께 62년 설립했다.

    당시 검찰과 경찰은 박순자 대표가 사채 170억 원을 끌어 쓴 뒤 갚지 못해 집단자살한 것으로 결론 내렸다. 그 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중수부)는 사채 일부가 세모 측으로 흘러들어간 흔적을 포착, 오대양 사건 배후에 유 전 회장이 있을 것으로 보고 전 방위로 수사를 펼쳤지만 관련성을 밝혀내지 못했다. 그 대신 유 전 회장이 신도들에게 거액을 빌린 뒤 갚지 않은 혐의가 인정돼 징역 4년을 선고한 것으로 끝을 맺었다.

    세모 ‘고의 부도설’도 수사 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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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찰은 유 전 회장이 지배하는 국내 회사 가운데 14곳을 핵심 수사 대상으로 선정하고 이 회사들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의혹을 포함해 경영 실태 전반에 대한 수사에 들어갔다. 사실상 ‘세모의 재건’ 경위부터 하나하나 파헤치겠다는 얘기다. 천해지의 금융감독원 감사보고서와 한국기업평가 신용조사 보고서 등에 따르면 2005년 세모를 법정관리하고 있던 인천지법은 회생 가능성이 높은 사업인 조선사업부를 천해지에 매각한다. 당시 세모 조선사업부를 사들였던 컨소시엄은 ㈜새천년, ㈜영광, ㈜대명산업, ㈜도남 등 대부분 옛 세모 하청업체로 구성됐다. 이 과정에서 세모는 법원으로부터 600억 원 정도의 채무면제 혜택까지 받았다.

    그런데 매입 이듬해인 2006년부터 3년 동안 수상한 지분 변동이 일어난다. 영광, 대명산업, 도남이 보유한 지분은 ㈜빛난별이라는 회사로 넘어가고, 2008년엔 빛난별의 지분도 김혜경 씨, 유 전 회장의 장남과 차남이 최대주주로 있는 다판다와 ㈜문진미디어로 다시 이동했다. 70.13%나 되던 새천년의 지분은 2008년 유 전 회장 일가가 최대주주로 있으며 각 계열사의 지주회사 격인 아이원아이홀딩스로 양도된다. 결국 세모 조선사업부 매각 3년 만에 경영권이 유 전 회장 손에 들어간 것이다.

    검찰은 유 전 회장이 법정관리 상태에서 600억 원 이상의 채무를 면제받은 뒤 하청업체들을 내세워 회사를 매입하고 시차를 두고 경영권을 다시 장악한 흔적이 있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유 전 회장이 실소유주로서 뒤에 있으면서 대리 매각과 매입을 한 게 아닌지, 이 과정에서 법원을 의도적으로 속인 것은 아닌지 등을 포함한 ‘세모 고의 부도설’도 확인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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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명 보유 탈세·불법증여 의혹을 받고 있는 유 전 회장의 전국 농장 가운데 하나인 전남 무안군의 영농법인 ‘호일’.

    2008년 법정관리 중이던 ㈜세모도 비슷한 과정을 거쳐 유 전 회장에게 경영권이 넘어갔다. 당시 ‘새무리컨소시엄’은 세모를 169억 원에 인수했는데 이 컨소시엄은 ㈜새무리(49억 원), 다판다(52억 원), 문진미디어(34억 원), 세모 우리사주조합(34억 원)으로 구성돼 있다. 그런데 새무리의 주요 주주로 세모 생산관리부장이던 황모 씨가 들어가 있고 다판다와 문진미디어 등은 모두 유 전 회장 일가가 대주주인 회사다. 당시 인천지법은 세모 회생 과정에서 채무 735억 원을 면제해주기도 했다.

    검찰이 추적하는 유 전 회장의 핵심 범죄 혐의는 그와 두 아들이 다른 계열사 30여 곳에 컨설팅을 한 것처럼 꾸며 7~8년간 200억 원 이상을 챙긴 것 등이다. 검찰은 유 전 회장이 직접 계열사 돈을 빼돌릴 정도로 계열사 경영을 총괄 지휘한 것으로 보고 있으며, 회사 관계자로부터 “유 전 회장의 지시를 받아 가공 매출을 발생시켜 돈을 만드는 구조를 짰다”는 진술도 확보했다.

    결정적 증거는 압수물 분석과 자금 추적 과정에서 드러난 페이퍼컴퍼니다. 검찰은 유 전 회장과 장남, 차남이 각각 개인사업자로 등록된 붉은머리오목눈이, SLPLUS, 키솔루션 등 3개 회사를 발견했다. 검찰이 이 회사들의 등록주소지인 서울과 대구 등지를 압수수색한 결과, 장남 명의로 된 대구 주택과 서울 역삼동에 자리한 간판도 없는 허름한 사무실 등은 수백억 원대 컨설팅 사업을 벌일 만한 회사가 아니었다.

    참사 덮기 위한 표적수사?

    검찰은 수사 초기 유 전 회장이 계열사 주식을 단 한 주도 갖고 있지 않다는 사실에 골머리를 앓았다. 유 전 회장이 실질적으로 계열사를 지배한다고 봤지만 주식이 없어 그 증거를 찾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유 전 회장 측은 “2003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일절 관여하지 않고 사진작가 활동만 한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검찰은 유 전 회장 일가의 유령회사 3곳을 찾아냄으로써 실마리를 풀었고, 이를 토대로 회사 관계자들의 자백도 받아냈다.

    검찰이 고창환(67) 세모 대표를 가장 먼저 소환 조사한 것도 유 전 회장이 개인 유령회사를 통해 전 계열사를 총괄 지휘했는지를 입증하기 위해서다. 고 대표는 회사 경영 전반을 알고 있는 유 전 회장의 최측근으로, ‘교회 실세’ 이모 씨와 비교해 ‘사업 실세’로 불린다. 검찰은 회사를 위해 일해야 할 계열사 대표들이 회사가 아닌 유 전 회장을 위해 일하면서 회사 돈을 부당하게 빼돌려 유 전 회장 쪽으로 보낸 혐의(배임 및 횡령)로 김한식 청해진해운 대표와 송국빈 다판다 대표, ㈜아해의 전·현직 대표 등 각 계열사 대표 5~6명을 구속할 방침도 세웠다.

    유병언 一家 비리 겨눈 칼날
    일각에선 이 수사를 공개적인 표적수사라고 폄훼하면서 “박근혜 대통령과 김진태 검찰총장이 ‘공적’을 만들어놓고 여론몰이를 하면서 300여 명의 희생자가 발생한 초유의 사건에 대한 책임을 피하려 한다”고 비판한다. 이런 비판을 의식해서인지 검찰은 이번 수사와 세월호의 연관성에 대해 연일 강조했다. 4월 30일 검찰 관계자는 기자간담회에서 장황하게 설명했다. “청해진해운은 부채 비율이 급등하고 연이어 수억 원의 적자가 발생하는 상황에서 수십억 원을 빼돌렸다. 이를 보전하려고 20년이 다 된 중고 선박을 고철값에 사들였고, 월급을 아끼려고 비정규직 선장과 선원들을 고용했다. 선박을 무리하게 구조변경한 뒤 허용 범위를 훨씬 초과해 승객을 탑승하게 하거나 화물을 적재하는 등 수입 극대화에 부심해오다 엄청난 참사를 일으켰다는 게 일반적 시각이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도 확인된 부분이 있고, 안타까움을 강하게 느낀다.”

    참사에 대한 정부 책임론을 덮으려는 유례없는 표적수사인지, 사회 안전 시스템을 재정비하는 계기를 마련하려는 수사인지에 대해선 수사 결과가 나오면 엄정한 평가가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동아닷컴은 2014년 5월 12일자 ‘주간동아’ 홈페이지에 ‘커버스토리, 유병언一家 비리 겨눈 칼날’ 기사를 게재했습니다. 기사 일부 내용과 관련, 기독교복음침례회(구원파)측의 설립 시기는 1962년이 아닌 1981년이며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은 구원파 설립에 참가하지 않았음이 밝혀져 바로잡습니다. 구원파와 유 전회장이 ‘오대양사건’과 관련이 없다는 사실 또한 확인했습니다.

    또 유병언 전 회장측은 “유 전 회장은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의 주식은 물론, 청해진해운의 대주주인 회사들의 주식을 전혀 소유하지 않았으므로 실소유주가 아닐 뿐 아니라 실질적으로 지배하거나 운영하지 않았다”고 알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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