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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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배지만 달면 ‘몸싸움 돌격대’ 되나

시스템보다 인치·하향식 공천 등 왜곡된 정치구조 여전히 득세

  •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

    입력2012-01-02 09: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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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배지만 달면 ‘몸싸움 돌격대’ 되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2011년 11월 2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최루탄이 터지는 헌정 사상 초유의 불상사가 일어났다.

    1987년 민주화 이후 20여 년이 지났지만 한국 민주주의는 오히려 퇴보하고 있다. 본회의장에 최루탄이 투척되는 등 최근 국회에서 일어난 일련의 사태에서 보듯, 한국 정치는 퇴보를 넘어 저질화로 치닫고 있다. 그 이유는 기형적인 정치 서식 환경에서 정치 행위자가 대화와 타협보다는 상쟁과 대립, 관용과 포용보다는 독식과 배제, 합의와 소통보다는 투쟁과 농성을 ‘지배적인 생존 전략’으로 채택했기 때문이다.

    기존 한국 정당에서는 시스템보다 인치가 지배하는 개인화된 권력구조, 강제적 당론 정치에 의존하는 경직된 체제, 특정 지역에서 배타적 지지를 기반으로 하는 지역패권 정당체제, 중앙당에 의한 하향식 공천제도 등이 득세했다. 결과적으로 의원들은 당 지도부의 눈치를 보며 특정 계파에 줄을 서고 돌격대가 돼 국회 폭력과 몸싸움에 가담하는 것이 적자생존의 전략이 되고 말았다.

    상향식 공천과 원외 대표체제도 철폐해야

    미국의 저명한 의회정치 연구 학자인 슬리 하버드대 교수는 ‘구조 유인적 균형 상태’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울타리를 높게 쌓아놓고 쪽문을 하나 만든 다음 울타리 안에 있는 사람을 위험으로 몰아세우면 그들이 취하는 행위는 쪽문으로 향하는 것밖에는 없다는 비유를 들어 이 개념을 설명했다. 여기서 울타리는 구조에 해당하는 것이고, 쪽문을 향해 가는 행위는 생존을 위한 전략으로 해석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기형적인 정치 서식 환경이 바뀌지 않으면 한국 정치에서 정치인은 생존하기 위한 퇴행적 적응 능력만 키우게 된다.

    한국 정치가 발전적 진보를 이룩하려면 현재의 기형적인 정치 서식 환경을 바꾸는 것이 급선무다. 다른 말로 바꾸면, 한국 정치가 발전하려면 제도적 환경을 혁신해 정치 행위자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중앙당이 지배하는 공천 구조를 획기적으로 개혁해 한국형 상향식 공천 제도를 확립해야 한다. 보스정치로 얼룩졌던 미국 정당도 1903년 위스콘신 주에서 처음으로 주민이 정당의 공직 후보를 직접 뽑는 프라이머리 제도를 도입함으로써 대변혁을 이뤘다.

    한국 정당도 이제 공천권을 당원과 주민에게 돌려줘 의원이 당 지도부나 계파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신의 소신과 양심에 따라 의정 활동을 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렇게 할 때만이 의원의 자율성과 책임성이 따르는 생산적인 선진 의회정치가 가능하다. 공개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 방식이든, 오픈 프라이머리 방식이든 2012년 총선에서는 여야 모두 공천개혁 경쟁을 통해 국민의 심판을 받아야 할 것이다.

    한국 정치가 발전하려면 공천개혁 못지않게 국민과 당원이 직접 투표로 뽑는 원외 대표체제도 종식시켜야 한다. 당 대표직은 계파정치를 강화시키고 당내 정치를 대선을 향한 권력투쟁의 장으로 변질시켜 주류 세력과 비주류 세력 간 끝없는 ‘파국적 균형상태’를 만들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런 당 대표체제는 필연적으로 시스템보다 인물 중심의 후진적 정당체제를 고착화해 한국 정치의 발전을 가로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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