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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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의 즐거움

프로 최악의 기록들

실존을 뒤흔드는 천재지변·무지·자만

  • 남화영 헤럴드경제 스포츠에디터 nhy6294@gmail.com

    입력2017-01-23 18:2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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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골퍼도 직업인으로서 힘들 때가 적잖다. 아마추어 선수처럼 스리퍼트를 하거나 주말 골퍼보다 못한 스코어를 낼 때는 ‘프로’로서 실존적 위협을 받는다.

    1월 11일 막을 내린 미국 프로골프협회(PGA) 웹닷컴(2부) 투어 바하마그레이트엑수마클래식은 역대 최고 난도 대회로 기록됐다. 시속 64km 강풍이 부는 가운데 나흘간 강행된 이 대회의 결과는 정말 천재지변 수준이었다. 바람이 워낙 강한 탓에 2라운드 컷 통과 기준이 11오버파였다. 1991년 사우스텍사스오픈에서 나온 10오버파 컷오프 기록을 26년 만에 1타 차로 경신했다. 2015년부터 이 투어에서 활동했고 세 차례나 톱10에 들었던 그레그 이슨은 이번 대회에서 첫날 91타, 이튿날 95타를 쳐 이틀 합계 42오버파라는 성적을 내고 최하위로 컷 탈락했다. 그는 이틀 동안 공을 32개나 잃어버렸다.   

    기괴한 장면도 속출했다. 어떤 선수는 122야드(약 111m) 거리의 백 핀을 6번 아이언으로 치거나 88야드(약 80m) 거리를 8번 아이언으로 녹다운 샷을 했다. 바람을 피하려고 공을 낮게 친 것이다. 맞바람이 가장 거셌던 파4 12번 홀은 나흘 평균 5타로 집계됐고, 첫날은 평균 5.366타였다. 그 홀에선 대부분 보기나 더블보기를 쳤다는 말이다. 1, 2라운드 합계 60타 스코어는 단 3번이지만 90타 스코어는 5번이나 나왔다. 미국 언론은 대회 우승자 카일 톰슨에게 ‘우승(Win) 대신 살아남았다(Survive)’고 격찬했다. 나흘 동안 더블보기를 7번이나 기록한 톰슨은 첫날 76타를 친 뒤 “내 평생 친 것 가운데 톱3에 들었다”며 혀를 내둘렀다. 하지만 이어진 3번의 라운드 모두 70타를 기록해 최종 스코어 2언더파로, 유일한 언더파 스코어를 냈다.

    하루 최악의 라운드는 무지(無知)에서 나왔다. 지난해 11월 일본여자프로골프협회(JLPGA) 투어에서는 하루에 69오버파 141타라는 희대의 스코어가 나왔다. 통산 3승의 베테랑 우에하라 아야코는 지바현 그레이트아일랜드컨트리클럽(CC)에서 열린 이토엔레이디스골프토너먼트 첫날 경기에서 규칙 착오로 재앙을 맞았다. 새벽부터 비가 계속 내리면서 페어웨이가 진흙탕으로 변하자 경기위원회는 아침 일찍 ‘벌타 없이 공을 집어 닦을 수 있다’는 로컬룰을 발표했다. 우에하라는 이를 ‘공을 한 클럽 이내로 움직일 수 있다’는 말로 잘못 해석해 공을 닦을 때마다 좋은 곳에 옮겨놓고 플레이했다. 그다음 날 우에하라는 뒤늦게 자신의 착오를 신고했고 15홀 동안 19번이나 공을 옮겨 친 오소(誤所) 플레이로  2벌타씩 38벌타를 받았다. 게다가 15홀에서 스코어를 잘못 적어 2벌타씩 오기(誤記) 30벌타를 추가해 총 68벌타를 받았다. 우에하라는 2라운드에서 버디 5개와 보기 1개로 68타를 쳤지만 합계 65오버파로 컷 탈락했다.

    한 홀 최다 타수는 자만과 아집에서 나왔다. 그 기록은 세계 최고들이 모인다는 PGA투어에서 나왔다. 스코틀랜드 출신인 토미 아머는 1927년 메이저대회인 US오픈에서 첫 우승한 뒤 세상을 다 가진 듯 우쭐했다. 그래서 그다음 주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에서 열린 쇼네오픈이 우스워 보였던 것 같다. 셋째 날 17번 파5 홀에서만 18오버파 23타를 쳤다. 티샷에서 10번 연속 오비(OB·Out of Bounds)를 냈다. 하지만 그는 스코어카드에는 11타라고 적어 제출했다. 정확히 23타라고 적기엔 자존심이 상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머는 한 홀 23타를 친 것보다 거짓된 매너로 더 비난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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