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이브, 각자도생을 거부하라
시배스천 영거 지음/ 권기대 옮김/ 베가북스/ 232쪽/ 1만3000원
어른 없는 사회
우치다 타쓰루 지음/ 김경욱 옮김/ 민들레/ 304쪽/ 1만3000원
“미국에서 1980년대부터 무분별한 광란의 총기사고들이 점점 더 빈번해지더니 2006년 무렵 곱절로 늘어났다. 그러나 도시 빈민지역에서는 광란의 총기사건이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다. 광적인 살인의 절반가량은 부유한 중·상류층 공동체에서 일어나고, 그 나머지도 주민의 대부분이 백인이고 기독교도이며 범죄율이 낮은 농촌 마을에서 생긴다.”
‘트라이브, 각자도생을 거부하라’의 저자 시배스턴 영거가 총기난사 사건을 꺼내 든 이유는 물질적 풍요 속에서 현대인의 잃어버린 가치인 ‘연대와 결속’을 이야기하기 위해서다. 이것이 결핍되면 상실감, 고독감, 우울증 같은 병에 걸리고, 극한감정에 사로잡히면 불특정다수를 향해 총기를 난사하기도 한다. 영거는 이를 “소외된 사람들이 세상에 종말이라도 온 듯 난폭해지는 일”이라고 표현했다.
반대로 미국인이 최고 결속력을 보여준 것은 9·11테러 직후다. 그로부터 6개월 동안 뉴욕 자살률은 20% 줄어들고, 살인 범죄율은 40% 가까이 감소했으며, 2년간 총기난사 사건은 한 건도 없었다. 역설적으로 이는 재난의 힘이다. 재난과 같이 실존에 대한 위협이 닥치면 계급이나 소득격차 따위는 사라진다. 그 대신 고통받는 사람끼리 공동체를 만들고 그 속에서 타인과 일체감을 경험한다.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뉴올리언스 주를 강타했을 때 오히려 이 지역 범죄율이 하락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설명할 수 있다. 영거는 연대와 결속이 남아 있는 ‘부족(tribe)’ 사회로 귀환을 제안했다.
일본 철학자 우치다 타쓰루는 ‘경제성장이 멈추면 우리는 끝’이라는 주문에 사로잡힌 현대인에게 공동체성 회복과 함께 “나부터 어른이 되어볼” 것을 권한다.
“길에 떨어진 빈 깡통을 줍는 일은 누구의 의무도 아닙니다. 그런 일은 모두의 일이지 자신의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아이’입니다. ‘어른’이란 그럴 때 선뜻 깡통을 주워서는 주변에 쓰레기통이 없으면 자기 집으로 가져가 분리수거해서 재활용품 수거일에 내다 놓는 사람입니다.”
문제는 반세기 가까이 일본 사회가 ‘가만히 빈 깡통을 줍는 어른’을 키우지 않았다는 것이다. 언젠가부터 일본 사회를 상징하는 말이 된 “폐 끼치지 마라”의 맹점도 지적한다. 그 말에서 ‘혼자서도 살 수 있다’는 자신감이 느껴지지만, 사실 타인의 도움 없이는 살 수 없기 때문이다. 그보다 공동체에는 강자에겐 지원해야 할 의무가, 약자에겐 지원받을 권리가 있다는 ‘불공평한’ 규칙이 필요하다. 두 책의 한국어판 제목에 각자도생(‘어른 없는 사회’의 부제가 ‘사회수선론자가 말하는 각자도생 시대의 생존법’이다)이 등장하는 것은 우연일까.
한국 사회적경제의 역사
김신양 외 6명 지음/ 한울아카데미/ 296쪽/ 2만6000원
‘사회적경제(social economy)’란 용어는 최근 유럽에서 도입됐지만 한국에서도 이미 일제강점기부터 협동조합 같은 사회적경제운동이 활발히 전개됐다. 연구자이자 현장 활동가로 경험을 축적한 저자 7명이 사회적경제의 개념과 이론적 배경, 한국 사회적경제의 역사와 현실, 민간 협동조합의 역사, 마을공동체 재생, 지속가능성과 자발성 문제등을 다뤘다.
중세 III
움베르토 에코 기획/ 김정하 옮김/ 시공사/ 1100쪽/ 8만 원
움베르토 에코가 기획하고 학자 수백 명이 참여한 중세 시리즈 세 번째 책. 1200~1400년대는 소설 ‘장미의 이름’의 배경이 된 시기로, 군주국이 형성되고 시민계급이 탄생하며 단테, 조토, 아퀴나스 같은 철학자와 문학가, 예술가가 등장해 문화적 황금기를 맞이했다. ‘성, 상인, 시인의 시대’라는 부제가 붙은 이번 책에서 영국과 프랑스의 백년전쟁, 아비뇽 유수, 몽골제국, 연금술 등 세계사의 다양한 장면과 만날 수 있다.
질문하는 책들
이동진·김중혁 지음/ 예담/ 392쪽/ 1만5800원
팟캐스트 ‘이동진의 빨간책방’을 엮은 첫 책 ‘우리가 사랑한 소설들’에 이어 두 번째 책 ‘질문하는 책들’이 나왔다. 이번에 고른 책은 ‘총, 균, 쇠’ ‘생각의 탄생’ ‘철학자와 늑대’ ‘우리는 언젠가 죽는다’ 등 9권. 영화평론가 이동진과 소설가 김중혁은 이들 책을 통해 ‘인류의 운명은 어떻게 결정되었는가’를 비롯해 창작과 행복에 대해 묻고 답한다. ‘함께 읽으면 좋은 책들’도 놓치지 말 것.
세상에서 가장 큰 집
구본준 지음/ 한겨레출판/ 280쪽/ 1만4500원
‘집’을 좋아해 건축 전문기자가 됐고 직접 ‘땅콩집’을 짓고 살면서 ‘두 남자의 집짓기’라는 책을 펴낸 저자의 2주기를 맞아 초고 상태였던 건축 에세이가 출간됐다. 신성 건축물인 종묘와 조선의 정궁 경복궁, 중화주의가 응축된 자금성, 20년마다 새로 짓는 일본 이세신궁 등 한중일 대표 건축물의 진면목을 꼼꼼히 살펴보고 이집트, 그리스, 프랑스의 거대 건축물과 비교·분석했다.
경영학 두뇌
김병도 지음/ 해냄/ 472쪽/ 1만6000원
경영학은 ‘대기업의 복잡한 경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탄생한 응용 학문’으로 기업 현장에서 의사결정을 할 때 필요한 지식을 제공한다. 서울대 경영학 교수인 저자가 인사조직, 회계, 마케팅, 전략, 재무금융, 생산, 경영정보 등 경영학의 7개 전공 분야를 아울러 핵심 경영 이론과 개념을 설명했다. 경영학의 변화 과정은 기업의 혁신 과정이자 곧 사회 변화를 반영한다는 저자의 시각이 함축돼 있다.
피프티 피플
정세랑 지음/ 창비/ 396쪽/ 1만2000원
송수정, 이기윤, 권혜정, ‘그리고 사람들’까지 50명 넘는 이름이 차례인 소설. 암이 재발해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자 딸 결혼식에 모든 것을 걸고 ‘결혼식을 가장한 장례식’을 성대하게 치러내는 엄마를 지켜보는 송수정, 56번 찔린 남자와 270도로 목이 잘린 여자를 만나야 하는 응급의학과 레지던트 이기윤, 폴댄스를 추는 여의사 권혜정 등 한 대학병원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사람들의 이야기.
나는 오늘부터 달라지기로 결심했다
그레첸 루빈 지음/ 유혜인 옮김/ 비즈니스북스/ 328쪽/ 1만4800원
늦잠 자는 습관, 정리 못 하는 습관, 폭식하는 습관. 왜 나는 바뀌지 않을까. 원하는 습관을 들이려면 자신의 성향부터 알아야 한다. 남과 자신이 기대하는 행동을 하는 ‘준수형’, 스스로 최선이라고 믿는 행동을 하는 ‘의문형’, 다른 사람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은 ‘강제형’, 원하는 행동을 자기 방식대로 하는 ‘저항형’ 등 4가지 유형에 따라 좋은 습관을 효율적으로 들이고 나쁜 습관을 버릴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실어증입니다, 일하기싫어증
양경수 지음/ 오우아/ 280쪽/ 1만5800원
‘아, 보람 따위 됐으니 야근수당이나 주세요’의 일러스트로 직장인 사이에서 폭발적인 공감을 불러일으켰던 작가가 직접 쓰고 그린 직장 에세이. 시발업무(始發業務·업무를 시작하다), 이심점심(以心點心·마음이 점심으로 통한다) 같은 사자성어, 띄어쓰기에 주의해야 할 ‘가 족같은 회사’ ‘열정페이는 너나 하시고 난 페이 열정’ ‘직장상사가 주는 상사병’ 등 재치 넘치는 표현으로 직장인의 피 말리는 하루를 그려낸다.
만보에는 책 속에 ‘만 가지 보물(萬寶)’이 있다는 뜻과 ‘한가롭게 슬슬 걷는 것(漫步)’처럼 책을 읽는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