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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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성 학대에서 자유연애까지 외화벌이 北女들의 삶

성매매, 성관계 강요받고 문제 생기면 송환…3년 계약기간 쇼핑으로 해방감 만끽

  • 김승재 YTN 기자·전 베이징 특파원 sjkim@ytn.co.k

    입력2016-10-14 17: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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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일간지 ‘도쿄신문’은 9월 23일 ‘중국 식당이나 공장에서 일하는 북한 여성들이 심각한 성적 학대에 시달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또한 ‘북한 여성들이 식당 손님과의 성매매를 강요당하거나 감시역을 맡은 북한 보안요원으로부터 성관계를 요구받는 경우가 잦다’며 몇 가지 사례를 전했다.

    첫 번째 사례는 랴오닝(遼寧)성 선양(瀋陽)의 한 북한 식당에서 지배인이 여종업원에게 손님과의 성매매를 강요했다는 내용. 두 번째 사례는 단둥(丹東) 봉제공장에서 벌어진 사건으로, 50대 북한 보안요원이 20대 북한 여성을 강간해 임신하게 했는데, 해당 여성이 이 사실을 숨긴 채 몰래 출산해 북한으로 송환됐지만 보안요원은 지금도 그곳에 남아 나쁜 짓을 계속하고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 사례는 성적 학대와는 관계없지만, 지린(吉林)성 투먼(圖們)시 한 병원에서 임신중절수술을 받은 북한 여성이 의사에게 “생활을 위해 중국에 왔는데 임신중절수술까지 하게 될 줄이야”라며 울먹였다는 것. 필자는 이들 사례 가운데 투먼 건과 관련해 이 여성을 잘 아는 중국인으로부터 자세한 내막을 들을 수 있었다.



    억압된 현실에서 개방된 성문화

    북한에서는 외화벌이를 위해 여성 근로자를 중국으로 보낼 때 한 가지를 각별히 강조한다. 바로 남자관계를 조심하라는 것. 해외에서 이성 문제가 생기면 귀국 조치가 내려지는 것은 물론, 북·중 관련 회사가 모두 곤란해지기 때문이다. 사건이 벌어진 건 2014년 여름이었다. 투먼시 북한공업단지 내 한 봉제공장에서 일하던 북한 여성 근로자 A씨가 임신을 했다. 이 여성은 2013년 12월 투먼으로 온 평양 출신의 41세 유부녀로, 평양에 남편과 아이 한 명이 있었다. A씨는 임신 사실이 드러났음에도 상대가 누구인지 입을 열지 않았다. 결국 중국 공장 측은 A씨에게 작업을 중단시키고 기숙사에 머물게 한 후 은밀히 감시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중국인 남성 근로자 B씨가 기숙사 건물 옥상으로 올라간 데 이어 A씨가 따라 올라가는 모습이 목격됐다. 공장 관계자가 중국 공안과 함께 이들을 미행해보니 B씨가 A씨에게 꽃다발과 금반지를 건네고 있었다. A씨의 생일을 맞아 B씨가 선물을 주려고 기숙사를 찾은 것. 금반지는 북한 여성 대부분이 가장 좋아하는 선물이다. 현장을 확인한 중국 공안은 “남녀가 서로 좋아해서 벌어진 일인데 우리가 무슨 죄목으로 잡아넣겠느냐”며 그냥 돌아갔다. 공장 측은 A씨를 투먼 병원으로 데려가 임신중절수술을 받게 하고 북측 파견 회사와 상의해 다른 지역 공장으로 전출 조치했다. 소문이 퍼진 투먼을 벗어나 다른 지역에서 일을 계속할 수 있도록 배려해준 것이다. 북측도 이 정도는 큰 문제가 아니라 판단하고 눈을 감아준 셈이다.   



    이들의 관계를 보면 흥미로운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드러난 B씨의 정체는 A씨와 같은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이 아니라, 인근 다른 공장에서 일하는 아홉 살 연하의 한족 남성. 더욱 놀라운 점은 B씨가 한국어를 전혀 못하고 A씨 또한 중국어를 몰라 두 사람이 대화를 할 수 없었다는 사실이다. 서로 다른 공장에서 일하고 말도 통하지 않는 남녀가 연애를 지속했다는 얘기다.

    단둥지역 공장에 북한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는 중국인 P씨도 북한 여성과의 연애담을 전해줬다. 그는 “일부 북한 여성이 성에 매우 개방적”이라며 “대놓고 한 번 하자는 식으로 접근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P씨는 자신의 공장에서 일하는 한 북한 여성을 마음에 두고 있었는데 이 여성도 그에게 호감을 느껴 두 사람은 연인관계가 됐다. 하지만 그들의 관계는 철저히 비밀에 부쳐졌고 밀회는 주로 근무 시간에 공장 안 비밀 공간에서 이뤄졌다. 북한 근로자는 퇴근 후 기숙사에 들어가면 철저히 관리되기 때문에 만남이 어려웠다. 이후 두 사람은 육체관계를 넘어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이가 됐다.  

    하지만 이들의 관계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북한 여성은 3년 계약기간이 만료돼 귀국해야 했고, 중국을 떠나기 바로 전날 마지막 만남에서 헤어지기 싫다며 울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중국에 남는다는 것은 곧 목숨을 건 탈북을 의미했기 때문이다.



    강한 소비욕구, 금 장신구 선호

    평범한 북한 여성의 근무 후 생활은 어떤 모습일까. 북한 여성을 수백 명 고용하고 있는 투먼시 한 중국 기업인은 그들의 소소한 일상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북한 여성 근로자는 일을 마치고 기숙사로 돌아가면 새로운 일을 시작한다. 피부 마사지부터 손톱과 머리 손질, 귀 뚫기까지 북한에서 배운 기술을 이용해 동료들을 상대로 추가로 돈을 번다.”

    이들은 공산권 배급제 생활에 익숙해 돈에 대한 개념이 부족한 편이다. 이는 북한 근로자의 월급 사용에서도 확인된다. 그들은 대부분 처음 월급을 받으면 며칠 내 다 써버리곤 한다. 그래서 일부 회사는 월급의 절반 정도를 강제로 저축하게 한다. 귀국 시 목돈을 쥐어주기 위해서다. 하지만 일부 근로자는 돈을 빌려서라도 자신이 원하는 것을 살 만큼 소비욕구가 강하다. 이런 식으로 쇼핑중독에 빠지면 중국 근무 만기 3년을 채우고 귀국 시점이 돼서야 고향으로 가져갈 돈이 없다는 걸 실감하고 근무기간을 연장해달라고 떼를 쓰는 여성도 적잖다. 중국의 북한 근로자는 통상 3년간 근무한 뒤 복귀하지만 본인이 희망하고 기타 조건이 맞으면 최장 6년까지 연장할 수 있다.

    북한 근로자를 고용한 투먼시 한 공장 관계자의 말에는 중국에서 일하는 북한 여성의 쇼핑문화가 생생하게 담겨 있다.  

    “매주 일요일 아침마다 북한 여성 근로자들을 시내 백화점에 데려다주고 오후 2~3시까지 쇼핑시간을 준다. 기숙사로 돌아올 때면 이들의 양손엔 백화점에서 산 물건이 가득 들려 있다. 가장 인기 있는 물건은 인형이다. 이들 월급으로는 꽤 비싼, 개당 2만 원 안팎인 인형을 몇 개씩 사들고 오곤 한다. 몇 달치 월급을 모아 금팔찌나 목걸이를 사기도 하고 평소 주전부리할 과자나 사탕, 회식용 돼지고기나 오리고기를 사는 이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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