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권분석 6단계 프로세스 중 네 번째가 주동선과 부동선 파악하기다. 동선이란 국어사전에서 ‘건축물의 내외부에서 사람이나 물건이 어떤 목적이나 작업을 위하여 움직이는 자취나 방향을 나타내는 선’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렇다면 상권분석에서 주동선은 사람이 많이 다니는 길을, 부동선은 사람이 적게 다니는 길을 말하는 것이다.
주동선과 부동선은 ‘주간동아’ 1056호에서 설명한 TG(Traffic Generator·교통발생원)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TG는 사람이 집중적으로 모이는 장소 또는 흡인 장소를 가리킨다. 높은 곳에서 내려다봤을 때 사람이 오고가는 흐름이 마치 교통 흐름을 유도하는 것처럼 보인다 해서 교통발생원이라 하고, 핵심 시설이라고도 부른다. TG를 향하는 동선이 주동선이고 그 외 동선이 부동선이다. 주동선과 부동선을 파악하면 창업자는 자금 사정에 맞게 점포를 구할 수 있고, 기존 운영자는 영업을 어떻게 활성화할지 마케팅전략을 짤 수 있다. 주동선은 상권유형에 따라 차이가 있는데 일반적으로 상권은 주택가, 번화가, 역세권, 대학가, 오피스가, 외곽지역으로 구분한다.
주택가 상권의 TG는 지하철역, 대형마트, 전통시장 등이다. 교차로의 횡단보도도 TG라고 보면 된다. 이처럼 사람이 많이 지나다니는 길이 주동선이다. 주동선상 점포는 임대료와 권리금이 비싸 소자본 창업자에게는 부담스럽다. 주택가 상권 주동선상에는 24시간 편의점, 프리미엄분식전문점, 커피전문점, 베이커리전문점, 패스트푸드전문점과 같이 유동형(유동인구를 보고 입점하는 유형) 업종이 적합하다. 반면 주동선을 벗어났거나 이면도로상 부동선에는 배달전문점이 적합하다.
하지만 요즘처럼 경기가 좋지 않을 때 소자본 창업자는 대부분 상대적으로 임대료와 권리금이 싼 주택가 이면도로에 주목한다. 그래서인지 대로변에 있던 햄버거, 커피, 스시, 생과일주스, 베이커리 등의 전문점이 이면도로로 옮겨가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주택가 상권의 주동선상에는 노점상이 많다. 거꾸로 노점상이 몰려 있는 곳이 그 상권의 주동선이라고 봐도 무리가 없다. 그러나 노점상이 너무 많으면 점포 영업에 지장을 줄 수 있으므로 점포를 구할 때 특별히 유의해야 한다.
‘흐르는 자리’의 함정
다음으로 가장 주목해야 하는 곳이 횡단보도다. 하나의 상권에는 횡단보도가 여러 개 있다. 하지만 사람이 많이 다니는 횡단보도는 따로 있다. 이곳이 바로 주동선이다. 이런 곳은 임대료와 권리금이 높아 입점하는 업종이 거의 정해져 있다. 은행이나 자동차전시장, 안경점, 유명 프랜차이즈 매장, 의류전문점, 화장품 매장, 이동통신대리점, 편의점, 커피전문점 등이다.그렇다면 사람이 많이 다니는 주동선상에 있는 점포는 모두 장사가 잘될까. 그렇지 않다. 예를 들어, 주택가 상권의 지하철역을 보면 출입구가 여러 개 있다. 그중 사람이 가장 많이 지나다니는 곳이 주동선이다. 그러나 출근시간대에는 어떤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할 목적이 아니라 그냥 스쳐 지나가는 경우가 많다. 이런 곳을 ‘흐르는 자리’라고 한다. 주택가 상권의 지하철역은 출근이 아닌 퇴근시간 때 주동선이어야 유리하다.
서울도시철도공사 5호선 화곡역은 서쪽으로는 경기 부천과 인천, 동쪽으로는 서울 중심지, 북쪽으로는 경기 고양과 김포, 남쪽으로는 경기 광명으로 가는 사통팔달 교통중심지다. 특히 7번 출구가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곳으로 주동선이라고 할 수 있다. 7번 출구는 인천, 부천 방향으로 가는 사람이 많아 다이소, 파리바게뜨, 롯데리아 등 유동형 업종이 대거 입점해 있다. 화곡역 상권의 부동선은 대각선 방향 3번 출구와 맞은편 6번 출구다. 한편 4번 출구는 오래전부터 퇴근길 길목인 데다 화곡시장으로 가는 방향이라 주부와 학생의 이동이 많다. 최근 6번 출구 쪽에 영화관 메가박스가 들어섰고 신선설농탕 앞에 있던 육교가 철거된 뒤 횡단보도가 생기면서 유동량이 부쩍 늘었다. 6번 출구 쪽도 지하철역에 가까울수록 유동형 업종이 눈에 많이 띈다. 이곳의 TG는 화곡역과 메가박스가 입점한 메가스퀘어 빌딩인데, 향후 주동선이 6번 출구와 메가스퀘어 빌딩 사이로 바뀔 가능성이 높다.
경기 광명시의 서울도시철도공사 7호선 철산역 상권은 간선도로인 6차선 오리로와 디지털로, 8차선인 철산로, 그리고 지선도로인 철산로, 철산로 30번길, 오리로 854번길, 디지털로 33번길로 엮이어 있다. 오리로의 왼쪽 상권은 스타벅스를 기점으로 대로변을 따라 형성돼 있고, 오른쪽 상권은 2001아울렛을 기점으로 신한은행과 보강약국, 광명경찰서 범위로 형성돼 있다. 또 철산역 앞 삼거리를 중심으로 시청 상권이 만들어져 있다. 도로와 방위에 의한 동서남북, 상권 범위가 정해졌다면 TG를 파악하면 되는데, 이곳의 TG는 7호선 1번, 2번 출구와 2001아울렛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2번 출구와 철산역 앞 삼거리 스타벅스를 잇는 횡단보도가 주동선이다. 부동선은 로데오거리 초입과 건너편 T월드 대리점 횡단보도다.
주동선과 부동선이 파악됐으면 업태·업종을 조사한다. 로데오거리를 중심으로 음식업 비중이 높고 소매업과 서비스업이 그 뒤를 잇는다. 따라서 주점을 포함한 일반음식점과 휴게음식점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항상 강조하지만 상권이 활성화하려면 ‘볼거리, 놀거리, 살거리, 먹을거리’ 4대 요소가 잘 어우러져야 한다. 이곳은 이 모든 것을 갖춰 상권이 활성화돼 있다. 2001아울렛, CGV영화관, 야구연습장과 노래방, 30년 전통의 철산감자탕을 비롯한 먹자골목이 있다. 그래서인지 손 바뀜이 그리 많지 않다.
이렇게 상권을 조사하면 상권 특성이 한눈에 들어온다. 아파트단지를 병풍처럼 두르고 있는 역세권 상권으로 항아리 형태다. 정성적 분석 후에는 1차 상권, 2차 상권, 3차 상권 범위의 거주인구 수, 직장인 수, 기업체 수, 아파트 수, 비아파트 수, 교통상황, 집객시설 수 등 정량적 분석을 하면 된다.
인근에 구로디지털단지와 가산디지털단지가 있어 이곳 배후 아파트단지에서 출퇴근하는 사람이 많다. 그 영향으로 철산역 상권은 지하철역과 로데오거리로 이어지는 상권 라인에 퇴근시간부터 유입량이 급속도로 늘어나는 유흥상권이기도 하다. 따라서 점심보다 저녁에 장사가 잘된다. 만약 점심에 주력하는 밥집을 운영한다면 영업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따라서 이 상권에서는 밥과 술을 동시에 취급해 1차 완결 주점이라 부르는 일반음식점을 하는 것이 더 안정적이다. 감자탕, 동태탕, 김치찌개, 해장국 장사가 잘되는 상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