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브 레이가 피처링한 신곡 ‘푸시(Push)’를 발표한 몬스타엑스 주헌. 스타쉽엔터테인먼트 제공
이 부조리극의 질감은 환각적(trippy)이다. 역사 안 곳곳에 붙은 경고문이 조금씩 변형되면서 다분히 영적인 메시지를 던진다. 비상 버튼에는 ‘세상을 끝내는 버튼’, 즉석 사진기에는 ‘3분 30초 뒤 자아가 노출됨’, 선로 앞 안전선에는 ‘타자에 주의할 것’ 등이 붙어 있다.
마지막 크레디트에서도 눈치 챌 수 있지만 두 주인공은 헤르만 헤세 소설 ‘데미안’ 속 싱클레어와 데미안에 대입된다. 노래는 밀어낼수록 더 다가서고 싶어지는 역설적 심리를 노래하다가 결말에서 두 주인공이 서로 손을 잡고 선로에 뛰어드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경고와 제지로 통제되는 안전한 공간을 벗어나는 행동, 곧 ‘데미안’에서 이야기하는 ‘자신의 껍질을 깨는’ 결말이다.
기이하면서 재미있는 음악
그러나 이 작품이 심오한 얼굴만 하고 있는 건 아니다. 뮤직비디오 속 주인공들의 데이트는 스산한 공간 속에서도 자못 귀엽게 느껴진다. 여기엔 음악의 역할이 크다. 가사도 “뻔한 엔딩” “시간이 없어 기회를 주라” 같은 일상적이고 통속적인 질감으로 덮여 있다. “Hold up 잠깐만 들어봐” 같은 말을 하면서 존재론적 각성을 논의하는 모습은 드라마 ‘굿 플레이스(The Good Place)’를 떠올리게 한다. 주헌의 래핑과 보컬은 톡 쏘며 흐르다가 한순간 늘어지듯 껄렁해지는 등 리듬과 강세를 자연스럽게 주무른다.서로의 관계를 밀어붙이는 것처럼 리듬을 재촉하던 노래는 “푸시(Push)”라는 한 음절만 남기고 삐걱대는 음향 틈으로 가라앉는다. 그러고는 아주 나직하게 되풀이하는 목소리와 함께 다시 힘을 쌓아올려 푸근한 무드로 이어진다. 마치 관계를 밀어내는 긴장과 그것에 뒤따라 피어오르는 감정을 표현하는 듯하다. 재생시간 3분이 채 안 되는 이 곡은 시간 낭비 없이 콤팩트하게 진행되면서도 감정선을 차곡차곡 잘 담아내는 구성을 갖고 있다.
그저 ‘로맨틱한 혼성 리듬앤드블루스(R&B)’라고 하기에는 기이한 방식으로 마음에 남는 몽환적인 작품이다. ‘평범한 여자아이’와 ‘냉미녀’ 사이에 절묘하게 걸친 레이는 미세한 웃음기가 깃든 편안한 목소리로 신비한 인물을 보여준다. 주헌은 래퍼이자 솔로 아티스트로서 음악을 휘어잡아 극적인 흐름을 부여하면서 무척 재미있는 작품을 만들어냈다. 2년 반 만에 성숙하고 능숙해진 모습으로 시동을 건 그의 솔로 작업에 꽤나 기대감이 생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