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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밋빛 기대감과 불안감 사이
하지만 동시에 고민거리도 있다. 바로 ‘인공지능(AI) 주식 버블’ 우려다. 앞으로 주식시장 방향성을 결정할 중요 변수가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통화정책이나 지정학적 리스크, 트럼프 리스크가 아닌 ‘AI 버블 해소 여부’가 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최근 글로벌 기관투자자들의 심리를 엿볼 수 있는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펀드매니저 서베이에서도 AI 버블이 인플레이션 재발이나 무역분쟁을 제치고 처음으로 금융시장의 가장 큰 잠재적 위험 요인으로 등극했다(그래프1 참조). 이는 시장 참여자들이 AI가 가져올 장밋빛 미래에 대한 기대감과 그 기대가 과도한 투기와 거품으로 변질됐을지 모른다는 불안감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하고 있음을 시사한다.AI 버블 우려는 2000년 발생한 닷컴버블 붕괴가 재현될 수도 있다는 두려움에서 비롯된다. 실제로 지금 AI 주식에서 나타나는 일부 특성은 닷컴버블 때와 닮았다. ‘순환 투자(Circular Investment)’를 통한 수요 착시 현상이 대표적이다. 현재 엔비디아, 오픈AI, 오라클 등 AI 산업의 핵심 기업들이 서로 지분투자를 하고 제품과 서비스를 구매하는 등 순환 투자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나오는데, 이는 닷컴버블 당시 신생 기술기업들이 서로의 배너 광고를 클릭하며 매출을 인위적으로 부풀렸던 행태와 유사한 측면이 있다. 또한 이것은 AI 생태계에서 수요와 매출이 자체적으로 창출되는 것처럼 보이도록 착시를 일으키는 데다, 외부의 실질적인 최종 수요가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 한순간에 무너지는 취약성도 내포한다.
투자심리 측면에서 투기 및 과열이 심화하고 있다는 점도 닷컴버블을 떠올리게 하는 요인이다. 미국 경제 전문지 ‘블룸버그’가 10월 진행한 전문가 설문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가운데 54%가 “이미 AI 주식에 버블이 형성됐다”고 답했으며, “기업의 막대한 AI 관련 지출이 아직 수익성으로 정당화되지 못하고 있다”는 의견도 상당하다.
특히 엔비디아를 필두로 한 AI 반도체 기업부터 하이퍼스케일러, 심지어 데이터센터에 전력을 공급하는 원전 및 전력기기 업체까지 AI 밸류체인 전반에 걸쳐 주가가 상승하는 모습은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 소외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 심리가 시장을 지배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현상은 과거 모든 자산버블의 마지막 국면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났던 위험 신호로 해석될 여지를 남긴다.
하지만 버블 붕괴를 논하기에는 아직 이른 시점이다. AI 열풍은 실체가 있는 수익성이라는 점에서 2000년 닷컴버블과 근본적인 차이를 보인다. 2000년 닷컴버블을 일으킨 주역은 대부분 구체적인 수익모델 없이 미래의 ‘꿈’만 팔았지만, 현재 AI주(M7: 알파벳·테슬라·마이크로소프트·메타플랫폼스·애플·아마존·엔비디아)는 이미 막대한 현금을 창출하는 우량주들이다. 오늘날 M7의 평균 자기자본이익률(ROE)은 46%, 순이익률은 29%에 달한다(그래프2 참조). 이는 현 랠리가 실체 없는 투기가 아니라, 실제 이익 성장에 기반한 ‘펀더멘털 장세’ 성격이 강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돈’이 되는 비즈니스로 자리 잡은 AI 기술
더 나아가 AI 기술이 실제 기업 활동에 깊숙이 침투하면서 ‘돈’이 되는 비즈니스로 자리 잡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메타플랫폼스, 알파벳 등 하이퍼스케일러는 2026년과 2027년 CAPEX(자본적지출) 가이던스를 지속적으로 상향 조정하고 있다. 이는 기업들이 AI 투자와 관련해 오히려 경쟁에서 뒤처지는 ‘과소투자’ 위험을 더 크게 느끼고 있음을 시사한다. 또한 올해 8월 뉴욕 연방준비은행의 지역 보고서에 따르면 AI를 업무에 활용하는 서비스업체는 2024년 25%에서 2025년 40%로, 제조업체는 2024년 16%에서 2025년 33%로 급증했다.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제조업체 중 유료 AI 도구를 사용하는 기업의 비율이 1년 만에 7%에서 46%로 크게 증가했다는 점이다. 이제 기업들이 AI에 대한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 AI 기술에 실질적인 비용을 지불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렇게 AI 사용자가 증가하는 추세임을 감안하면 AI 업체의 수익성 불안, 과잉 투자에 대한 과도한 불안감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
결론적으로 현재 AI가 주도주가 된 주식시장은 과거 같은 투기적 거품의 요소를 일부 포함할 수 있겠지만, 2000년 닷컴버블처럼 펀더멘털이 부재한 허상 위에 세워진 것이 아니라는 쪽에 무게중심을 두는 편이 적절하다. 닷컴버블보다 높은 수익성, 합리적인 밸류에이션, 하이퍼스케일러 업체의 대규모 CAPEX 투자 기조, 일반 기업의 AI 도입 증가 등이 뒷받침되고 있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은 AI 투자 사이클, 성장 사이클이 당분간 유지될 것이라는 전제 하에 AI 관련 업체의 실적 가이던스 변화를 주시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