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빈센트 반고흐의 명작 ‘밤의 카페 테라스’의 배경이 된 프랑스 아를의 카페는 노란색 벽이 트레이드마크다. GETTYIMAGES
고흐는 삶의 마지막 시기 2년을 프랑스 남부 아를에서 보냈다. 그는 아를에서의 삶에 무척 만족했던지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에 “(이곳의) 하늘은 믿을 수 없을 만큼 파랗고 태양은 유황빛으로 반짝인다. 천상에서나 볼 수 있을 듯한 푸른색과 노란색의 조합은 얼마나 매혹적인지…”라고 썼다.
아를의 노란 집에서 고군분투한 고흐
고흐는 아를 시내 한 허름한 집을 빌려 외벽을 온통 노란색으로 칠한 채 살았다. 1888년 9월에 그린 작품 ‘노란 집’은 그렇게 탄생했다. 이외에도 ‘해바라기’ ‘아를의 별이 빛나는 밤’ ‘밤의 카페 테라스’ 등 수많은 명작이 아를에서 탄생했다.아를은 고흐 덕분에 노랑을 상징하는 도시가 되다시피 했는데, 사실 고대 극장과 원형경기장 등 고대 로마 유적을 다수 보유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역사 도시다. 풍수적 관점에서 보면 오행 중 토(土) 에너지가 강한 명당터이기도 하다. 흥미롭게도 토 에너지는 색깔로는 노랑을 상징한다. 고흐가 즐겨 그린 노란색 해바라기도 토 기운이 왕성한 식물이다. 어쩌면 고흐는 아를의 토 기운에 취해 더욱 노란색에 집착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아를처럼 특정 기운이 유달리 강하게 형성된 터에서는 건강상 유의해야 할 점이 있다. ‘5계절 5체질 건강법’ 저자인 김봉규 씨에 따르면 사람은 태어난 계절에 따라 봄체질·여름체질·늦여름체질·가을체질·겨울체질 등 5가지로 분류되며, 체질별로 어울리는 색깔과 방위, 기운 등이 정해져 있다(표 참조).
이를테면 2월 4일쯤(입춘)~5월 5일쯤(입하) 사이에 태어난 이는 봄체질에 해당한다. 이들은 목(木)으로 상징되는 봄 에너지가 강한 시기에 태어났기 때문에 선천적으로 오장육부 중 간과 담 기능이 다른 장부에 비해 약한 편이다. 외부의 강력한 봄기운에 적응하려고 신체 내부에서는 봄에 해당하는 간과 담의 기능을 상대적으로 약화시킨 결과다. 따라서 봄체질은 봄기운에 해당하는 색깔, 음식, 기운, 방위 등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게 건강한 생활을 유지하고 경쟁력 있는 삶을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된다.

약도 되고 병도 되는 색깔
한편 봄체질은 봄기운과 앞뒤로 이웃이 되는 겨울기운과 여름기운과는 상생(相生) 관계를 이루지만, 가을기운과 늦여름기운은 금극목(金剋木: 금 기운이 목 기운을 누름), 목극토(木剋土: 목 기운이 토 기운을 누름)라는 음양오행 원리에 따라 상극(相剋) 관계에 놓인다. 상극에 해당하는 기운에서는 무리하지 않는 것이 건강에 이롭다. 다른 계절 체질도 이런 식으로 해석하면 된다.
화폭 가득 노란 색채가 두드러지는 고흐의 ‘해바라기’. GETTYIMAGES
한편 노랑을 좋아한다는 측면에서 고흐에 뒤지지 않는 이가 클림트다. 그는 노란빛과 금빛이 가득한 그림들로 이른바 ‘황금시대’라는 자신의 절정기를 만들어냈다. 두 남녀가 포옹한 채 진한 키스를 나누는 모습을 그린 ‘키스’, 자신의 연인을 모델로 삼은 ‘아델레 블로흐-바우어의 초상’ 등은 온통 토 기운인 노랑과 황금색으로 찬란하게 덮여 있다. 클림트에게 노랑, 특히 황금빛은 사랑과 욕망, 예술적 영광을 드러내는 무기였던 셈이다.

구스타프 클림트의 대표작 ‘키스’. 클림트는 찬란한 황금색으로 뒤덮은 이 작품을 통해 큰 명성을 얻었다. 위키피디아
색깔과 좋은 궁합을 보인 사례는 국내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패션디자이너로 이름을 떨친 고(故) 앙드레김은 흰색 의상을 자신의 트레이드마크로 삼았다. 그는 생전에 흰색 옷만 입고 다녔을 뿐 아니라 그가 살던 집의 벽, 커튼, 수건, 침구 등도 온통 화이트 일색으로 꾸몄다. 심지어 기르던 강아지까지 흰색이었다. 그는 수만 가지 색을 다뤄야 하는 디자이너임에도 오로지 흰색만 고집하는 이유에 대해 “깨끗하고 순수한 화이트 컬러야말로 최고의 색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그는 흰색이 자신에게 평화와 안정감을 느끼게 해준다고도 했다. 앙드레김이 태어난 계절이 가을(8월 24일)이니, 가을 상징색인 흰색이 좋은 기운으로 작동했을 것이다.
체질별 색채 활용한 인테리어
색채는 시신경을 자극해 뇌의 시각중추에 영향을 미침으로써 신체 기능을 어느 정도 조절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맥박을 빨리 뛰게 하거나 느리게 할 수 있고, 혈압을 높이거나 낮출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의료 환경에서 색채는 환자들의 스트레스 해소와 안정 회복을 위해 사용되기도 한다. 이를테면 녹색은 마음을 가라앉히거나 편안한 기분을 느끼게 해 병원에서 즐겨 사용하는 색이다. 긴장을 늦추고 집중력을 높이는 파란색은 수술실에서 자주 볼 수 있다. 이처럼 색채는 건강한 삶을 살아가는 데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된다.단, 주의할 점이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색깔이 자기 체질에 100% 맞는다고 오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패션디자이너 앙드레김 사례에서 보듯이 건강한 사람은 본능적으로 자신에게 필요한 색에 끌린다. 하지만 장부 기운의 균형이 어그러져 심리적으로 불안정하거나 건강에 이상이 생기면 오히려 피해야 할 색에 자꾸만 손이 가는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 고흐가 그랬고, 20세기 최고 시인으로 불리는 라이너 마리아 릴케도 그랬다. 릴케는 겨울생(1875년 12월 4일생)인데 자신과 상극 기운인 장미꽃(불, 火)을 유난히 좋아했다. 결국 그는 사랑하는 장미꽃을 꺾다가 가시에 찔렸는데 그 상처로 생긴 패혈증으로 고생했고, 신체적으로 가장 약해지는 계절인 겨울에 죽음을 맞았다.
계절 체질별 색채는 풍수 인테리어에서도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봄에 태어난 사람은 파란색이나 녹색으로 방을 꾸미는 게 이롭다. 여름에 태어난 사람은 적색이나 홍색 계통을 사용하는 게 좋다. 늦여름에 태어난 사람은 노란색이나 황금색, 가을에 태어난 사람은 흰색이나 벽색, 겨울에 태어난 사람은 검은색이나 자색을 널리 활용하는 게 좋다. 성장기 어린이나 건강에 취약한 노인이 있는 가정이라면 특히 색채 풍수법의 도움을 상당히 받을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