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나도 ‘취업이 안 된다’고 아우성이다. 그런데 특성화고만 취업률이 높아지고 있다. 그렇다면 둘 중 하나 아니겠나. 정말 잘하고 있거나 뭔가 문제가 있거나.”
서울지역 한 특성화고 K교사의 말이다. 그는 “정부가 특성화고 취업률을 자랑하는 것 자체가 난센스”라며 “5월 28일 발생한 서울메트로 2호선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는 특성화고에 던지는 일종의 ‘경고’ 메시지”라고 했다. 수치만 보면 특성화고 취업률은 매년 가파르게 올라가고 있다. 하지만 ‘취업의 질’은 되레 떨어진다는 우려가 크다. ‘취업률 올리기’ 뒤에 숨어 있는 특성화고 학생들의 취약한 근로교육과 열악한 근로환경이 외면받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때 특성화고 취업률이 바닥을 치자 정부가 잇따라 대책을 내놓은 건 맞다. 2008년 ‘마이스터고 육성’, 2010년 ‘고교 직업교육 선진화’, 2011년 ‘고졸 취업 전성시대’ 정책 등이 이어졌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정부의 자화자찬에 의문을 제기한다. 대학 졸업생의 취업률을 조사할 때는 신뢰성 확보를 위해 건강보험 가입 자료 등을 확인하지만, 특성화고 졸업생 취업률은 재직증명서만으로 통계를 낸다는 이유에서다.
감사원 발표로 일선 학교의 ‘취업률 통계 부풀리기’ 정황이 드러나기도 했다. 감사원이 2013년 2월 특성화고 졸업자 중 취업을 인정받은 9103명의 근로소득 유무를 국세청을 통해 확인한 결과 2명 중 1명(4581명·50.3%)이 근로소득이 없는데도 취업자로 인정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중 일부는 취업률 조사 기준일 전 폐업한 업체나 이미 퇴사한 업체의 재직증명서를 증빙자료로 제출해 취업자로 인정받은 사실이 밝혀졌다.
왜곡된 취업률 통계의 이면에는 열악한 근로환경도 있었다. 감사원 감사 결과 일부 특성화고가 학생들을 전공과 관련 없는 업체에 현장실습을 보내거나 학생 안전이 우려되는 현장에 파견한 사례가 확인됐다. 부산교육청 등 3개 교육청을 표본으로 검토해보니, 현장실습을 나간 특성화고 3학년생 1만5263명 중 20.5%(3131명)가 전공과 무관한 산업체에서 현장실습을 했다.
특성화고 학생을 대상으로 한 근로교육도 부실하다는 게 교육현장의 지적이다. 현재 특성화고 학생이 현장실습 전 받는 교육은 고용노동연수원의 18시간짜리 사이버 강좌 수강이 전부다. 이 강좌는 산업안전·보건 6시간, 근로기준법과 근로계약 등 9시간, 해고나 경력개발 등 3시간으로 구성됐다. 이에 대해 김홍순 교육부 직업교육정책과장은 “사이버 강좌다 보니 현장감이 떨어질 수는 있다”면서 “(이를 보완하려고) 취업 이후 교사가 2회 이상 현장 방문을 하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교사가 취업현장에 나가 근로 실태를 한두 번 보고 상황을 판단하긴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서울 한 특성화고 학생 최모(19) 군은 “교사가 일하는 곳에 찾아왔을 때 열악한 근무환경에 대해 이야기하자 ‘네가 그만두면 학교가 피해를 입는다’고 하더라”면서 “하루 12시간 넘게 일한다고 교사에게 하소연해도 소용없었다”고 했다.
교육부는 취업률 상승을 홍보하고, 학교들은 취업률 통계로 사업비를 타내며, 이를 신입생 모집에 이용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셈. 이런 상황에서 고용의 질은 고려하지 않는 ‘묻지 마 취업’과 심지어 ‘가짜 취업’ 행태까지 만연한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특성화고 학생들이 취업하는 산업체에 대한 관리 및 감독을 좀 더 철저히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스위스, 독일에서 발달한 도제학교처럼 학교와 기업이 사전에 채용 약정을 맺고 교육과정을 함께 개발하는 방식도 대안으로 거론된다. 이병욱 충남대 교수와 안재영 충남기계공고 교사가 지난해 학술지 ‘고용직업능력개발연구’에 게재한 논문에 따르면, 전국 특성화고·마이스터고 취업담당 부장교사 456명과 교장 351명 등 80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들은 ‘고졸 취업의 질적 성장을 위한 현장실습 산업체 선정 시 고려해야 할 사항’(복수 응답)으로 ‘근무환경(고용안정성, 임금, 근무 조건, 후생 복지 등)’을 가장 많이(553명·34.3%) 꼽았다. ‘직무와 학생 개인 특성(적성과 소질 등)과의 부합성’이 403명(25.0%)으로 뒤를 이었다. ‘학생의 발전 가능성’을 꼽은 응답자도 254명(15.7%)이었다. 일선 취업담당 부장교사나 교장들이 현 문제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해당 연구팀은 이를 바탕으로 특성화고 문제를 해결하려면 현장실습 산업체를 평가해 그 결과를 데이터베이스(DB)화하고 우수 산업체에는 인센티브를 주는 한편, 열악한 산업체는 사업 참여를 할 수 없게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상대적으로 나이가 어리고 경험이 부족한 고졸 취업자를 보호하고 합법적인 근로 상황을 담보하려면 고졸 취업자 전담 근로감독관을 배치하는 등 근로감독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고교 3학년 때 시행하는 현장실습을 1~2학년 때부터 시작하는 ‘예비 현장실습’ 도입 방안도 제시했다.
한편 교육부는 구의역 사고 이후인 6월 24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고졸취업 활성화를 위한 기업관계자 간담회’를 열었다. 삼성전자, 포스코, LG화학, 두산중공업, CJ대한통운 등 11개 기업 인사담당 임원과 경제 5단체 인사 관련 임원이 참석한 이 자리에서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대기업과 경제단체가 고졸자 대상의 ‘괜찮은 일자리’를 지속적으로 확대해달라”고 당부했다. 구두선에 그치지 않을지 지켜볼 일이다.
서울지역 한 특성화고 K교사의 말이다. 그는 “정부가 특성화고 취업률을 자랑하는 것 자체가 난센스”라며 “5월 28일 발생한 서울메트로 2호선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는 특성화고에 던지는 일종의 ‘경고’ 메시지”라고 했다. 수치만 보면 특성화고 취업률은 매년 가파르게 올라가고 있다. 하지만 ‘취업의 질’은 되레 떨어진다는 우려가 크다. ‘취업률 올리기’ 뒤에 숨어 있는 특성화고 학생들의 취약한 근로교육과 열악한 근로환경이 외면받고 있다는 지적이다.
취업자 중 절반이 근로소득 無
교육부가 발표한 지난해 특성화고 취업률은 47.6%였다. 2009년 16.7%로 최저치를 기록한 이후 6년째 상승해 15년 만에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이런 상승곡선은 최근 청년취업률과 상반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5년 기준 15~29세 청년실업률은 9.2%이다. 2012년 7.5%를 기록한 이후 4년 연속 오름세다. 관련 통계가 작성된 1999년 이후 사상 최고 수준이기도 하다. 불황이 이어지는데도 특성화고 취업률만 유독 상승곡선을 그리는 데 대해 정부는 “특성화고 살리기가 효과를 봤다”고 말한다.한때 특성화고 취업률이 바닥을 치자 정부가 잇따라 대책을 내놓은 건 맞다. 2008년 ‘마이스터고 육성’, 2010년 ‘고교 직업교육 선진화’, 2011년 ‘고졸 취업 전성시대’ 정책 등이 이어졌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정부의 자화자찬에 의문을 제기한다. 대학 졸업생의 취업률을 조사할 때는 신뢰성 확보를 위해 건강보험 가입 자료 등을 확인하지만, 특성화고 졸업생 취업률은 재직증명서만으로 통계를 낸다는 이유에서다.
감사원 발표로 일선 학교의 ‘취업률 통계 부풀리기’ 정황이 드러나기도 했다. 감사원이 2013년 2월 특성화고 졸업자 중 취업을 인정받은 9103명의 근로소득 유무를 국세청을 통해 확인한 결과 2명 중 1명(4581명·50.3%)이 근로소득이 없는데도 취업자로 인정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중 일부는 취업률 조사 기준일 전 폐업한 업체나 이미 퇴사한 업체의 재직증명서를 증빙자료로 제출해 취업자로 인정받은 사실이 밝혀졌다.
왜곡된 취업률 통계의 이면에는 열악한 근로환경도 있었다. 감사원 감사 결과 일부 특성화고가 학생들을 전공과 관련 없는 업체에 현장실습을 보내거나 학생 안전이 우려되는 현장에 파견한 사례가 확인됐다. 부산교육청 등 3개 교육청을 표본으로 검토해보니, 현장실습을 나간 특성화고 3학년생 1만5263명 중 20.5%(3131명)가 전공과 무관한 산업체에서 현장실습을 했다.
특성화고 학생을 대상으로 한 근로교육도 부실하다는 게 교육현장의 지적이다. 현재 특성화고 학생이 현장실습 전 받는 교육은 고용노동연수원의 18시간짜리 사이버 강좌 수강이 전부다. 이 강좌는 산업안전·보건 6시간, 근로기준법과 근로계약 등 9시간, 해고나 경력개발 등 3시간으로 구성됐다. 이에 대해 김홍순 교육부 직업교육정책과장은 “사이버 강좌다 보니 현장감이 떨어질 수는 있다”면서 “(이를 보완하려고) 취업 이후 교사가 2회 이상 현장 방문을 하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교사가 취업현장에 나가 근로 실태를 한두 번 보고 상황을 판단하긴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서울 한 특성화고 학생 최모(19) 군은 “교사가 일하는 곳에 찾아왔을 때 열악한 근무환경에 대해 이야기하자 ‘네가 그만두면 학교가 피해를 입는다’고 하더라”면서 “하루 12시간 넘게 일한다고 교사에게 하소연해도 소용없었다”고 했다.
우수업체 DB 구축, 독일식 도제교육 도입해야
이처럼 취업률 부풀리기와 열악한 취업의 질 문제가 심각한데도 특성화고들이 취업률에 목을 매는 이유는 한 해 200억 원 넘는 ‘취업 선도 특성화고 지원사업’ 사업비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취학 연령대의 학생 수가 줄면서 특성화고 간 경쟁이 치열해진 것도 또 다른 이유다. K교사는 최근 특성화고 분위기에 대해 “학생이 급격히 줄면서 학생 모집에 비상이 걸렸다”며 “취업률 상승이 지속되는 건 학교들이 과당경쟁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도 이와 관련해 “지난해 서울지역 특성화고 경쟁률이 1.06 대 1에 불과하다. 다른 시도 학교는 미달한 곳도 상당수다. 특성화고가 다른 특성화고와 경쟁하며 내세울 것은 취업률이 높다는 것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과당경쟁이 발생한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취업률 상승을 홍보하고, 학교들은 취업률 통계로 사업비를 타내며, 이를 신입생 모집에 이용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셈. 이런 상황에서 고용의 질은 고려하지 않는 ‘묻지 마 취업’과 심지어 ‘가짜 취업’ 행태까지 만연한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특성화고 학생들이 취업하는 산업체에 대한 관리 및 감독을 좀 더 철저히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스위스, 독일에서 발달한 도제학교처럼 학교와 기업이 사전에 채용 약정을 맺고 교육과정을 함께 개발하는 방식도 대안으로 거론된다. 이병욱 충남대 교수와 안재영 충남기계공고 교사가 지난해 학술지 ‘고용직업능력개발연구’에 게재한 논문에 따르면, 전국 특성화고·마이스터고 취업담당 부장교사 456명과 교장 351명 등 80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들은 ‘고졸 취업의 질적 성장을 위한 현장실습 산업체 선정 시 고려해야 할 사항’(복수 응답)으로 ‘근무환경(고용안정성, 임금, 근무 조건, 후생 복지 등)’을 가장 많이(553명·34.3%) 꼽았다. ‘직무와 학생 개인 특성(적성과 소질 등)과의 부합성’이 403명(25.0%)으로 뒤를 이었다. ‘학생의 발전 가능성’을 꼽은 응답자도 254명(15.7%)이었다. 일선 취업담당 부장교사나 교장들이 현 문제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해당 연구팀은 이를 바탕으로 특성화고 문제를 해결하려면 현장실습 산업체를 평가해 그 결과를 데이터베이스(DB)화하고 우수 산업체에는 인센티브를 주는 한편, 열악한 산업체는 사업 참여를 할 수 없게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상대적으로 나이가 어리고 경험이 부족한 고졸 취업자를 보호하고 합법적인 근로 상황을 담보하려면 고졸 취업자 전담 근로감독관을 배치하는 등 근로감독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고교 3학년 때 시행하는 현장실습을 1~2학년 때부터 시작하는 ‘예비 현장실습’ 도입 방안도 제시했다.
한편 교육부는 구의역 사고 이후인 6월 24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고졸취업 활성화를 위한 기업관계자 간담회’를 열었다. 삼성전자, 포스코, LG화학, 두산중공업, CJ대한통운 등 11개 기업 인사담당 임원과 경제 5단체 인사 관련 임원이 참석한 이 자리에서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대기업과 경제단체가 고졸자 대상의 ‘괜찮은 일자리’를 지속적으로 확대해달라”고 당부했다. 구두선에 그치지 않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