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은 해체의 길을 밟을 것인가. 영국이 국민투표를 통해 EU 탈퇴를 결정하면서 EU의 미래를 둘러싸고 국제사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당초 독일, 프랑스, 영국 등이 주축이 돼 12개 회원국으로 출발한 EU는 그동안 유럽통합의 꿈을 실현하고자 지속적으로 확장을 추진했고, 2000년대 들어 동유럽국가가 대거 가입하면서 28개 회원국으로 몸집이 커졌다. 인구 5억800만 명에 이르는 EU는 1946년 윈스턴 처칠 영국 총리가 주창했던 ‘유럽합중국(United States of Europe)’을 만들기 위해 정치·경제 등 각 분야에서 꾸준히 통합 작업을 해왔다. 하지만 ‘하나의 유럽’이라는 이상과 꿈은 아이러니하게도 영국 때문에 자칫 수포로 돌아갈 공산이 커지고 있다.
슬로바키아 의회는 총 150석이며, 슬로바키아국민당은 14석(8%)을 차지하고 있다. 인구 540만 명인 슬로바키아에서 국민투표를 실시하려면 국민 35만 명에게 청원 서명을 받아야 한다. 유권자의 50% 이상 투표를 하면 국민투표 결과는 법적 구속력을 갖는다. 2004년 EU에 가입한 슬로바키아는 네덜란드에 이어 7월 1일부터 6개월간 EU 순회 의장국 임무를 수행한다. 의장국에서조차 탈퇴 청원 서명이 벌어지는 난감한 상황이다.
회원국 가운데 영국에 이어 탈퇴 가능성이 높은 국가는 덴마크다. 덴마크는 지난해 12월 유럽형사경찰기구(유로폴) 탈퇴를 놓고 국민투표에 부쳤고 투표자 53%가 탈퇴에 찬성했다. 덴마크는 영국처럼 유로화 대신 자체 화폐 크로네를 사용해 탈퇴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다. 덴마크 공영방송 DR가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42%가 ‘영국처럼 EU 탈퇴를 묻는 국민투표를 원한다’고 답했다. 특히 극우정당인 덴마크국민당(DF)이 EU 회의론을 주도하고 있다. 덴마크국민당은 지난해 총선에서 반(反)이민·반EU를 기치로 내걸고 21%를 득표해 제2당이 됐다.
‘스칸디나비아의 영국’이라 부르는 스웨덴에서도 탈퇴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스웨덴은 EU의 모든 이슈 가운데 90% 정도를 영국과 의견을 같이해왔다. 브렉시트가 스웨덴에서 연쇄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고 보는 이유다. 스웨덴 정부는 지난해 난민 수십만 명을 수용했지만 극우정당인 스웨덴민주당(SD)은 난민 추방을 주장하고 있다. 인구 1000만 명이 안 되는 스웨덴은 인구 대비 난민 유입 수가 유럽에서 가장 많다. 이 때문에 반감도 상당히 높다. 핀란드에서는 이미 지난해 말 국민 5만 명이 ‘핀란드의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탈퇴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해달라’는 청원서를 정부에 낸 상태다.
네덜란드의 분위기도 심상치 않다. 극우정당인 네덜란드자유당(PVV)의 헤이르트 빌더르스 대표는 내년 3월 총선에서 승리하면 영국처럼 EU 탈퇴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고 공언했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네덜란드 국민의 54%가 EU 탈퇴 국민투표를 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이민·반이슬람을 표방하는 네덜란드자유당은 올해 들어 20% 안팎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제3당으로 자리매김했다. 네덜란드는 1월 EU와 우크라이나의 자유무역협정(FTA)을 EU 회원국 중 유일하게 비준하지 않았다. 북유럽국가는 대부분 재정이 탄탄할 뿐 아니라 국민소득도 높지만, 최근 들어 일자리와 복지가 축소되면서 이민자와 무슬림에 대한 반감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민족주의 세력이 득세하고 있는 체코, 폴란드, 헝가리 등 중·동부 유럽국가도 EU에서 탈퇴할 가능성이 있다. 경기침체로 EU 가입에 따른 혜택이 줄어들고 있는 데다 난민이 대거 유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보후슬라프 소보트카 체코 총리는 2월 “브렉시트가 되면 체코도 탈퇴할 수 있다”고 밝혔다. 난민 수용을 반대하는 폴란드도 EU 탈퇴 대열에 합류할 가능성이 있는 나라로 꼽힌다.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기독교 유럽의 수호자’임을 자처하는 강경 반이슬람주의자다. 오스트리아에선 극우정당 자유당의 노르베르트 호퍼 대표가 ‘오스트리아 제일주의’를 내세우면서 반EU에 앞장서고 있다. 그리스 등 남유럽국가에서도 신생 좌파정당들을 중심으로 EU 탈퇴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브렉시트로 자신감을 얻은 유럽 각국 극우정당들은 향후 총선 등에서 EU 탈퇴를 공약으로 내세울 게 분명하다. 마르틴 슐츠 유럽의회 의장은 “현 분위기를 볼 때 다른 회원국에서도 EU 탈퇴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가 실시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크리스 비커턴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EU가 갑자기 사라지지는 않을 테지만 점차 쇠퇴할 것이며, 지금과는 다른 모습으로 바뀔 것”이라면서 “EU는 미지의 영역으로 들어섰고 앞으로 밟을 다음 단계는 힘든 여정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영국을 제외한 EU 27개 회원국은 6월 29일 정상회의를 갖고 EU의 단결과 통합을 강조했다. EU는 탈퇴 도미노 현상을 막고자 회원국의 재량권을 확대하는 등 개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움직임이 신고립주의와 민족주의를 극복하고 통합의 길을 회복할 원동력이 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기 짝이 없다.
유럽을 뒤흔드는 민족주의
EU는 브렉시트로 회원국이 27개국으로 줄었을 뿐 아니라 ‘탈퇴 도미노’라는 새로운 위기에도 직면해 있다. 탈퇴 조짐을 보이는 국가는 덴마크, 체코, 스웨덴, 네덜란드, 핀란드, 폴란드, 슬로바키아, 오스트리아, 헝가리 등이다. 실제로 슬로바키아 극우정당인 슬로바키아국민당(SNS)은 EU 탈퇴(슬렉시트·Slexit)를 위한 국민투표를 요구하고 나섰다. 마리안 코틀레바 슬로바키아국민당 대표는 “EU는 침몰하는 타이타닉호”라면서 “지금이야말로 침몰하는 EU를 떠날 수 있는 최적의 시기”라고 주장했다.슬로바키아 의회는 총 150석이며, 슬로바키아국민당은 14석(8%)을 차지하고 있다. 인구 540만 명인 슬로바키아에서 국민투표를 실시하려면 국민 35만 명에게 청원 서명을 받아야 한다. 유권자의 50% 이상 투표를 하면 국민투표 결과는 법적 구속력을 갖는다. 2004년 EU에 가입한 슬로바키아는 네덜란드에 이어 7월 1일부터 6개월간 EU 순회 의장국 임무를 수행한다. 의장국에서조차 탈퇴 청원 서명이 벌어지는 난감한 상황이다.
회원국 가운데 영국에 이어 탈퇴 가능성이 높은 국가는 덴마크다. 덴마크는 지난해 12월 유럽형사경찰기구(유로폴) 탈퇴를 놓고 국민투표에 부쳤고 투표자 53%가 탈퇴에 찬성했다. 덴마크는 영국처럼 유로화 대신 자체 화폐 크로네를 사용해 탈퇴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다. 덴마크 공영방송 DR가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42%가 ‘영국처럼 EU 탈퇴를 묻는 국민투표를 원한다’고 답했다. 특히 극우정당인 덴마크국민당(DF)이 EU 회의론을 주도하고 있다. 덴마크국민당은 지난해 총선에서 반(反)이민·반EU를 기치로 내걸고 21%를 득표해 제2당이 됐다.
‘스칸디나비아의 영국’이라 부르는 스웨덴에서도 탈퇴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스웨덴은 EU의 모든 이슈 가운데 90% 정도를 영국과 의견을 같이해왔다. 브렉시트가 스웨덴에서 연쇄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고 보는 이유다. 스웨덴 정부는 지난해 난민 수십만 명을 수용했지만 극우정당인 스웨덴민주당(SD)은 난민 추방을 주장하고 있다. 인구 1000만 명이 안 되는 스웨덴은 인구 대비 난민 유입 수가 유럽에서 가장 많다. 이 때문에 반감도 상당히 높다. 핀란드에서는 이미 지난해 말 국민 5만 명이 ‘핀란드의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탈퇴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해달라’는 청원서를 정부에 낸 상태다.
네덜란드의 분위기도 심상치 않다. 극우정당인 네덜란드자유당(PVV)의 헤이르트 빌더르스 대표는 내년 3월 총선에서 승리하면 영국처럼 EU 탈퇴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고 공언했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네덜란드 국민의 54%가 EU 탈퇴 국민투표를 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이민·반이슬람을 표방하는 네덜란드자유당은 올해 들어 20% 안팎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제3당으로 자리매김했다. 네덜란드는 1월 EU와 우크라이나의 자유무역협정(FTA)을 EU 회원국 중 유일하게 비준하지 않았다. 북유럽국가는 대부분 재정이 탄탄할 뿐 아니라 국민소득도 높지만, 최근 들어 일자리와 복지가 축소되면서 이민자와 무슬림에 대한 반감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민족주의 세력이 득세하고 있는 체코, 폴란드, 헝가리 등 중·동부 유럽국가도 EU에서 탈퇴할 가능성이 있다. 경기침체로 EU 가입에 따른 혜택이 줄어들고 있는 데다 난민이 대거 유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보후슬라프 소보트카 체코 총리는 2월 “브렉시트가 되면 체코도 탈퇴할 수 있다”고 밝혔다. 난민 수용을 반대하는 폴란드도 EU 탈퇴 대열에 합류할 가능성이 있는 나라로 꼽힌다.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기독교 유럽의 수호자’임을 자처하는 강경 반이슬람주의자다. 오스트리아에선 극우정당 자유당의 노르베르트 호퍼 대표가 ‘오스트리아 제일주의’를 내세우면서 반EU에 앞장서고 있다. 그리스 등 남유럽국가에서도 신생 좌파정당들을 중심으로 EU 탈퇴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이어지는 ‘EU 탈퇴 국민투표’ 공약
특히 유럽 각국 극우정당들이 결집해 EU 탈퇴를 위한 조직적인 운동을 벌일 가능성이 있다. 유럽 9개국 극우정당 대표는 6월 17일 오스트리아 빈 인근 뵈젠도르프에서 만나 EU 탈퇴와 난민 문제 등에 관해 협력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이들의 상징적 지도자인 프랑스 국민전선(FN) 마린 르펜 대표는 “프랑스도 영국처럼 EU 탈퇴(프렉시트·Frexit)를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스스로를 ‘마담 프렉시트’라고 부를 정도로 EU에 반감을 드러내온 인물이기도 하다. 최근 프랑스 여론조사를 보면 응답자의 55%가 국민투표가 필요하다고 답했고, 이 가운데 41%는 프렉시트에 찬성하는 쪽이다. 각종 여론조사에 따르면 르펜 대표는 내년 4월 프랑스 대통령선거 1차 투표에서 1위를 차지하며 2차 결선 투표에 진출할 것으로 예상된다.브렉시트로 자신감을 얻은 유럽 각국 극우정당들은 향후 총선 등에서 EU 탈퇴를 공약으로 내세울 게 분명하다. 마르틴 슐츠 유럽의회 의장은 “현 분위기를 볼 때 다른 회원국에서도 EU 탈퇴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가 실시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크리스 비커턴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EU가 갑자기 사라지지는 않을 테지만 점차 쇠퇴할 것이며, 지금과는 다른 모습으로 바뀔 것”이라면서 “EU는 미지의 영역으로 들어섰고 앞으로 밟을 다음 단계는 힘든 여정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영국을 제외한 EU 27개 회원국은 6월 29일 정상회의를 갖고 EU의 단결과 통합을 강조했다. EU는 탈퇴 도미노 현상을 막고자 회원국의 재량권을 확대하는 등 개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움직임이 신고립주의와 민족주의를 극복하고 통합의 길을 회복할 원동력이 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기 짝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