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2월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제 입으로 그 누구에게도 공천 관련 문건이나 살생부 얘기를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또한 “누구로부터 어떤 형태로든지 공천 관련 문건을 받은 적도 없고, 말을 전해 들은 바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른바 새누리당 ‘공천 살생부’의 존재를 전면 부인한 것이다. 그럼에도 ‘살생부’ 파문이 쉽게 가라앉을 것 같지는 않다. 독자의 이해를 돕고자 김 대표가 왜 ‘살생부’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됐는지에 초점을 맞춰 이 사건을 재구성해봤다. 〈편집자 주>
작전은 전격적이어야 제맛이다. 작전 참가자는 정의감이 투철할뿐더러 순발력이 뛰어난 선수여야 한다. 누가 좋을까. 김 전 교수가 제안한 카드는 정두언 의원이었다. ‘맞아, 정두언이면 해낼 수 있을 거야!’ 김 대표는 무릎을 쳤다. 곧바로 작전 개시. 김 전 교수는 정 의원을 만났고, 김무성 대표가 청와대 핵심 관계자로부터 정 의원이 포함된 살생부 명단을 받았다고 전했다. 의심스러우면 김 대표에게 확인해보라는 말과 함께. 역시 정 의원이었다. 즉시 김무성 대표에게 확인을 요청했고, 김 대표는 확신을 심어줬다. 이번 작전의 핵심, 메시지 전달도 물론 잊지 않았다.
“공천 배제하겠다는 사람이 40명 있다. 나는 받아들일 수 없다. 그렇게 하면 끝까지 도장을 찍지 않고 버티겠다.”
이미 유승민 의원을 공천에서 탈락시키기로 한 바다. 비난을 감수하고라도 배신자를 심판하기로 한 마당에 김무성 대표를 추가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김 대표의 공천 탈락으로 거둘 효과도 적잖다. 첫째, 공천을 둘러싼 계파 갈등을 일시에 잠재울 수 있다. 둘째, 보수세력이 친박(친박근혜)이냐 비박(비박근혜)이냐로 고민할 필요가 없어진다. 셋째, 혁신공천 경쟁에서 야당에 앞서가며 바람을 일으킬 수 있다.
대표까지 공천에서 탈락하는 상황이 닥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반발이 거세질까, 아니면 잠잠해질까. 후자다. 그것이 새누리당의 문화다. 일부 공천 탈락자가 탈당해 무소속 출마를 강행하겠지만 소수에 그칠 것이다. 그들도 결국 당선 이후 복당할 것이기 때문에 대세에 지장은 없다. 더욱이 혁신공천이라는 대의명분하에 친박계 다수까지 공천에서 탈락시킨다면 탈당 명분은 더 약해질 수밖에 없다. 혁신공천에 반발해 탈당한 구태 정치인 이미지가 덧씌워질 것이기 때문에 무소속 출마를 하더라도 당선 가능성은 현저히 낮아진다. 그런 점에서 공천 배제 대상이 40명뿐일까 하는 의문이 든다. 김무성 대표는 정두언 의원에게 40명을 언급했지만, 본인이 본 살생부에는 훨씬 더 많은 현역의원이 포함됐을 개연성이 크다.
김무성 대표가 살생부 명단에 들어가 있었는지도 관심사다. 그랬을 공산이 크다고 본다. 그렇지 않았다면 작전에 직접 나설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내가 탈락 대상이 아닌데 굳이 나설 이유가 있을까. 더욱이 그 살생부에는 친박계 핵심 중진까지 들어 있다. 사사건건 면전에서 반기를 드는 그가 사라진다는데 그냥 못 본 척하고 말지, 그에게 이로울 일을 벌일 까닭이 없다.
김원용 전 교수는 김무성 대표가 살생부를 청와대 관계자로부터 받았다고 전했다. 이후 김 대표는 이 사실을 부인했다. 그냥 정보지에서 본 내용이었다는 것이다. 정보지에 떠도는 살생부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정두언 의원도 그 정도는 잘 알기에 정보지에 근거해 공천 탈락 사실을 알렸다면 화들짝 놀라지 않았을 것이다. 김 대표 역시 정보지를 근거로 확인해줬을 리 만무하다.
가장 민감한 문제는 이것이다. 청와대가 그런 문건을 만들었을까. 대통령비서실은 공식 문건 외에도 많은 문건을 생산하는 것으로 보인다. 정윤회 감찰 문건 유출 사건 당시 정보지 수준의 내용을 담은 비공식 문건을 생산한다는 사실을 청와대 스스로 확인해준 바도 있다.
청와대가 생산한 비공식 문건이건, 정보지이건 집권 여당의 대표가 그 내용을 발설한 것은 책임을 면하기 어려운 일이다. 특히 이번에는 발설한 데 그치지 않고, 정두언 의원을 매개로 언론 플레이까지 세게 벌였다는 점에서 매우 부적절했다. 살기 위한 몸부림이었지만 정말 그것이 최선이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이제 김 대표는 공천과 관련해 그 어떤 언급도 할 수 없는 처지로 몰렸다. 당연히 공천 권한 역시 이한구 공직후보자추천관리위원회 위원장에게 모아질 것이다. 안 그래도 이한구 위원장은 비상대책위원장급 공천관리위원장이었다. 2012년 19대 총선 승리의 영광을 넘어 원내 의석 180석 달성의 목표를 이루라는 박 대통령의 특명을 받은 터다.
김무성 대표 스스로 자충수를 둠에 따라 이 위원장은 운신의 폭이 더 커졌다. 혁신공천이라는 깃발을 들고 전략공천 신공을 펼치는 사이, 김 대표는 무대 아래에서 부러움에 침만 삼켜야 하는 처지로 전락하고 만 형국이다. 무대를 잃은 무대(무성 대장)는 대권주자 지위까지 위태로워질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만약 박 대통령이 이 위원장 손에 살생부를 들려줬다면 40명 곱하기 2 또는 3이 포함됐을 개연성이 크다고 본다. 그 정도는 돼야 혁신공천 경쟁에서 야당을 압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위원장이 분주한 까닭도 그 때문이 아닌가 한다. 공천 명단이 나온 이후 박 대통령이 이 위원장에게 던질 첫 질문이 궁금하다. ‘유승민은요?’일까, 아니면 ‘김무성은요?’일까.
배수진을 쳐야 했다. 대표직을 던져야 했다. 그런데 기회를 놓쳤다.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어차피 더는 잃을 것이 없다. 죽을 때 죽더라도 한 방 먹이고 죽자고 결심한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김원용 전 이화여대 교수의 작전에 동의한 이유다.
작전은 전격적이어야 제맛이다. 작전 참가자는 정의감이 투철할뿐더러 순발력이 뛰어난 선수여야 한다. 누가 좋을까. 김 전 교수가 제안한 카드는 정두언 의원이었다. ‘맞아, 정두언이면 해낼 수 있을 거야!’ 김 대표는 무릎을 쳤다. 곧바로 작전 개시. 김 전 교수는 정 의원을 만났고, 김무성 대표가 청와대 핵심 관계자로부터 정 의원이 포함된 살생부 명단을 받았다고 전했다. 의심스러우면 김 대표에게 확인해보라는 말과 함께. 역시 정 의원이었다. 즉시 김무성 대표에게 확인을 요청했고, 김 대표는 확신을 심어줬다. 이번 작전의 핵심, 메시지 전달도 물론 잊지 않았다.
“공천 배제하겠다는 사람이 40명 있다. 나는 받아들일 수 없다. 그렇게 하면 끝까지 도장을 찍지 않고 버티겠다.”
김무성 공천 탈락의 기대 효과
박근혜 대통령을 향한 메시지다. 자신을 공천에서 탈락시키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뜻이다. 박 대통령은 김 대표의 공천 탈락 카드를 접을까. 박 대통령의 성격상 그럴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오히려 이번 살생부 파문으로 결심을 굳혔을 개연성이 더 크다.
이미 유승민 의원을 공천에서 탈락시키기로 한 바다. 비난을 감수하고라도 배신자를 심판하기로 한 마당에 김무성 대표를 추가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김 대표의 공천 탈락으로 거둘 효과도 적잖다. 첫째, 공천을 둘러싼 계파 갈등을 일시에 잠재울 수 있다. 둘째, 보수세력이 친박(친박근혜)이냐 비박(비박근혜)이냐로 고민할 필요가 없어진다. 셋째, 혁신공천 경쟁에서 야당에 앞서가며 바람을 일으킬 수 있다.
대표까지 공천에서 탈락하는 상황이 닥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반발이 거세질까, 아니면 잠잠해질까. 후자다. 그것이 새누리당의 문화다. 일부 공천 탈락자가 탈당해 무소속 출마를 강행하겠지만 소수에 그칠 것이다. 그들도 결국 당선 이후 복당할 것이기 때문에 대세에 지장은 없다. 더욱이 혁신공천이라는 대의명분하에 친박계 다수까지 공천에서 탈락시킨다면 탈당 명분은 더 약해질 수밖에 없다. 혁신공천에 반발해 탈당한 구태 정치인 이미지가 덧씌워질 것이기 때문에 무소속 출마를 하더라도 당선 가능성은 현저히 낮아진다. 그런 점에서 공천 배제 대상이 40명뿐일까 하는 의문이 든다. 김무성 대표는 정두언 의원에게 40명을 언급했지만, 본인이 본 살생부에는 훨씬 더 많은 현역의원이 포함됐을 개연성이 크다.
김무성 대표가 살생부 명단에 들어가 있었는지도 관심사다. 그랬을 공산이 크다고 본다. 그렇지 않았다면 작전에 직접 나설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내가 탈락 대상이 아닌데 굳이 나설 이유가 있을까. 더욱이 그 살생부에는 친박계 핵심 중진까지 들어 있다. 사사건건 면전에서 반기를 드는 그가 사라진다는데 그냥 못 본 척하고 말지, 그에게 이로울 일을 벌일 까닭이 없다.
김원용 전 교수는 김무성 대표가 살생부를 청와대 관계자로부터 받았다고 전했다. 이후 김 대표는 이 사실을 부인했다. 그냥 정보지에서 본 내용이었다는 것이다. 정보지에 떠도는 살생부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정두언 의원도 그 정도는 잘 알기에 정보지에 근거해 공천 탈락 사실을 알렸다면 화들짝 놀라지 않았을 것이다. 김 대표 역시 정보지를 근거로 확인해줬을 리 만무하다.
가장 민감한 문제는 이것이다. 청와대가 그런 문건을 만들었을까. 대통령비서실은 공식 문건 외에도 많은 문건을 생산하는 것으로 보인다. 정윤회 감찰 문건 유출 사건 당시 정보지 수준의 내용을 담은 비공식 문건을 생산한다는 사실을 청와대 스스로 확인해준 바도 있다.
비상대책위원장급 공천관리위원장
공식 문서가 아닌 대통령비서실 정보 문건을 김무성 대표와 가까운 청와대 참모 누군가가 유출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이유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대통령비서실은 지금쯤 유출자 색출에 여념이 없을 것이다.청와대가 생산한 비공식 문건이건, 정보지이건 집권 여당의 대표가 그 내용을 발설한 것은 책임을 면하기 어려운 일이다. 특히 이번에는 발설한 데 그치지 않고, 정두언 의원을 매개로 언론 플레이까지 세게 벌였다는 점에서 매우 부적절했다. 살기 위한 몸부림이었지만 정말 그것이 최선이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이제 김 대표는 공천과 관련해 그 어떤 언급도 할 수 없는 처지로 몰렸다. 당연히 공천 권한 역시 이한구 공직후보자추천관리위원회 위원장에게 모아질 것이다. 안 그래도 이한구 위원장은 비상대책위원장급 공천관리위원장이었다. 2012년 19대 총선 승리의 영광을 넘어 원내 의석 180석 달성의 목표를 이루라는 박 대통령의 특명을 받은 터다.
김무성 대표 스스로 자충수를 둠에 따라 이 위원장은 운신의 폭이 더 커졌다. 혁신공천이라는 깃발을 들고 전략공천 신공을 펼치는 사이, 김 대표는 무대 아래에서 부러움에 침만 삼켜야 하는 처지로 전락하고 만 형국이다. 무대를 잃은 무대(무성 대장)는 대권주자 지위까지 위태로워질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만약 박 대통령이 이 위원장 손에 살생부를 들려줬다면 40명 곱하기 2 또는 3이 포함됐을 개연성이 크다고 본다. 그 정도는 돼야 혁신공천 경쟁에서 야당을 압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위원장이 분주한 까닭도 그 때문이 아닌가 한다. 공천 명단이 나온 이후 박 대통령이 이 위원장에게 던질 첫 질문이 궁금하다. ‘유승민은요?’일까, 아니면 ‘김무성은요?’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