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3월 박근혜 정부 규제개혁 1호로 꼽히며 청년실업률 완화의 한 축으로 떠올랐던 푸드트럭(음식판매차량) 사업. 2014년 8월 합법화된 이후 정부가 식품위생법 시행규칙 4건을 포함해 총 관련법 9건의 시행규칙을 개정해가며 적극적으로 활성화 방안을 마련했으나, 지난 2년간 성적표는 초라하기만 하다. 현재 서울시에 영업신고를 하고 운영 중인 푸드트럭은 딱 1대. 서서울호수공원에서 영업하는 추로스 판매용 푸드트럭이 유일하다. 경기도는 그나마 47대가 운영 중이다. 하지만 이 또한 시별로 나눠보면 수원 3대, 남양주 6대, 용인 2대, 과천 6대, 성남 3대, 평택 1대 등 결코 많은 수가 아니다. 계약 기간은 허가 장소별로 개별 법령에 의하는데, 공유재산 및 물품 관리법에서는 사용수익허가 기간을 5년 이내로 제한하고 있다. 현재 도내 푸드트럭 계약 기간은 1년 미만에서 4년 미만까지 다양하며 1~2년 계약 건이 대부분이다. 여기에 계절적 요인까지 주요 변수로 작용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당초 6000여 명의 일자리 창출 효과가 있을 것이라던 정부의 호언을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의구심이 든다.
차량 자체 라이선스 부과해야
2015년 1월부터 2016년 3월 1일까지 서울시에 영업신고서를 제출하고 운영한 푸드트럭은 총 52대. 그중 32대는 10월 1일부터 30일까지 서울시가 주관한 ‘서울 밤도깨비 야시장’ 이벤트를 위해 여의도공원 물빛광장에 투입된 것이고, 나머지 20대는 짧게는 한 달, 길게는 1년간 상시적으로 운영했다. 장소로 따지면 여의도공원을 포함해 광진구 뚝섬눈썰매장과 어린이대공원, 한강여름캠핑장 뚝섬, 건국대, 서강대, 서서울공원, 여의도한강 임시캠핑장, 잠실종합운동장, 예술의전당이 전부다.이처럼 푸드트럭이 활성화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허용 장소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현재 식품위생법 시행규칙에서 허가하는 푸드트럭 운영 장소는 유원시설과 도시공원, 체육시설, 관광지, 하천, 대학교, 고속도로 졸음쉼터, 조례로 정하는 시설 등 총 8곳인데 유동인구가 제대로 확보되지 못한 곳이 많아 사업성을 보장받기 힘든 실정이다. ‘트럭’답게 손님을 찾아 길거리로 나가고 싶지만, 정해진 장소가 아닌 곳으로 움직이면 엄연한 불법이다. 이 때문에 아예 영업신고를 하지 않고 임의대로 푸드트럭을 운영하는 업체가 늘고 있다. 항간에 불고 있는 푸드트럭 열풍은 상당 부분 이러한 부정적 세태를 반영한 것으로 건강한 확대라 보기 힘들다. 불법영업까지 포함해 현재 전국에서 운영되는 푸드트럭은 2000여 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때 정부 규제개혁의 상징처럼 여겨지던 푸드트럭 사업이 최근 들어 오히려 탁상행정에 따른 규제개혁 실패 사례로 거론되자, 서울시는 2월 23일 제1회 푸드트럭 규제개혁 방안 공청회를 열고 푸드트럭 운영과 관련한 새로운 조례를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서울시가 진단한 푸드트럭 사업의 문제점은 총 3가지로 영업 가능 장소 부족, 기존 상권과의 마찰을 우려한 시설관리 운영자의 소극적인 태도, 창업자의 사업 실패 및 창업비용 부담 등이다.
서울시는 먼저 장소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자 기존 허가 장소 8곳 외 △공공기관이 소유 및 운영하는 문화시설 △관광특구 내 시설과 장소 △보행자 전용도로 △공공기관 주관 축제 및 행사 장소 △규칙으로 정하는 시설 또는 장소 등 총 5곳을 추가적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푸드트럭 창업 교육과 창업 자금 지원·창업컨설팅 제도를 마련하고, 창업 후에는 사업자 이름과 영업지역, 영업신고번호를 표기하는 실명제를 실시할 예정이다. 2년간 운영권을 연장할 수 있도록 하되 양도는 불가능하게 하고, 주류 등 판매 품목도 일부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공청회에서는 푸드트럭 운영자와 기존 식당 상인들 간 찬반토론이 벌어졌다. ‘400일간의 김치버스 세계일주’의 저자로 유명한 류시형 김치버스 대표는 “수요가 없는 곳에서 푸드트럭을 운영하는 것은 실효성이 없으므로 영업장소가 아닌 차량 자체에 라이선스를 부여해 합법적 장소에 한해 이동하면서 영업할 수 있어야 한다. 기존 상권과의 마찰도 이동 영업과 메뉴 변경 등을 허용하면 해결된다”고 설명했다.
비수기에 대한 대비책이 강구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서울시 도시공원 1호 푸드트럭을 운영하는 김인순 대표는 겨울철 비수기에 대한 대비책이 전혀 없다고 밝히면서 영업 허용 장소 확대에 적극 찬성 의사를 표했다. 또한 김 대표는 영업지역에 따라 영업기간을 다르게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예를 들어 유동인구와 판매율이 높은 지역의 경우는 영업 허용 기간을 짧게 하고 상대적으로 고객 접근성이 떨어지는 지역은 기존과 같이 5년 이내로 운영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기존 상권 상인들의 반발
서울시가 제시한 조례안 변경과 관련해 휴게음식점, 제과음식점 운영자들의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신훈 (사)한국외식업중앙회 정책경영국장은 “이벤트식으로 성과를 보여주려는 정책보다 기존 상권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조례안이 제정돼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푸드트럭 음식 메뉴판에도 원산지 표시와 중량당 가격 표시를 의무화해야 하고 푸드트럭과 기존 상권의 거리, 제한 거리 내 중복 메뉴에 대한 정확한 기준 등도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수복 (사)한국휴게음식업중앙회 기획국장은 “정부의 푸드트럭 규제 완화로 포장마차나 과일트럭 등 기존 노점상들 또한 양성화, 합법화를 주장할 가능성이 있고 푸드트럭과 유사한 콘셉트의 노점상이 속출할 것이다. 보행자 전용도로에까지 영업을 허용하면 식수 공급 등 위생적이고 안전한 음식물을 시민에게 제공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과연 이번 조례 개정을 통해 푸드트럭 사업 추진은 당초 목표대로 청년실업 타개책이 될 수 있을까. 이에 대해 하혁 (사)한국푸드트럭협회장은 “제도적 장치만 잘 마련된다면 푸드트럭은 1000만~2000만 원대의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안정적인 사업을 유지할 수 있는 업종인 만큼 앞으로 꾸준한 발전을 기대해볼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푸드트럭 창업을 청년 창업으로 국한하는 것에 오히려 반기를 들었다. 푸드트럭으로 시작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미국 ‘셰이크섁 버거’를 예로 들며 “평생 푸드트럭만 하라는 얘기가 아니다. 푸드트럭을 기반으로 얼마든지 자신의 꿈을 이뤄나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최근 푸드트럭을 둘러싸고 새롭게 부각되는 문제가 바로 브로커를 낀 운영권 불법거래다. 하 대표는 “매출의 30~40%, 하루 150만 원 정도에 해당하는 입점료를 받고 영업권을 매매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며 “사기업의 축제는 어쩔 수 없다 치더라도 국가에서 주관하는 행사 및 축제만이라도 푸드트럭 비영리단체에게 운영권을 위임해 입점료가 없거나 수수료율을 낮추는 방침도 논의돼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