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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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for you

봄 햇살 느낌 ‘비오니에’

고추장 음식과 환상의 마리아주

  • 김상미 와인칼럼니스트 sangmi1013@gmail.com

    입력2016-02-22 16: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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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이트 와인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대개 화이트 와인의 강한 신맛과 가벼움이 싫다고 말한다. 그들은 칠레나 미국 캘리포니아산 레드 와인처럼 와인은 역시 진하고 묵직해야 마시는 느낌이 난다고 주장한다. 그런 사람들에게 딱 맞는 부드럽고 묵직한 화이트 와인이 있다. 바로 비오니에(Viognier)다.
    비오니에 와인에서는 잘 익은 배, 복숭아, 감귤, 망고 같은 진한 과일향과 달콤한 꿀향이 느껴진다. 그 위에 살짝 얹힌 아카시아향과 머스크향은 와인에 우아함을 더한다. 와인을 한 모금 머금으면 매끈한 질감과 묵직한 무게감이 마치 풍만한 여성의 부드러운 살결처럼 입안 구석구석에 닿는다. 비오니에의 매력이 폭발하는 순간이다.
    비오니에는 우리에게 익숙한 품종이 아니다. 병충해에 약하고 양조도 쉽지 않아 생산량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비오니에 와인으로 가장 전통 있는 산지는 프랑스 남부 론(Rhone) 지방에 자리한 콩드리외(Condrieu)라는 작은 마을이다. 이곳은 햇빛이 좋고 건조해 비오니에를 기르기에 최적지이지만, 포도밭 넓이가 200ha(약 2km2)밖에 되지 않아 연간 와인 생산량이 40만 병을 넘지 않는다.
    콩드리외 마을 안에는 샤토 그리예(Cha^teau-Grillet)라는 조그마한 와인 산지가 있다. 이곳은 포도밭이 3.8ha(약 3만8000m2)밖에 되지 않고 연간 생산량도 1만 병 수준이지만, 최고급 비오니에 와인을 생산하는 곳이다. 콩드리외의 비오니에 와인이 생산년도로부터 3년 이내 신선하게 마시는 스타일이라면, 샤토 그리예는 10년 이상 묵혀 숙성된 맛과 향을 즐기는 와인이다. 현재 샤토 그리예는 크리스티 경매장과 명품 브랜드 구찌 등을 소유한 프랑스 억만장자 프랑수아 피노(Franois Pinault)가 주인이다.


    콩드리외와 샤토 그리예에서는 오로지 비오니에 와인만 생산하기 때문에 와인 레이블에 품종명을 적지 않는다. 레이블에 콩드리외나 샤토 그리예라고 적혀 있으면 무조건 비오니에로 만든 와인이다. 두 와인 모두 생산량이 많지 않아 가격이 비싸다. 샤토 그리예는 50만 원대, 콩드리외는 10만~20만 원대다. 다행히 최근에는 비오니에 생산지가 늘어 더욱 저렴한 가격으로 비오니에 와인을 즐길 수 있게 됐다. 프랑스 남부 랑그도크(Languedoc) 지방, 남아프리카공화국, 호주가 대표적인데 이곳에서 생산한 비오니에 와인 중에는 가격이 3만~5만 원대인 것도 있다.
    비오니에 와인은 향이 진해 양념이 강한 우리 음식과 잘 맞고, 묵직한 보디감 덕에 화이트 와인이지만 육류에 곁들여도 좋다. 특히 더덕과 잘 어울리는데, 고추장 더덕구이나 고추장 더덕 불고기에 곁들이면 더덕의 쌉싸래한 향, 고추장의 매콤한 향, 비오니에의 꿀향이 어우러진 환상의 마리아주(mariage·음식과 와인의 조화)를 경험할 수 있다. 중국집에서 고추잡채나 양장피를 배달시켜 비오니에 와인과 즐겨도 좋다. 비오니에 와인의 진한 과일향과 꽃향이 고추잡채의 푸릇하고 아삭한 피망과 조화를 이루고, 양장피의 매콤한 겨자향과도 잘 어울리기 때문이다. 초밥에도 비오니에 와인을 차게 식혀 곁들이면 사케와는 또 다른 별미를 맛볼 수 있다.
    비오니에 와인이 내뿜는 꽃향과 꿀향은 햇살 따사로운 봄을 연상케 한다. 그래서일까. 요즘 들어 향긋한 비오니에 와인이 자꾸만 생각난다. 아직 추위가 가시지 않은 날씨지만 벌써 봄꽃이 보고 싶은 성급한 마음 때문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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