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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주택 가격 떨어질까
지난해 미국 경제가 강력하게 성장한 원인은 주택 가격 상승이었다. ‘그래프1’은 미국 개인소비지출과 주택가격상승률의 관계를 보여주는데, 역사적으로 주택 가격이 폭락할 때마다 소비지출이 둔화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극소수 주식 부자를 제외하면 미국도 주택이 가장 중요한 자산이다 보니 주택 가격 하락이 소비심리를 위축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최근 주택시장 회복은 소비심리를 개선하는 호재로 봐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한 가지 의문이 제기된다. 금리가 그렇게 올랐는데 왜 미국 주택 가격은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을까.
2023년 주택시장이 회복된 직접적 이유는 고용 증가 때문이다. 아무리 금리가 높아도 일자리가 늘어나고 임금이 상승하면 주택 매수세는 강화될 수 있다. 특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만성적 주택 공급 부족 상태에 빠져 있다는 점도 주택 가격 상승을 유발한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그럼에도 의문이 풀리지 않는다. 금리가 인상되는 등 경기 전망이 밝지 않은데도 어떻게 고용이 크게 증가하고 임금이 상승했을까.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경기 회복 과정에서 근로자를 뽑기 어려웠던 것이 큰 영향을 미치기는 했지만, 근본적으로는 글로벌 기업의 직접투자가 늘어난 것이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그래프2’는 1992년 이후 미국 제조업의 건설투자 현황을 보여주는데 최근 폭발적으로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
해외에서 미국으로 투자되는 설비는 대부분 애리조나주에서부터 플로리다주에 이르는 이른바 ‘선벨트’ 지역에 집중되는데, 이 지역은 태양광발전이 용이해 상대적으로 전력 문제가 덜하고 노동조합 가입률이 낮으며 토지 가격이 저렴하다는 장점을 지닌다. 이때 토지 가격이 저렴하다는 것은 제조설비가 들어설 곳의 기반시설이 부족하다는 말이 된다. 도로나 항만, 공항이 제대로 갖춰졌을 개연성이 낮고, 근로자들이 묵을 숙소는 물론 병원·학교 같은 기본적인 사회간접자본도 부족하다는 의미다. 따라서 제조업 관련 투자의 증가는 공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만 늘리는 것이 아니라 주변에 거대한 파급효과를 낳는다.
이탈리아 출신 경제학자 엔리코 모레티는 2014년 저서 ‘직업의 지리학’에서 “대도시 지역 320곳에 근무하는 미국 근로자 110만 명을 분석한 결과, 한 곳에서 첨단기술 일자리가 한 개 늘어날 때마다 다섯 개의 추가적인 일자리가 이 분야 밖에서 창출된다”고 분석한 바 있다. 당장 삼성전자가 투자한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 공장만 해도 약 170억 달러(약 22조 원) 신규 투자가 이뤄지면서 2만 명 넘는 일자리가 생긴다. 여기에 딸린 가족들이 이주하고, 각종 사회간접자본 건설 및 유지에 필요한 인력이 늘어나며, 근로자를 위한 다양한 서비스 일자리가 생길 테니 테일러시는 어쩌면 10만, 아니 그 이상에 이르는 일자리를 자랑하는 고소득 도시가 될 것이다.
위험 요인은 없나
2024년 경제를 전망할 때 가장 큰 변수는 미국 대통령 선거다. 현재 지지율이 가장 높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청정에너지 관련법과 더불어, 조 바이든 행정부 경제전략의 핵심인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Act) 폐기 계획을 밝힌 바 있다.물론 해외에 나가 있는 미국 공장들을 본토로 들여오기 위해 트럼프 진영도 노력할 가능성이 크기에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하던 각종 정책이 모두 폐기되지는 않으리라 본다. 다만 수년 혹은 십수년을 바라보고 투자하는 외국기업 입장에서 각종 인센티브의 폐기 가능성이 부각되는 것은 사업 추진력을 떨어뜨리는 요소임에 분명하다.
따라서 2024년 상반기 호조세를 보이던 미국 경제의 성장 탄력은 하반기에 접어들면서 투자 붐이 위축돼 다소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최근 수년 동안 누적된 대규모 투자를 감안할 때 고용 및 소비 증가세가 쉽게 꺾일 가능성은 희박하다. 특히 2024년 시장 참가자의 예상대로 금리인하가 이뤄질 경우 부동산 경기 회복 흐름이 경제성장에 가세할 수 있음을 염두에 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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