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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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주도성장’ 시대 저물고 ‘투자주도성장’ 시대 온다

중앙은행 통화정책 비중 축소되고 정부 재정정책 역할 확대

  • 김유미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

    입력2023-12-07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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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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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경제가 효율성을 중시하는 보편적 세계화에서 경제·에너지 안보의 중요도가 커지는 형태로 이동하고 있다. 경제정책에 지정학적 요인을 고려함에 따라 공급망을 자국으로 회귀하게 하거나 동맹국으로 이전하는 경향이 좀 더 강화될 전망이다. 이는 더 큰 비용 부담을 감수하는 정책을 유도해 과거에 비해 높은 물가와 금리가 이어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1960년대 이후 미국 정책금리 추이를 살펴보면 1980년 전까지는 추세적으로 우상향하지만 이후에는 하향 움직임을 보인다(그래프1 참조). 1980년대 이후 세계화가 확산하면서 자유로운 교역 활동으로 물가가 안정적 흐름을 보임에 따라 경기 진폭에 주로 맞춰 통화정책(중앙은행이 돈의 양을 늘리거나 줄임으로써 경제활동 수준을 조절하는 정책)을 수행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미국 정책금리는 1980년 이후 인상과 인하를 반복하지만 안정적 물가와 경기부양의 조합에 따라 추세적으로 낮아졌다.

    고물가 환경에서 한계 드러낸 통화정책

    세계화와 정책금리를 시장 자율에 맡기는 정책 기조는 정부 역할을 최소화했다. 작은 정부에서 거시안정정책의 주된 역할은 통화정책이 담당하고, 이는 금리 조정을 통한 민간 신용 창출이 성장의 주요 성장 고리로 작용하도록 했다. 즉 지난 세계화 기간 민간의 유효 수요가 신용 창출을 기반으로 움직이면서 신흥개도국은 생산, 선진국은 소비라는 조합을 가능케 하는 동력으로 작용했다. 미국을 중심으로 선진국의 주된 성장 견인은 소비에 맞춰지고 레버리지를 통한 소비주도형 경제 형태가 이어졌다. 신흥개도국은 외국인직접투자(FDI)를 통해 제조 기반의 생산과 수출로 성장했다. 또한 저금리 환경은 FDI 활성화를 뒷받침했다.

    이러한 관계는 통화정책이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의 거시안정정책의 주된 역할을 담당하고, 이를 활용한 레버리지 환경이 조성되면서 저렴한 비용으로 경제가 원활하게 움직였기 때문에 가능했다. 하지만 과도한 레버리지는 유효 수요를 창출하기보다 자산시장으로 유동성이 흘러가는 부작용을 일으키고, 인구구조 등 구조적 변화와 함께 저성장의 한계점을 노출했다.

    더욱이 코로나19 사태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에 따른 공급망 차질 및 경기 부양을 위한 미국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는 인플레이션을 자극하면서 거시안정정책으로서 통화정책의 역할을 제한하고 있다. 물가가 불안정한 환경에서는 통화정책이 성장에 맞춰 움직이기 어렵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을 방어해야 하는 만큼 성장 둔화도 어느 정도 용인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밖에 없다. 이는 당분간 거시안정정책에서 통화정책이 과거 같은 주도적 역할을 담당하기 어려워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즉 중앙은행이 거시적인 경제성장을 주도하는 시대가 저물어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달리 설명하면 통화정책 주도의 레버리지 환경은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으며, 이는 미국의 소비주도경제 모델에 변화가 생길 수 있음을 의미한다.



    물가안정을 목표로 하는 중앙은행이 거시안정정책을 주도하는 것이 효과적이지 않다면 재정정책(정부 지출과 조세를 변화시켜 경제성장, 완전 고용 등 정책 목표를 달성하려는 정책)을 활용하는 방향으로 시선이 옮겨갈 수밖에 없다. 재정정책은 정치적 고려사항에 의해 좌우되는 만큼 국가마다 서로 다른 기조를 보여 경제성장 결과와 기회가 확연한 차이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

    거시안정정책의 주도적 역할이 통화정책에서 재정정책으로 옮겨간다는 점은 소비주도성장에서 투자주도 성장으로 넘어간다는 관점에서도 바라볼 수 있다. 1980년대 세계화 이후 동반된 저물가 환경은 통화정책 초점을 성장에 맞춰 금리를 인상하거나 인하하는 형태였다. 이는 민간 신용 창출이라는 경로를 통해 시중 유동성을 조절하는 것으로, 레버리지를 통한 민간 수요 조절이라고 볼 수 있다. 민간 수요는 가계와 기업을 모두 포함하는데 기업 투자의 경우 정보기술(IT) 부문을 통한 혁신 과정이 1990년대 후반 투자 사이클을 견인한 바 있지만, 전체적으로 기업 투자 유인은 많지 않았으며 주로 소비를 통한 성장 유도였다.

    재정정책 통한 성장 제고 선택한 美

    하지만 현재는 물가의 하향 안정화라는 전제가 훼손되고 있다.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CPI)이 둔화되더라도 과거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물가 목표치 2%까지 하락하기는 어려운 중물가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통화정책의 경기부양 효과를 제한하는 동시에 이전보다 높아진 금리 수준이 레버리지 및 소비 수요를 제약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에 재정정책을 통한 성장 제고의 필요성이 커지면서 정부 주도 투자를 통해 유효 수요를 창출하려는 움직임이 좀 더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현 시점에서 미국 거시정책의 주된 역할은 재정정책으로 옮겨가고 있으며, 당분간 투자주도성장 전략과 대응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미국 정부의 정책 방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지난해 산업정책과 보조금 지급 등을 통해 리쇼어링은 물론, 제조업 중심의 FDI 증가를 유도했다. 조 바이든 정부의 인프라, 반도체, 친환경 산업 진흥법으로 미국의 투자 매력도는 상승하고 있으며, 코로나19 사태 이후 중국과 유럽연합(EU) 등을 제치고 세계 최대 FDI 유치국 지위를 공고히 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리쇼어링과 FDI를 통해 신규 일자리를 총 36만 개 창출했으며, 그중 핵심 산업으로 지원하는 배터리, 반도체 관련 일자리가 절반을 차지하고 비주거용 민간투자도 늘고 있다(그래프2 참조).

    내년 미국은 정부 주도의 성장 전략 하에서 민간기업 투자가 얼마나 활성화될지가 중요하다. 정부가 만들어준 투자 환경에서 민간기업 투자가 얼마나 파생되는지에 따라 미국의 중장기 성장 제고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금융시장이나 경제를 전망하는 데는 다양한 요인이 있겠으나 달라진 미국의 투자 흐름은 향후 미국 경제뿐 아니라 한국 수출에도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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