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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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넬백 110만 원, 롤렉스 시계 144만 원… 세금체납자 압류재산 공매 북새통

경기도 중심 전국 합동 공매에 평일 2500명 몰려, 시중 중고가보다 저렴해 흥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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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양=이슬아 기자

    island@donga.com

    입력2023-09-14 15:3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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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는 돈 주고도 못 사는 빈티지 샤넬인데 당연히 입찰해봐야죠. 110만 원이면 거저 가져가는 거나 다름없어요.”

    서울 양천구에 사는 윤 모 씨(36)는 9월 13일 ‘2023 경기도 지방세 체납자 압류동산 공매’에서 샤넬 와일드 스티치 토트백을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다. 이날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공매에는 2500여 명 인파가 몰렸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3년 만에 열리는 오프라인 공매인 데다, 대상 물품이 772개로 많은 편이어서 평일임에도 이곳을 찾은 사람이 꽤 됐다. 명품 가방·시계, 귀금속, 상품권, 골프채, 미술품 등이 진열된 전시대 주변은 원하는 물건의 가격과 상태를 꼼꼼히 살피려는 이들로 쉼 없이 북적였다.

    최저 입찰가 (감정가)가 100만 원대에 불과한 명품 가방들(위). 9월 13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3 경기도 지방세 체납자 압류동산 공매’에 참여한 시민들이 대상 물품을 둘러보고 있다. [조영철 기자]

    최저 입찰가 (감정가)가 100만 원대에 불과한 명품 가방들(위). 9월 13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3 경기도 지방세 체납자 압류동산 공매’에 참여한 시민들이 대상 물품을 둘러보고 있다. [조영철 기자]

    ‘실속파’는 귀금속·상품권에 주목

    ‘성실 납세자 보호, 공평 과세’라는 기조 하에 2015년 전국 최초로 체납자 압류동산 공매를 시작한 경기도는 현재까지 유일하게 공매를 실시하는 지자체다. 올해는 경북 경산, 전북 군산·김제·전주, 제주 등 다른 시도의 참여 요청으로 경기도가 주축이 된 대규모 합동 공매로 진행됐다. 이날 경기도 관계자는 “전국 지자체 중 경기도가 체납 문제에 가장 엄중하게 대응하고 있다”며 “압류동산 공매를 통해 체납액 징수를 극대화할 수 있어 매년 실시하고 있다”고 그 취지를 밝혔다.

    이곳을 찾은 시민들은 고가 사치품을 시세보다 저렴하게 구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압류동산은 생계와 관련 없는 사치품으로 구성되는데, 이들 공매 대상 물품의 최저 입찰가(감정가)는 시중 중고가보다 저렴하게 책정된다. 특히 이날 시계 전시대에는 중고로도 500만~600만 원을 호가하는 롤렉스 손목시계가 최저 입찰가 144만 원에 나와 많은 사람의 이목을 끌었다. 전시대 앞을 둘러싼 50, 60대 남성들은 “보증 기한은 얼마나 남았느냐” “오버홀 한 이력이 있느냐” “폴리싱은 돼 있는 것이냐” 등 물건 상태에 관한 구체적인 질문을 연이어 던졌다.



    144만 원으로 최저 입찰가가 책정된 롤렉스 손목시계를 기자가 차봤다. [조영철 기자]

    144만 원으로 최저 입찰가가 책정된 롤렉스 손목시계를 기자가 차봤다. [조영철 기자]

    실속 있게 귀금속이나 상품권에 주목하는 참여자도 여럿이었다. 서울 강남구에서 온 서 모 씨(45)는 “평소 ‘금테크’에 관심이 많아 금붙이 위주로 둘러봤다”며 “최저 입찰가에 낙찰받아 되팔면 꽤 이익을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공매 대상 물품 중 귀금속 감정을 담당한 김영출 한국귀금속판매업중앙회 부회장도 “금의 경우 소매점에 팔 때 시세보다 20~30% 낮게 감정가가 책정되기 때문에 재테크 목적으로 입찰에 나서는 사람도 많다”고 설명했다. 142만2000원 상당의 신세계 상품권은 이날 128만 원에 최저 입찰가가 매겨졌는데, 한 50대 여성은 이를 두고 “다른 물건처럼 중고라고 감가가 되는 것도 아니니 상품권을 사는 게 이득 같다”고 말했다.

    공매 대상 물품을 모두 둘러본 시민들 사이에서 치열한 눈치 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날 공매는 현장 참여자들이 각자 스마트폰 등을 이용해 온라인상에서 최저 입찰가 이상 가격을 입력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최고 가격을 입력한 사람이 낙찰받는 것이다. 낙찰자 발표 시간인 오후 3시까지는 참여자끼리 서로 얼마를 입력했는지 알 수 없는데, 그래서인지 입찰가를 얼마로 할지 고민하는 사람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서울 서초구에 거주하는 최 모 씨(34)는 “다른 사람들이 얼마를 입력했는지 스마트폰 화면으로 살짝 보였는데, 내가 입력한 금액이 터무니없이 적었다”면서 “어디까지 불러야 하나 고민 중”이라며 웃었다.

    “세금 안 내면서 사치품 있다니”

    공매 참여자들은 체납자를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원하는 물건을 싸게 살 수 있어 개인적으로는 기회이지만 체납자가 많다는 점에서 마냥 즐거워할 수만은 없다는 것이다. 고양시에 사는 한 모 씨(59)는 “세금 낼 돈이 없다는 사람들이 이렇게 사치품을 갖고 있다는 게 모순 같다”며 “중간 중간 체납자의 배우자가 우선 매수권을 쓴 뒤 물건값을 지불해 공매가 취소된 건들이 있던데, 이 말인즉슨 원래도 세금을 낼 여력이 있었다는 뜻 아니냐”고 말했다. 이어 한 씨는 “제때 세금을 내 이런 공매를 할 일 자체가 없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슬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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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이슬아 기자입니다. 국내외 증시 및 산업 동향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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