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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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달렸나? 맥 빠진 2차전지株

2분기 실적 부진·전기차 판매량 감소가 원인… 성장성 기반의 중장기투자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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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슬아 기자

    island@donga.com

    입력2023-09-10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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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차전지 소재 중에서도 밸류에이션이 지나치게 고평가됐던 양극재 기업 위주로 주가 하락세가 이어질 것이다.”

    장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이 9월 6일 한 말이다. 그간 국내 증시를 주도해온 2차전지주의 ‘고점론’이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관련주 주가가 일제히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에 대해 장 연구원은 “2차전지주 안에서도 분야를 나눠서 볼 필요가 있다”며 “배터리 셀, 음극재 등 여타 소재 기업 주가는 향후 긍정적 흐름이 나타날 것”이라고 평가했다. 올해 들어 비정상적인 급등세를 보인 양극재 기업에 한해 주가가 떨어지면서 ‘비정상의 정상화’가 이뤄질 것이라는 얘기다.

    그간 국내 증시를 주도해온 2차전지주의 ‘고점론’이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관련주 주가가 일제히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GETTYIMAGES]

    그간 국내 증시를 주도해온 2차전지주의 ‘고점론’이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관련주 주가가 일제히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GETTYIMAGES]

    힘 못 받고 고꾸라지는 2차전지주

    7월 말 이후 2차전지 주가는 이전 같지 않은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 2차전지 대장주로 불리는 에코프로 3형제가 대표적 예다. 에코프로 주가는 9월 6일 105만 원(종가 기준)으로 전고점(7월 25일 129만3000원) 대비 18.8% 하락했다. 같은 날 에코프로비엠(30만1000원·그래프1 참조), 에코프로에이치엔(12만4000원) 주가도 각각 전고점 대비 34.9%, 30.4% 떨어졌다. 2차전지 기업으로 변모한 포스코그룹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포스코홀딩스는 전고점인 65만8000원에서 9월 6일 58만 원으로, 포스코퓨처엠은 59만8000원에서 43만8000원으로 각각 11.9%, 26.8% 주가가 내렸다(그래프2 참조). 다른 2차전지 관련주들도 유사한 주가 흐름을 보이고 있다.

    2차전지 주가 하락세에 영향을 미친 것은 2분기 실적 부진, 전기차 판매량 감소, 공매도 잔액 증가 등이다. 가장 먼저 7~8월 주요 2차전지 기업의 2분기 실적이 증권사 컨센서스를 밑돈 것이 주가 하락의 방아쇠가 됐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배터리 셀 대표 기업인 LG에너지솔루션은 2분기 약 6882억 원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실제로는 4606억 원에 불과했다. 에코프로비엠은 1289억 원에 못 미친 1147억 원, 엘앤에프는 647억 원보다 적은 30억 원이었다.

    전기차 판매량이 눈에 띄게 줄고 있는 것도 2차전지 주가를 끌어내리는 요인 중 하나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은 616만 대로 전년 대비 41.7% 성장하는 데 그쳤다. 한국자동차연구원에 따르면 글로벌 전기차 시장 성장률은 2022년(802만 대) 67.8%, 2021년(478만 대) 115%였는데, 이 같은 성장률이 둔화세를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7월에는 성장률 25.5%로 부진이 심화하면서 2차전지주가 맞는 타격도 점점 커지는 모습이다.



    에코프로 공매도 잔고 1조 원 복귀

    2차전지주에 대한 공매도 잔고도 다시금 늘고 있다. 앞서 몇몇 2차전지주에서는 주가 하락에 베팅한 공매도 세력과 주가 부양을 원하는 개인투자자의 한판 승부가 벌어졌다. 2차전지주에 대한 개인투자자의 화력이 예상보다 거세자, 한때 공매도 잔고가 큰 폭으로 줄기도 했으나 최근 2차전지주가 휘청거리면서 또다시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공매도 세력과 개인투자자 간 힘겨루기가 두드러지게 나타났던 에코프로가 대표적이다. 6~7월 줄곧 1조 원대를 기록하던 에코프로 공매도 잔고는 7월 27일 6449억 원까지 떨어졌다가 8월 31일부터 다시 1조 원대를 기록하고 있다(표 참조).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2차전지 고점론이 부상하고 있다. 개인투자자가 모인 온라인 종목토론실과 주식 커뮤니티에서도 이전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가 감지된다. 2차전지 열풍이 정점일 때는 “똘똘 뭉쳐 공매도 세력에 맞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주를 이뤘다면, 9월 7일 2차전지 관련주 종목토론실에서는 “전기차 재고가 쌓이고 있다는데, 2차전지 주가가 반토막 나는 건 확실해 보인다” “지금도 주가가 고평가돼 있어 다시 전고점을 돌파하는 건 불가능하다” 같은 비관적인 반응이 적잖았다.

    어두워진 3분기 실적도 2차전지 고점론에 확신을 더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증권사들이 2차전지 기업들의 3분기 실적 컨센서스를 줄줄이 낮춰 잡으면서 향후 부정적 주가 흐름이 확실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9월 1일 에코프로의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1390억 원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3개월 전인 6월 전망치(2958억 원)와 비교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포스코퓨처엠의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 또한 6월 집계 당시 1023억 원에서 9월 1일 885억 원으로 크게 하락했다. 엘앤에프도 같은 기간 1008억 원에서 496억 원으로 하향 조정됐다.

    2차전지주 인버스 ETF도 첫 등장

    이처럼 2차전지 주가가 난항을 겪는 가운데 증권가에서는 2차전지주 하락에 베팅할 수 있는 인버스 상장지수펀드(ETF)가 등장했다. 시가총액 상위 10개 2차전지주에 투자하는 KB자산운용의 ‘KBSTAR 2차전지 TOP10 ETF’(가칭)가 그것이다. 2차전지주 관련 레버리지 ETF는 이전에도 존재했지만 인버스 ETF는 처음이다. 9월 중순 상장을 앞둔 이 ETF를 두고 개인투자자 사이에서는 벌써부터 우려가 나온다. “개인에게 공매도 기회를 부여해 사실상 공매도 세력에 힘을 보태는 것”이라며 인버스 ETF 등장으로 인한 2차전지주 추가 하락을 걱정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분야별 밸류에이션을 따져봤을 때 같은 2차전지주 안에서도 주가 흐름에 차이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한다. 이미 밸류에이션이 선반영돼 주가가 지나치게 오른 양극재 기업의 경우 하락하며 제자리를 찾아갈 것이나, 아직 저평가된 분야의 기업들은 여전히 매수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정원석 연구원은 8월 29일 보고서에서 “당분간 에코프로비엠은 상승 여력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중국 2차전지 기업의 북미 진출 가시화에 따라 국내 양극재 기업 주가에 반영됐던 밸류에이션 프리미엄이 과거 대비 축소돼야 하지만 에코프로비엠을 포함한 양극재 기업은 오히려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고, 그에 따라 에코프로비엠의 밸류에이션은 이미 2027~2030년 실적이 선반영된 수준”이라고 말했다. 반면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배터리 셀), 대주전자재료와 나노신소재(실리콘 음극재), 천보(전해질)에 대해서는 매수 의견을 내놓았다.

    염승환 이베스트투자증권 이사도 9월 7일 “2차전지주 열풍이 사그라질 때 옥석 가리기를 잘하면 향후 다시 한 번 2차전지주가 달리는 시점에 높은 수익을 낼 것”이라고 조언했다. 염 이사는 “일부 2차전지주가 펀더멘털 없이 기대감과 이벤트로만 오르면서 최근 그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며 “다만 기존에 고평가된 적이 없는 2차전지주도 함께 주가가 떨어지고 있어 2차전지 소재 중 소외됐던 동박, 전해액 등 관련주를 살펴보는 것이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어 염 이사는 “3분기까지는 2차전지 기업들의 실적이 좋지 않겠지만 4분기부터는 다시 터닝할 것으로 보여 한 번 더 2차전지주의 질주가 나타날 수 있다”며 “무엇보다 2025~2026년 2차전지 산업 자체의 성장성은 확실하기에 중장기적 관점에서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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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이슬아 기자입니다. 국내외 증시 및 산업 동향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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