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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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주에서 다시 성장주로… 금리가 주도주 바꾼다

[홍춘욱의 경제와 투자] 돌발 변수에 대비하려면 인플레 위험 회피에 유용한 금·리츠 투자 고려할 만

  • 홍춘욱 이코노미스트·프리즘투자자문 대표

    입력2023-07-26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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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장 시장 선점, 독점적 지위를 목표로 하는 쿠팡이나 테슬라 같은 기업은 대표적인 성장주로 꼽힌다. [쿠팡 홈페이지 캡처, 테슬라 홈페이지 캡처]

    성장 시장 선점, 독점적 지위를 목표로 하는 쿠팡이나 테슬라 같은 기업은 대표적인 성장주로 꼽힌다. [쿠팡 홈페이지 캡처, 테슬라 홈페이지 캡처]

    금리는 투자 세계에서 ‘중력’과 비슷한 역할을 담당한다. 금리가 상승할 때는 주식 가격, 특히 성장주 가격이 폭락하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을 인지한 투자자가 적잖을 것이다. 지난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이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가 금리인상을 단행하면서 나스닥 시장이 한 해 동안 30% 이상 폭락한 사실이 이를 잘 설명한다(그래프1 참조).

    금리가 시장의 주도주 변화에 영향을 미치는 이유는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재무구조 때문인데, 가장 좋은 예가 쿠팡이나 테슬라 같은 기업이다. 이들은 당장의 이익에는 별관심이 없고, 대규모 적자가 지속되는 한이 있더라도 성장 시장을 선점해 독점적 지위를 누리겠다는 야망을 품고 있다. 따라서 이들의 재무구조는 매우 부실해 테슬라 같은 경우에는 신용평가 기관으로부터 부적격 등급(Junk Bond)을 받기도 했다(블룸버그, 2023년 3월 21일, ‘Tesla Exits Junk-Rated World After Moody’s Upgrade’). 그렇지만 저금리 환경에서는 신용도가 낮은 기업도 회사채 발행에 성공할 수 있다. 2017년 8월 테슬라는 매년 5.3% 이자를 지급하는 조건으로 회사채(2025년 만기) 발행에 성공했는데, 만약 이 돈이 없었다면 2018년 테슬라는 심각한 현금 부족을 겪었을 것이라는 관측이 높다.

    현금가치 오르던 2022년은 가치주 시대

    두 번째는 금리인상 국면에서는 가치주가 더 매력적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참고로 가치주란 에너지 기업이나 은행처럼 거대한 자산을 보유한 저평가 기업을 의미한다. 성장주는 창창한 미래가 펼쳐질 것으로 기대되기에 시장 평균 수준에 비해 비싼 가격에 거래되는 반면, 가치주는 미래 성장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약한 것으로 보여 보유한 자산가치에 비해 싸게 거래된다.

    그러나 금리가 인상되는 순간 이 구도는 순식간에 역전된다. 예를 들어 은행 예금금리가 제로(0)에서 10%로 인상된다면? 현금가치는 끝없이 올라가지 않겠는가. 저평가 기업은 보유한 돈을 활용해 두둑한 이자를 챙길 수 있고, 자금난에 허덕이는 우량 기업을 헐값에 인수할 기회도 얻을 수 있다. 따라서 가치주는 현금가치가 올라가는 시기에 강한 상승세를 보이며, 그 대표적 시기가 2022년이었다.

    각국 주택시장 부진, 국제 상품 가격 하향 안정

    그렇다면 앞으로 금리는 어떻게 될까. 금리 변화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물가다. ‘그래프2’에 잘 나타난 것처럼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올라가면 시장금리가 상승하고, 반대로 물가가 안정될 때는 시장금리가 떨어진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 번째는 중앙은행의 존재다. 각국 중앙은행은 이른바 ‘물가 안정 목표제’를 도입해 인플레이션을 적정 범위(한국은 2%)에서 통제하려 노력한다. 즉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지면 정책금리를 인상해 경제 전반의 수요를 위축시키는 데 이 과정에서 시장금리도 상승한다. 반대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지나치게 약화돼 일본처럼 디플레이션을 경험할 것이라는 예상이 부각되면 정책금리를 동결하거나 인하함으로써 경제 수요를 늘리려 노력한다.



    더 나아가 물가가 상승하면서 채권 실질수익률이 떨어지는 것도 문제를 일으킨다. 예를 들어 10년 만기 채권이 연 2% 이자를 제공하고 소비자물가상승률이 갑자기 10%를 기록한다면? 이 채권의 실질이자율이 -8%가 되는데 누가 이 채권을 사겠는가. 결국 채권 가격이 폭락하고, 신규 발행되는 채권의 이자가 올라가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앞으로 인플레이션이 얼마나 지속되느냐에 따라 그 반응은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금리가 상승하는 방향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커지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결국 앞으로 주식시장의 주도주가 어느 쪽이 될지 판단하기 위해서는 인플레이션 방향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경제 분석가의 미래 전망은 빗나가기 마련이지만, 적어도 연내에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약화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각국 주택시장이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임대료 물가가 떨어진 데다, 원유를 비롯한 국제 상품 가격이 하향 안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 연준과 한국은행 등 주요국 중앙은행의 공격적인 금리인상 영향으로 경제 전반 수요가 위축된 점도 인플레이션 압력을 약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따라서 연내 금리인상 위험이 감소함에 따라 시장금리의 하향 안정 가능성이 높고 이는 성장주에 유리한 투자 환경 조성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 전망을 변화시킬 외부 요인, 즉 새로운 전쟁이나 전염병 출현에 대비하는 것도 필요하다. 예를 들어 금이나 리츠 등 실물자산은 인플레이션 위험을 회피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 좋은 투자 대상 자산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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