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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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 나면 최고가 경신… ‘비싼 1등주’ 엔비디아 주가가 계속 오르는 이유

월가 전설 피터 린치 ‘껄무새’ 만든 엔비디아, 올해만 222% 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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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진렬 기자

    display@donga.com

    입력2023-07-23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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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엔비디아 주식을 사지 않은 것을 후회한다.”

    주식 커뮤니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껄무새’(◯◯ 살걸, ◯◯ 팔걸 등 특정 행위를 하지 않은 것을 후회하는 언설을 반복하는 사람을 일컫는 용어)가 한 말이 아니다. ‘월가의 전설’로 불리는 피터 린치가 4월 25일(이하 현지 시간) 미국 CNBC와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피터 린치가 매수를 후회한 시점에 엔비디아 주식을 샀다면 수익이 얼마나 났을까. 엔비디아 주가는 이후 두 달 사이 80% 가까이 상승했다. 인터뷰 당시 262.41달러였던 주가가 480달러(약 61만 원)까지 상승한 것이다(그래프 참조). 잠자고 일어나면 최고가가 경신되는 양상이 반복되고 있다. 투자자 사이에서 엔비디아 주가를 두고 “오늘이 제일 싸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엔비디아 투자자 전원 수익권

    엔비디아가 최고가 경신을 이어가고 있다. 5월 25일 실적 발표와 함께 전고점을 뚫으며 379달러까지 오른 엔비디아 주가는 두 달 사이 24% 더 상승했다. 지난해 종가가 146달러였던 점을 고려하면 무서운 상승세다. 7개월이 채 지나지 않아 주가가 222% 상승한 것이다. 엔비디아는 3월을 제외하고 매달 주가가 두 자릿수 상승률을 보였다. 급기야 엔비디아 시가총액은 7월 20일 기준 1조1628억 달러(약 1476조7500억 원)에 도달했는데 이는 삼성전자의 3.4배, LG에너지솔루션의 11.2배, 현대차의 42배에 달하는 규모다.

    주가 급등세가 이어졌지만 전문가들은 고점이 아니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미국 주요 투자은행들이 연이어 엔비디아 목표가를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투자은행 씨티그룹은 최근 엔비디아 목표주가를 상향했다. 아티프 말릭 씨티그룹 애널리스트는 7월 17일 투자자들에게 포트폴리오에서 엔비디아 비중을 높일 것을 권하며 목표주가를 420달러에서 520달러(약 66만 원)로 상향했다. 그는 “2027년까지 인공지능(AI) 시장 규모가 약 1500억 달러(약 190조5000억 원)까지 성장할 것”이라며 “AI 시장에서 약 90% 점유율을 차지하는 엔비디아가 확실한 승자가 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반도체 전문 분석가 비벡 아리아 역시 다음 날 보고서를 통해 엔비디아 목표주가를 500달러에서 550달러(약 69만8500원)로 상향했다. 엔비디아가 생성형 AI에 필요한 반도체 시장의 75%를 장악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골드만삭스까지 엔비디아 목표주가를 495달러로 상향하는 등 주요 글로벌 투자은행이 대부분 장밋빛 전망을 내놓고 있다.



    실제로 엔비디아 투자자들은 올해 남부럽지 않은 수익을 냈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자사를 이용하는 투자자 가운데 2만8301명이 엔비디아에 투자했다. 이들의 평균 수익률은 115.6%로 시장수익률을 아득히 넘어섰다. 더 놀라운 점은 7월 18일 기준 손실 투자자 비율이 0%라는 점이다. 연일 주가가 신고가를 기록해 사실상 투자자 전원이 수익을 보고 있는 상황이다.

    주도주에 투자자가 몰리는 현상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장우석 유에스스탁 부사장은 7월 19일 “엔비디아 전에는 테슬라가 있었고, 그 전에는 애플이 있었다”면서 “테슬라 주가가 강세를 보일 때마다 사람들은 기업이 고평가됐다며 경고했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그들의 경고와 다르게 흘러가지 않았냐”고 반문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 [동아DB]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 [동아DB]

    애플, 테슬라, 다음은 엔비디아?

    전문가들은 엔비디아에 투자심리가 몰리는 이유가 기업의 기대 실적이 긍정적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실적장세를 앞둔 만큼 실적이 높게 나오는 기업에 관심이 쏠리는 것은 당연하다는 얘기다. 엔비디아는 5월 24일 1분기 순이익이 20억4300만 달러(약 2조6000억 원)에 달했다며 어닝 서프라이즈 소식을 알렸다. 2분기 매출 역시 시장 예상치(72억 달러·약 9조1400억 원)를 훨씬 초과하는 110억 달러(약 14조 원)에 이를 것이라고 예고한 상황이다. 엔비디아의 2분기 실적 발표일은 8월 23일이다.

    장 부사장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테슬라 등 주요 기업은 최근 주가가 상승하며 시장 목표주가에 거의 다다랐지만 엔비디아는 아직 여유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은 주가가 꾸준히 우상향하는 우량 기업이 많은 만큼 되도록 주도주를 장기간 보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심리 전문가들은 투자자들이 주도주에 몰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차트의 유혹’을 쓴 오성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심리에도 관성이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오 교수는 “현실 세계에서도 빨리 달리는 자동차가 계속 빨리 달릴 것이라 기대하고, 느리게 가는 자동차는 계속 느리게 갈 것이라고 기대하는 경향이 있지 않냐”며 “사람의 심리에는 직전까지 벌어졌던 현상이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는 관성이 작용한다”고 말했다. ‘추세 추종의 아버지’로 불리는 제시 리버모어는 일찌감치 이 같은 속성을 파악해 막대한 수익을 거두기도 했다. 리버모어는 ‘피라미딩’이라는 전략을 자주 사용했다. 이는 상승 추세를 보이는 주식에 지속적으로 투자해 수익을 극대화하는 투자법이다. 일종의 ‘불타기 전략’인 셈이다.

    엔비디아를 서울 강남 아파트와 비교한 시각도 있다. 투자멘털케어 전문가인 박종석 연세봄정신건강의학과 원장은 주도주 쏠림 현상에 대해 “불안과 욕망이 타협한 결과”라고 말했다. 박 원장은 “사람은 수익을 극대화하면서도 리스크는 최소화하고 싶은 모순적인 욕망을 지녀 주도주에 투자하는 경향이 있다”며 “강남 부동산에 수요가 몰리는 것과 마찬가지인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내부자 매도에도 상승

    엔비디아 역시 고비의 순간이 있었다. 6월 중순 한때 엔비디아 주가가 횡보하면서 고평가 논란이 벌어진 것이다. 6월 21일 엔비디아 이사인 텐치 콕스와 마크 스티븐스가 각각 6월 5900만 달러(약 749억6000만 원), 5100만 달러(약 648억 원)에 달하는 엔비디아 주식 보유분을 매각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투자자들이 동요한 일이 있었다.

    ‘가치평가의 대가’로 불리는 애스워드 다모다란 미국 뉴욕대 교수가 최근 2017년부터 보유해온 엔비디아 주식을 전량 매도하면서 역시 고점 논란에 불을 지폈다. 6월 일부 서학개미 사이에서 엔비디아 주식을 정리하는 모습이 나타난 배경이다. 인터넷 주식 커뮤니티에서는 6월 엔비디아 주식을 정리한 것을 두고 아쉬움을 토로하는 투자자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다만 지나친 낙관은 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고평가 이슈에도 주도주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가장 큰 이유는 투자자들이 시장을 낙관적으로 보기 때문”이라며 “최근 증시가 다소 과열된 측면도 없지 않은 만큼 투자자는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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