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93

..

만져도 된다고? 미술관에 코 없는 코끼리가 나타난 이유

[who’s who] 김건희 여사도 반한 ‘코 없는 코끼리’ 작가 엄정순은 누구?

  • 이진수 기자

    h2o@donga.com

    입력2023-06-15 16:27:27

  • 글자크기 설정 닫기
    6월 13일 제14회 광주비엔날레에서 김건희 여사가 엄정순 작가의 ‘코 없는 코끼리’ 작품을 만져보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6월 13일 제14회 광주비엔날레에서 김건희 여사가 엄정순 작가의 ‘코 없는 코끼리’ 작품을 만져보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시장님, (코끼리 조형물) 만져보셨어요? 같이 만져보세요”

    6월 13일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51) 여사가 광주 북구에서 열린 제14회 광주비엔날레에 방문했다. 김 여사가 이날 관심을 보인 건 제2전시실에 있는 코끼리 조형물. 김 여사는 전시에 동행한 강기정(59) 광주광역시장에게도 조형물을 만져보기를 권했다. 이 작품은 엄정순(62) 시각예술 작가의 ‘코 없는 코끼리(2023)’로 3m가 넘는 거대한 몸통에 넓적한 귀가 인상적인 작품으로, 관객이 직접 만져볼 수 있었다. 특이한 점은 작품명처럼 코끼리이지만 코가 없다는 점.

    왜 코가 없는 코끼리일까. 엄 작가는 15세기 일본을 통해 한반도에 처음 들어왔지만 이질적인 외모 때문에 사람들에게 배척당했던 코끼리의 역사와 ‘장님 코끼리 만지기’(The blind men and the elephant)’ 우화 등에서 영감을 얻었다. 코가 없는 코끼리를 통해 21세기의 결핍을 형상화한 것.

    미술관 금기 깬 하얀 코끼리

    제14회 광주비엔날레에서 제1회 박서보 예술상을 받은 엄정순 작가. [뉴스1]

    제14회 광주비엔날레에서 제1회 박서보 예술상을 받은 엄정순 작가. [뉴스1]

    이화여자대학교 서양학과 출신인 엄 작가는 독일 뮌헨 미술 대학원을 졸업하고 회화, 설치, 사진, 공공프로젝트를 넘나들며 작가로 활동해 왔다. 그가 코끼리 관련 작업을 시작한 계기는 1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우연히 캄보디아에 여행 갔다가 들판을 거니는 코끼리를 보고 감명을 받은 엄 작가는 2008년부터 코끼리에 관해 공부하기 시작했고 줄곧 코끼리를 소재로 한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코 없는 코끼리’는 관객이 만졌을 때 느낌을 고려해 금속 뼈대와 130여 개의 직조 원단으로 만들어진 게 특징이다. 엄 작가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작품 기획 단계부터 내 작품만은 가능하다면 관객이 직접 만질 수 있게 하고 싶었다”며 “만졌을 때 작품이 너무 차갑거나, 딱딱해서 인위적으로 느껴지지 않도록 신경을 썼다”고 말했다. 이어 “원단을 부분마다 바느질해서 전체 외피를 감싸느라 공정이 굉장히 길었다”고 덧붙였다.



    “전시를 감상하고 나서도, 또 와서 작품을 만졌다는 사람들이 있었어요. 보통 작품을 감상할 때 눈으로만 보는 게 미술관의 전통적인 규칙이다 보니 (작품을 만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일종의 해방감을 느끼는 것 같아요. 도슨트나 비평 등 다른 사람의 언어로만 작품을 감상하다가 작품을 직접 경험할 수 있어 기억에 남는다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엄 작가는 이번 광주비엔날레에서 제1회 박서보 예술상을 받았다. 엄 작가는 “혼자 고민해 나가야 하는 외로운 직업인데 계속 작업할 수 있는 용기를 얻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 여사도 반한 ‘코 없는 코끼리’는 7월까지 광주에서 관람객을 만난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