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오른쪽)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5월 21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열린 일본 히로시마에서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中, 우주 리더 목표”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에는 △평화적인 달 탐사 △모든 회원국이 사용할 수 있는 탐사 시스템 개발 △우주 발사체 등록 △유사시 상호 협조 △과학 데이터 공개 △우주 탐사의 역사적 장소 보존 △우주 쓰레기 처리 등 10개 조항이 담겼다. 우주 강국으로 부상하는 중국이 참여하지 않아 프로젝트 목적이 중국의 ‘우주 굴기’를 견제하는 것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은 글로벌 우주 연합체를 결성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강조했다.미국이 우주 분야에서 중국 도전에 맞서 동맹과 협력을 강화하는 등 ‘우주 전략’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미국 국무부는 5월 30일(이하 현지 시간) ‘우주 외교를 위한 전략 프레임워크’ 보고서에서 “미국은 지난 65년간 평화적 목적으로 우주 공간을 활용하고 미국과 전 세계를 위해 우주 혜택을 극대화하는 데 앞장서 왔다”고 평가했다. 이어 “앞으로도 아르테미스 협정을 포함해 상호 이익이 되는 우주 활동에서 국제 협력을 확대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할 점은 미국이 중국을 자국 우주 패권에 도전하는 국가로 명시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중국은 2045년까지 미국을 능가하거나 미국과 동등한 세계 최고 수준의 우주 리더가 되겠다는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중국의 우주 활동은 자국의 글로벌 위상을 높이고 군사, 기술, 경제, 외교 분야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약화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이어졌다. 이 보고서는 중국이 승무원 3명을 태운 선저우 16호를 자국 우주정거장에 성공적으로 도킹했다고 발표한 지 몇 시간 만에 발표됐다. “미국이 우주 패권을 지키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NASA나 미국 국방부가 아닌, 국무부가 우주 전략을 발표했다는 사실도 중요하다. 미국의 의도는 국제사회에 우주 개발이 인류 발전을 위한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중국을 견제하는 데 동참하는 국가들과 ‘우주 동맹’을 결성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할 수 있다. 실제로 미 국무부는 “우리는 국제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우주에서 규칙 기반의 세계 질서를 확산하며, 우주를 이용한 위협으로부터 미국과 동맹국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가 안보 및 민간 우주 활동에 대한 외교와 함께 상업적인 우주, 전략적 경쟁, 비확산, 기술이전, 수출 통제 등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앞으로 아르테미스 협정에 참여하는 국가들을 중심으로 우주 동맹을 구축할 계획이다.
“中, 달에서 다른 국가 배척할 수도”
미국은 지난해 11월 아르테미스 1호를 발사했다. [미국 항공우주국 제공]
중국은 2007년 무인 우주선 창어 1호를 발사해 달 궤도를 돌면서 달 전체의 3D(3차원) 지도를 만들었다. 2013년과 2018년에는 각각 창어 3호와 창어 4호를 달에 착륙시켰다. 창어 5호가 2020년 달에 착륙해 시료를 채취하고 지구로 복귀하면서 중국은 세계에서 3번째로 달 토양을 지구로 가져오는 데 성공한 국가가 됐다. 중국은 2024년 달 남극을 탐험할 창어 6호와 7호를 각각 발사하고, 2027년 창어 8호를 발사해 달 연구기지 건설을 위한 구조 실험을 진행할 예정이다. 달 연구기지는 2030년 이전에 완공할 계획이다. 미국과 중국 모두 얼음 형태의 물이 존재할 가능성이 큰 달 남극의 섀클턴 분화구에 달 연구기지를 세울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중국이 달 탐사 및 연구기지 건설 경쟁을 벌이는 이유는 심(深)우주 탐사의 전초 기지로 달이 최적의 조건을 갖췄기 때문이다. 달은 중력이 약해 지구보다 훨씬 저렴하게 로켓을 발사할 수 있다. 달에는 헬륨3와 희토류, 마그네슘, 실리콘, 티타늄 등 다양한 광물 자원이 매장돼 있다. 헬륨3는 현재 원자력발전의 동력인 핵분열보다 4.5배나 많은 에너지를 내는 핵융합 원료다. 1g만으로도 석탄 40t에 맞먹는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다. 달은 군사기지로 활용될 수도 있다는 이점도 가진다.
우주왕복선 개발 힘쓰는 美·中
미국 우주군이 운용하는 우주왕복선 X-37B. [USSF 제공]
중국 달 탐사선 창어 5호의 무인 로버 위투 2호가 달 표면을 탐사하고 있다. [CSNA 제공]
‘기생위성’ 보유한 中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뉴시스]
양국은 향후 우주에서 군사적으로 더욱 날카롭게 대립할 것이 분명하다. 우주 무기 등의 개발과 배치를 규제한 국제법이 없기 때문이다. 우주 분야에서는 1967년 체결된 ‘우주조약(Outer Space Treaty)’이 있다. 미국, 중국, 러시아를 비롯해 113개국이 서명한 이 조약에는 우주는 어느 한 나라의 것이 아니며 평화적 목적으로 이용해야 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이 조약은 각국이 우주에 어떠한 핵무기나 대량살상무기를 배치하는 것을 금지한다. 하지만 재래식 무기나 레이저, 킬러위성, 전자파를 통한 통신 교란, 사이버 해킹 등 우주 무기와 공격 수단들을 배치·운용하더라도 이를 조약 위반이라고 볼 수는 없다. 이런 맥락에서 앞으로 우주가 미국과 중국의 새로운 전쟁터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