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던 공시가격의 뚜껑이 드디어 열렸다. 정부가 12월 14일 내년에 적용할 표준지 및 표준주택 공시가격을 각각 6%가량 낮추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표준지 및 표준주택 공시가격이 하락한 것은 2009년 이후 14년 만이다. 공시가 현실화율(시세 대비 공시가격 비율)을 2020년 수준으로 되돌린 것이 직격탄이 됐다. 이는 이미 예고된 조치였다. 현 정부가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 현실화율을 급격히 올리면서 발생한 부동산 보유세 폭등 같은 문제를 막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이번에 공개된 표준지 및 표준주택 공시가격으로 적잖은 변화가 예상된다. 우선 내년 3월로 예정된 아파트 등 공동주택 공시가격도 큰 폭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대단히 커졌다. 이로 인한 세 부담 감소와 국민건강보험료 인하 등도 기대된다. 반면 부동산 관련 세금 수입이 전체 세수의 절반에 가까운 지방자치단체(지자체)로서는 수입 감소가 불가피해졌다. 14년 만의 표준지 및 표준주택 공시가격 하락은 어떤 변화를 불러올까.
국토부는 당초 이런 절차를 거치면 표준지 및 표준주택 공시가격이 각각 8.4%, 7.5% 하락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실제 하락폭은 이보다 1.5~2.5%p 줄었다. 땅값과 단독주택 가격이 아파트 등 공동주택과 달리 연초 대비 오히려 오른 데서 비롯된 문제였다. 국토부에 따르면 연초 대비 10월 말 현재 전국 땅값(대지 기준)은 2.5%, 전국 단독주택 가격은 1.9% 올랐다. 국토부는 이에 대해 “땅은 주택에 비해 안정적이어서 경제위기가 아니면 시세가 하락하는 경우가 거의 없고, 땅과 공동주택의 중간에 위치한 단독주택은 가치의 70~80%가 토지 지분이라서 시세가 크게 떨어지는 일이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아파트를 중심으로 한 공동주택은 최근 매주 최대 하락폭 기록을 갈아치우는 등 하락세가 뚜렷하다. 여기에 지난 2년간 치솟았던 현실화율이 2020년 수준으로 내려가는 효과까지 더해지면 공시가격이 10% 넘게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매매가는 지난달까지 4.79% 내렸다. 시장에서 체감하는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11월 한 달 동안 2.02%가 내리면서 하락폭이 급격히 커지는 추세다. 12월 통계가 집계되면 연간 하락률은 5%를 넘길 가능성이 높다. 실제 거래된 물건 가격을 기준으로 하는 실거래가 하락폭은 이보다 훨씬 크다. 통계 집계가 상대적으로 늦어 12월 15일 현재 9월까지만 집계된 상태인데, 하락률이 전국 7.1%, 서울 8.6%에 달한다. 10월까지 감안하면 전국은 9.4%, 서울은 11.9%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추세대로 연말까지 가면 전국도 두 자릿수 하락률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국토부가 올해 71.5%인 공동주택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내년엔 69.0%로 하향 조정하겠다고 밝힌 것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공시가격이 떨어지면서 보유세 부담은 줄어들 게 확실시된다. ‘동아일보’가 이영훈 신영증권 패밀리헤리티지본부 세무사에게 의뢰한 결과, 서울 서초구 방배동 시세 29억 원짜리 단독주택을 보유한 1주택자(세액공제 제외)의 내년 보유세는 246만 원으로 올해(348만 원) 대비 29.3%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공시가격이 올해 13억 원에서 내년 11억2450만 원으로 하락하기 때문이다. 서울 마포구 망원동 시세 17억 원짜리 단독주택은 공시가격이 올해 7억9300만 원에서 내년 6억8595만 원으로 떨어지고, 보유세는 올해 146만 원에서 내년 116만 원으로 20.5% 감소할 것으로 추정됐다.
고가 주택도 예외는 아니다. 표준단독주택 중 8년 연속 공시가격 1위를 유지하는 이명희 신세계 회장의 서울 용산구 한남동 자택(연면적 2861.8㎡)은 내년 공시가격이 올해(311억 원)보다 9.9% 떨어진 280억3000만 원이다. 이 회장이 1주택자인 경우를 가정해 최대 80% 세액공제를 받는다면 보유세는 올해 1억8466만 원에서 내년 1억6285만 원으로 11.81%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표준단독주택 공시가격 2위인 이해욱 DL 회장의 서울 강남구 삼성동 주택(2617㎡)도 내년 공시가격이 182억 원으로 올해보다 11.6% 하락했다. 세액공제가 없다고 가정하면 내년 보유세는 올해보다 18.12% 줄어든 2억5607만 원만 내면 된다. 표준지 공시가격 3~10위 부지 모두 공시가격이 하락한 만큼 보유세 부담은 10%대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더해 정부가 재산세 공정시장가액비율(공시가격에서 과표를 산출하는 할인율)까지 낮출 예정이어서 세 부담은 더 큰 폭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또 최근 여야가 2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세율을 낮추자는 데 합의한 것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대단히 크다.
지난해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17.2% 폭등한 지난해 정부는 건보료 부담 완화를 위해 건보료 산정 시 활용되는 과표를 동결해 전년도(2021)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산정하게 했다. 또 지역가입자의 건보료를 산정할 때 재산에서 공제하는 기본 금액을 5000만 원으로 확대하고, 1세대 무주택자나 1주택자의 실거주 목적 주택금융부채를 추가 공제했다. 기초생활보장제에 따른 수급자나 기초연금 대상자, 생계 곤란 병역감면 대상자의 재산가액 기준 등 각종 복지제도도 공시가격 변동의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내년 공시가격이 크게 떨어지면 관련 기준도 연동돼 대대적인 조정이 불가피하다. 최근 2년 새 집값 급등과 급격한 공시가격 현실화율 적용으로 공시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관련 기준도 상향됐기 때문이다. 특히 건보료나 각종 개발부담금은 줄어들 가능성이 커졌다.
공시가격 하락은 부동산 세수 의존도가 높은 지자체에는 대형 악재가 될 수 있다. 한국지방세연구원도 12월 14일 펴낸 월간보고서 ‘지방세 시가표준액 조사를 위한 부동산시장 동향-12월호’에서 2023년에도 거래절벽이 상반기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이며, 이에 따라 지자체 취득세 세입 감소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히 “2023년 공시가격이 2022년 대비 6% 정도 하락할 것으로 보여, 재산세 등 세입 감소가 불가피할 것”이라며 “2023년 지자체 세입이 2019년 수준까지 감소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방세 수입은 2019년 90조5000억 원에서 2021년 112조8000억 원으로 24.6% 늘어난 상태다.
황재성 기자는…
동아일보 경제부장을 역임한 부동산 전문기자다. 30년간의 기자생활 중 20년을 부동산 및 국토교통 정책을 다루는 국토교통부를 취재했다.
이번에 공개된 표준지 및 표준주택 공시가격으로 적잖은 변화가 예상된다. 우선 내년 3월로 예정된 아파트 등 공동주택 공시가격도 큰 폭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대단히 커졌다. 이로 인한 세 부담 감소와 국민건강보험료 인하 등도 기대된다. 반면 부동산 관련 세금 수입이 전체 세수의 절반에 가까운 지방자치단체(지자체)로서는 수입 감소가 불가피해졌다. 14년 만의 표준지 및 표준주택 공시가격 하락은 어떤 변화를 불러올까.
서울 송파구 리센츠 아파트 모습. [동아DB]
아파트 공시가 두 자릿수 하락 불가피
국토교통부(국토부)는 12월 14일 2023년 표준지 및 표준주택 공시가격이 전년 대비 각각 5.92%, 5.95% 하락했다고 발표했다. 공시가격 하락은 가격이 떨어져서가 아니다.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2020년으로 환원하면서 비롯된 결과다. 이랑 국토부 부동산평가과장은 공시가격 관련 언론 브리핑을 통해 “이번 공시가격 하락은 현실화율을 환원한 부분에서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11월 23일 발표한 ‘공시가격 현실화 수정계획’과 ‘2023년 주택 재산세 부과와 제도개선 방안’을 통해 내년 현실화율을 2020년 수준으로 낮추겠다고 밝혔다. 최근 계속되는 집값 하락과 어려운 경제 여건 등을 감안한 조치다. 이에 따라 내년 표준지 및 표준주택 공시가 산정에는 각각 65.4%, 53.5% 현실화율이 적용됐다.국토부는 당초 이런 절차를 거치면 표준지 및 표준주택 공시가격이 각각 8.4%, 7.5% 하락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실제 하락폭은 이보다 1.5~2.5%p 줄었다. 땅값과 단독주택 가격이 아파트 등 공동주택과 달리 연초 대비 오히려 오른 데서 비롯된 문제였다. 국토부에 따르면 연초 대비 10월 말 현재 전국 땅값(대지 기준)은 2.5%, 전국 단독주택 가격은 1.9% 올랐다. 국토부는 이에 대해 “땅은 주택에 비해 안정적이어서 경제위기가 아니면 시세가 하락하는 경우가 거의 없고, 땅과 공동주택의 중간에 위치한 단독주택은 가치의 70~80%가 토지 지분이라서 시세가 크게 떨어지는 일이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아파트를 중심으로 한 공동주택은 최근 매주 최대 하락폭 기록을 갈아치우는 등 하락세가 뚜렷하다. 여기에 지난 2년간 치솟았던 현실화율이 2020년 수준으로 내려가는 효과까지 더해지면 공시가격이 10% 넘게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매매가는 지난달까지 4.79% 내렸다. 시장에서 체감하는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11월 한 달 동안 2.02%가 내리면서 하락폭이 급격히 커지는 추세다. 12월 통계가 집계되면 연간 하락률은 5%를 넘길 가능성이 높다. 실제 거래된 물건 가격을 기준으로 하는 실거래가 하락폭은 이보다 훨씬 크다. 통계 집계가 상대적으로 늦어 12월 15일 현재 9월까지만 집계된 상태인데, 하락률이 전국 7.1%, 서울 8.6%에 달한다. 10월까지 감안하면 전국은 9.4%, 서울은 11.9%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추세대로 연말까지 가면 전국도 두 자릿수 하락률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국토부가 올해 71.5%인 공동주택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내년엔 69.0%로 하향 조정하겠다고 밝힌 것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부동산 보유세 부담 줄어
이명희 신세계 회장 소유의 서울 용산구 한남동 단독주택. [뉴시스]
고가 주택도 예외는 아니다. 표준단독주택 중 8년 연속 공시가격 1위를 유지하는 이명희 신세계 회장의 서울 용산구 한남동 자택(연면적 2861.8㎡)은 내년 공시가격이 올해(311억 원)보다 9.9% 떨어진 280억3000만 원이다. 이 회장이 1주택자인 경우를 가정해 최대 80% 세액공제를 받는다면 보유세는 올해 1억8466만 원에서 내년 1억6285만 원으로 11.81%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표준단독주택 공시가격 2위인 이해욱 DL 회장의 서울 강남구 삼성동 주택(2617㎡)도 내년 공시가격이 182억 원으로 올해보다 11.6% 하락했다. 세액공제가 없다고 가정하면 내년 보유세는 올해보다 18.12% 줄어든 2억5607만 원만 내면 된다. 표준지 공시가격 3~10위 부지 모두 공시가격이 하락한 만큼 보유세 부담은 10%대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더해 정부가 재산세 공정시장가액비율(공시가격에서 과표를 산출하는 할인율)까지 낮출 예정이어서 세 부담은 더 큰 폭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또 최근 여야가 2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세율을 낮추자는 데 합의한 것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대단히 크다.
건강보험료 줄고, 지자체 세수 비상 우려
개별주택 공시가격과 개별공시지가,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쓰임새가 다양하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공시가격을 활용하는 기관은 법령과 행정규칙에 따라 150여 개에 달하며, 60여 개 행정지표의 산정 기준으로 활용된다. 공시가격이 크게 오를 때마다 국민건강보험료(건보료) 부담 완화를 위한 대책을 별도로 내놓는 등 정부가 난리법석을 떠는 이유가 여기 있다.지난해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17.2% 폭등한 지난해 정부는 건보료 부담 완화를 위해 건보료 산정 시 활용되는 과표를 동결해 전년도(2021)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산정하게 했다. 또 지역가입자의 건보료를 산정할 때 재산에서 공제하는 기본 금액을 5000만 원으로 확대하고, 1세대 무주택자나 1주택자의 실거주 목적 주택금융부채를 추가 공제했다. 기초생활보장제에 따른 수급자나 기초연금 대상자, 생계 곤란 병역감면 대상자의 재산가액 기준 등 각종 복지제도도 공시가격 변동의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내년 공시가격이 크게 떨어지면 관련 기준도 연동돼 대대적인 조정이 불가피하다. 최근 2년 새 집값 급등과 급격한 공시가격 현실화율 적용으로 공시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관련 기준도 상향됐기 때문이다. 특히 건보료나 각종 개발부담금은 줄어들 가능성이 커졌다.
공시가격 하락은 부동산 세수 의존도가 높은 지자체에는 대형 악재가 될 수 있다. 한국지방세연구원도 12월 14일 펴낸 월간보고서 ‘지방세 시가표준액 조사를 위한 부동산시장 동향-12월호’에서 2023년에도 거래절벽이 상반기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이며, 이에 따라 지자체 취득세 세입 감소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히 “2023년 공시가격이 2022년 대비 6% 정도 하락할 것으로 보여, 재산세 등 세입 감소가 불가피할 것”이라며 “2023년 지자체 세입이 2019년 수준까지 감소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방세 수입은 2019년 90조5000억 원에서 2021년 112조8000억 원으로 24.6% 늘어난 상태다.
황재성 기자는…
동아일보 경제부장을 역임한 부동산 전문기자다. 30년간의 기자생활 중 20년을 부동산 및 국토교통 정책을 다루는 국토교통부를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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