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석훈 키움증권 리서치센터 글로벌리서치팀장. [조영철 기자]
안석훈 키움증권 리서치센터 글로벌리서치팀장은 “증시 바닥이 보이는 시점을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이제는 다시 올라갈 때를 대비해야 할 시기”라며 “트렌드에 맞는 소형 유망 종목을 발굴해 투자하면 14년 만에 찾아온 저가 매수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 최근 그는 저서 ‘몰라서 못 사는 미국 히든 유망주 25’를 출간했다. 책에는 앞으로 트렌드를 이끌어갈 미국 소형주 25개 종목이 소개됐다. 11월 15일 안 팀장을 만나 앞으로 유망한 미국 소형주와 투자전략에 대해 들었다.
유망주에 1년 이상 투자해야
저서 ‘몰라서 못 사는 미국 히든 유망주 25’에서 장기투자자를 위한 유망 종목 25개를 소개했다. 종목을 선정한 기준은 무엇인가.“미래 성장성과 현재 재무 상태, 그리고 트렌드 적합성을 바탕으로 선별했다. 또한 최소한 사업 이력이 5년 이상 된 기업 가운데 사업이 궤도에 올라 있거나 지속적으로 수익을 내는 곳을 선별했다. 무엇보다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지를 고려했다.”
요즘처럼 불확실성이 큰 장에서는 중소형 종목의 변동성이 더 큰데, 지금이 미국 소형주에 투자하기 적합한 시기라고 보는 건가.
“올해 초 대비 다우지수는 10%, 나스닥은 30%, S&P500은 20% 이상 하락한 지금, 하락의 끝이 조금씩 보이고 있다. 내년 하반기 글로벌 경기가 침체에 이르면 경기 선행 지수인 증시는 내년 하반기 회복기에 들어간다. 증시 회복기 전 우량 종목을 골라 조금씩 매수해 1년 이상 장기투자하면 유의미한 수익률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국내 소형주는 주가 예측이 쉽지 않은데, 미국은 어떤가.
“미국은 우량 종목들의 경우 기관투자자가 70% 내외 지분을 갖고 있어 국내처럼 세력이 작전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소형주도 실적대로 주가가 움직여 투명하다고 볼 수 있다.”
안 팀장이 선별한 미국 유망주 톱5가 궁금하다.
“테슬라 전기차에 타이어를 공급하는 ‘굿이어타이어앤드러버’, 글로벌 약조제 자동화 분야 전문기업 ‘옴니셀’, 전투용 정찰 드론 업체 ‘크라토스 디펜스&시큐리티 솔루션스’(크라토스), 명품 직구 플랫폼 기업 ‘파페치’, 정부 기관에 사무실을 임대하는 ‘이스털리 거번먼트 프로퍼티스’다.”
타이어는 성장률이 높은 산업이 아닌데, 굿이어타이어앤드러버를 유망주로 꼽은 이유가 있나.
“타이어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은 3.6% 수준으로 빠른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 하지만 전기차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전기차 전용 타이어를 개발하는 타이어 업체들이 수혜를 입고 있다. 그중 굿이어타이어앤드러버는 테슬라 수혜 종목 중 하나로, 테슬라 전기차에 최적화된 타이어 ‘뉴 일렉트릭 드라이브 GT’를 지난해 말 개발하기도 했다.”
타이어 시장에서 굿이어타이어앤드러버의 위치는 어떤가.
“굿이어다이어앤드러버는 미국 1위 타이어 업체로, 글로벌은 3위다. 글로벌 1위는 프랑스 미쉐린, 2위는 일본 브리지스톤이다. 이들 기업도 관심 갖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
옴니셀은 어떤 기업인가.
“국내 의료기관 평가인증원이 수집한 ‘2020년도 환자 안전 통계 연보’를 보면 지난해 의료기관이 자율적으로 보고한 환자 안전사고 건수 가운데 투약과 관련된 것이 31% 이상을 차지했다. 사람 실수로 인한 투약 사고가 얼마나 많이 발생하는지 알 수 있다. 미국은 이런 투약 사고를 줄이고자 약제 관리 자동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약제 관리 자동화 시스템은 조제, 포장, 저장, 수거 등이 세분화돼 있는데 옴니셀은 조제 자동화 시스템에 특화된 기업이다.”
옴니셀의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이유는?
“미국 대형병원은 대부분 약제 관리 자동화 시스템을 갖췄지만, 소형병원까지는 아직 보급되지 않았다. 그만큼 시장 확장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 또한 옴니셀은 제약·조제 소프트웨어를 관리하는 구독 서비스도 갖추고 있어 매출을 계속 늘려가는 상황이다(그래프1 참조).”
파페치, 아마존 뛰어넘는 성장세
크라토스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관심이 높아졌다.“크라토스의 주력 사업은 저가형 무인 드론이다. 크라토스는 최근 무인 드론 XQ-58A 발키리를 선보였다. 이 제품은 향후 몇 년간 크라토스 실적을 이끌 것으로 보인다. 사실 크라토스는 아직까지 매출이 거의 없지만 2026년 미국 국방부가 추진하는 스카이보그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면 급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스카이보그 프로젝트는 유인 전투기를 지원할 무인 조종 기종을 개발하는 프로젝트다.”
파페치는 국내에서도 많이 이용하는 명품 직구 플랫폼인데.
“소비자는 고가 명품은 온라인보다 매장에서 직접 눈으로 보고 구입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파페치는 50개국 1300개 넘는 브랜드와 협업으로 제품 선정부터 AS까지 직접 진행해 소비자로부터 높은 신뢰를 얻으며 급성장했다. 무엇보다 아마존 AWS(Amazon Web Services)처럼 파페치도 FPS(Farfetch Platform Solutions)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FPS 주요 고객사는 런던 해러즈 백화점을 비롯한 10개 넘는 브랜드다. FPS는 고객사에 재고 관리는 물론, 20개국의 환전 및 결제 지원, 맞춤형 프로모션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파페치는 단순 명품 직구 사이트가 아닌, 플랫폼 회사인 것이다. 이런 이유로 파페치가 아마존을 뛰어넘는 회사로 성장 중이라고 평가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이스털리 거번먼트 프로퍼티스를 유망주 톱5로 선정한 이유는?
“미국 연방수사국(FBI), 마약단속국(DEA) 등 40여 개 정부 기관에 사무실을 임대하는 업체다. 현재까지 채무불이행 0%, 배당수익률 5% 이상으로 안정적인 투자가 가능하다.”
톱5에는 선정되지 못했지만 신재생에너지와 관련해서는 어떤 종목이 우량해 보이나.
“태양광 기업 선파워다.”
선파워를 우량주로 선정한 이유가 궁금하다.
“신재생에너지 중에서 가장 앞서가는 분야가 태양광이다. 특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쟁으로 태양광에너지가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태양광 관련 업체는 패널, 인버터, 부품, 장비 등 다양하다. 선파워는 태양광 제품을 집에 설치하는 회사다. 최근 미국은 유틸리티 비용이 급등하다 보니 주거용 태양광 제품을 설치하는 주택이 증가하고 있다.”
미국 태양광 업체로 선파워뿐 아니라, 선런도 있지 않나.
“미국 태양광 기업 중 매출 1위는 선런, 2위는 선파워, 3위는 선노바다. 선파워는 점유율 2위지만 이들 업체 중 소비자 만족도가 가장 높다. 5점 만점 소비자 만족도 조사에서 선파워는 4점대, 선런과 선노바는 2점대다. 또한 선파워는 GM과 제휴를 통해 주택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할 때 GM 전기차 충전 시스템까지 설치한다는 점이 매력적이다(그래프2 참조).”
적립식으로 투자할 것
항공우주 관련 유망주도 많다. 그중 어떤 종목에 주목해야 할까.“항공우주 관련 유망주 중에는 조비에비에이션이 가장 앞서 있다.”
조비에비에이션은 가시적인 실적이 없는 것으로 아는데, 왜 유망주로 선정했나.
“조비에비에이션이 구상하는 서비스는 UAM(Urban Air Mobility: 도심 항공 모빌리티)을 이용해 승객을 빠르게 이동하게 하는 것이다. 앞으로 지상 교통수단은 한계에 부딪칠 테고, UAM 수요는 점점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조비에비에이션은 현재 매출이 발생하고 있지는 않지만, 개발 중인 전기 수직 이착륙 항공기는 2024년 상용화가 목표다. 또 미국 연방항공국으로부터 에어택시 운영을 위한 인증을 모두 획득한 점도 유망주로 선정한 이유다.”
변동성이 큰 장에서 유망주에 투자할 때는 어떤 매매 전략을 세워야 하나.
“지금처럼 증시 하방이 열려 있을 때는 주식보다 은행 적금에 가입하는 것이 현명해 보인다. 단, 내년 하반기 무렵 증시가 회복기에 들어서면 주식에 투자해라. 그렇다고 1년간 주식에 손을 놓으라는 말은 아니다. 유망 종목 위주로 기업 실적과 가이던스를 체크하면서 주가 움직임을 살펴보다 실적이 좋아질 때 투자해야 한다. 투자할 때는 적립식으로 해야 리스크가 적다.”
한여진 기자
119hotdog@donga.com
안녕하세요. 한여진 기자입니다. 주식 및 암호화폐 시장, 국내외 주요 기업 이슈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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