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하고 참신한 땡절스

[미묘의 케이팝 내비] 남매 유튜버 땡깡과 진절미의 데뷔곡 ‘하이파이브’

  • 미묘 대중음악평론가

    입력2022-11-03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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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땡절스’가 데뷔곡‘하이파이브’를 발표했다. [땡절스 공식 인스타그램]

    ‘땡절스’가 데뷔곡‘하이파이브’를 발표했다. [땡절스 공식 인스타그램]

    10월 18일 혼성듀오 ‘땡절스(DanJerous)’가 데뷔곡 ‘하이파이브’를 발표했다. 펑크와 디스코가 뒤섞인 버블검 록에 비교적 최신의 케이팝 전형을 맞붙여 시원하게 내달리는 곡이다. 싱커페이션으로 쏘아붙이는 랩 “온몸을 털어 제껴 버려봐”나 후렴으로 돌입하는 “옆사람과!”는 그야말로 상쾌하게 귀에 꽂힌다. 싱그럽게 까불거리는 유쾌한 곡이다.

    땡절스는 남매 유튜버인 ‘땡깡’과 ‘진절미’다. “누워만 있을 거라면 틱톡이라도 해라”는 모친의 일갈에 거실에서 케이팝 댄스 커버 영상을 찍기 시작했다는 땡깡은 특유의 넘치는 끼로 아이돌 팬덤 사이에서 회자됐다. 그의 영상들은 지상파 음악방송 카메라 워킹의 정수를 놀랍도록 빼어나게 담았다는 점에서도 주목받았다. 동생 진절미가 맨손에 휴대전화 한 대를 들고 구현하는 것이었다. 음악방송 ‘뮤직뱅크’를 패러디한 ‘거실뱅크’로 불리며 인기를 끌었다. 급기야 이들의 거실에 정상급 아이돌이 찾아오기 시작했고, 컴백 필수 코스 중 하나라는 조금 과장된 얘기도 나오게 됐다. ‘하이파이브’는 이들의 재치와 케이팝에 대한 애정이 고스란히 담긴 곡이다.

    아쉬운 점도 없지 않다. 이를테면 거세게 몰아치는 인트로 뒤 상쾌한 1절로 넘어가는 연결부는 뭔가 빠진 것처럼 들린다. 케이팝에서는 여러 멤버가 곡을 나눠 부르는 게 일반적이다 보니 여러 명이 나눠 맡은 보컬 프레이즈가 서로 겹치는 대목도 드물지 않다. 이 곡 후렴에서 그런 대목인 “I do it my way”는 땡깡이 앞뒤를 혼자 부르면서 다소 얼버무리듯 처리됐다. 가창력을 떠나 땡깡의 무해한 청년미 묻어나는 음색은 여느 케이팝 보이그룹에 기용돼도 그럴싸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음색과 창법에 따라 분화돼 최적의 자극을 제공하도록 발달한 케이팝 산업 기준에서는, 특히 후렴에 결정적 짜릿함을 제공하기에는 다소 부드러운 편이다. 이를 구석구석에서 진절미의 사랑스러운 뾰족함이 보완하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주된 멜로디를 땡깡이 리드하는 구도에서 분량 차이가 발생하다 보니 이것도 한계가 있다. 이런 점들이 이 곡을 다소 아마추어적으로 들리게 한다.

    곡에 묘미를 주는 ‘아마추어 냄새’

    물론 이런 것들이 단점에 그치지는 않는다. 이 곡이 케이팝적이면서 또한 케이팝을 패러디한 듯한 묘한 인상을 남겨 맥락의 심도를 더하는 비결도 그런 ‘아마추어 냄새’가 나기 때문이다. 곡이 표방하는 막무가내식 정서 역시 완전무결하지 않은 만듦새를 만나 한층 강화된다. 까불거리는 가사는 “커여운”(귀여운), “KYEMSUNG”(감성), “항마력”(낯 뜨거운 것을 견디는 정신력) 등 신조어가 난삽하고 대중없이 삽입돼 있다. 덕분에 2절 랩에 등장하는 “MZ 세대”도 하찮은 인터넷 유행어처럼 느껴지는 것은 또 하나의 외면할 수 없는 미덕이다. 무엇보다 곡은 통념적으로 문제가 있는 자신이라도 긍정한다(“항마력 딸리지만 괜찮지 난”)는 호기로운 낙관을 보인다. 그때 아마추어리즘의 향기는 ‘있는 그대로의 땡절스’로 비치고, 그래서 더 미워할 수 없게 돼버린다.

    ‘하이파이브’는 1990년대 혼성 그룹의 천진한 바이브를 데자뷔한다. 패러디 대상은 돼도 진심으로 되살리기는 좀처럼 어려운 매력이다. 그것이 부담스럽지 않은 이유는 일정 부분 이들이 남매이기 때문이겠다. 물론 민망함과 부족함도 사랑스러운 즐길 거리로 끌어안으면서 자생한 땡절스이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결코 자주 만날 수 없는 신선함이 이 곡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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