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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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오르는 동남아 전기차 시장 한중일 각축전

현대차, 전기차 배터리 핵심 소재 니켈 최대 매장 인도네시아서 아이오닉5 양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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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슬아 기자

    island@donga.com

    입력2022-09-26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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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도네시아 브카시에 위치한 현대자동차 완성차 공장 전경. [사진 제공 · 현대자동차]

    인도네시아 브카시에 위치한 현대자동차 완성차 공장 전경. [사진 제공 · 현대자동차]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현대차) 회장과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2018년부터 올해 7월까지 총 6차례 만남을 가졌다. 가장 최근인 7월 28일 만남 때는 한국을 방문한 위도도 대통령이 국내 주요 기업 총수와 대화 일정을 마친 뒤 정 회장과 별도 면담을 했다. 현대차와 인도네시아 정부의 관계가 이렇게 돈독해진 데는 ‘전기차’가 주요 역할을 했다. 2019년 인도네시아를 신규 완성차 공장 건설지로 낙점한 현대차는 위도도 대통령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공장을 완공했고, 올해부터 현지 최초로 전기차를 양산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태국, 베트남과 함께 동남아시아 전기차 시장의 주축이다. 그런 인도네시아 시장을 현대차가 선점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일본, 중국 등 경쟁국 자동차 기업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두 달 전 도요타 등 일본 완성차 기업은 향후 인도네시아에서 전기차를 생산하기 위한 투자에 수년간 나서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BYD 등 중국 기업은 태국에서 전기차를 생산하겠다는 구상을 밝힌 상태다. 동남아는 니켈 등 핵심 자원이 풍부하고, 구매력 있는 인구가 늘고 있으며, 관련 정책 및 무역 여건이 우호적인 시장이다. 이런 곳에서 승기(勝機)를 잡는다면 향후 세계 전기차 시장을 선도하는 발판이 마련된다는 점에서 한중일 자동차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경쟁에 불을 댕긴 현대차는 최근 인도네시아 전기차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해나가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인도네시아 브카시에 연산 15만~25만 대 규모의 완성차 공장을 짓고 올해 3월부터 이곳에서 ‘아이오닉5’ 등 전기차를 생산 중이다. 1~7월 현지에서 판매된 전기차 576대 중 524대가 현대차 모델로 시장점유율 91%에 달한다(그래프 참조). 여기에 2030년까지 관용차 13만 대(약 4조 원 규모)를 전기차로 교체한다는 인도네시아 정부와 현대차가 관련 계약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나온다.

    동남아 4개국 고소득층·중산층 급증

    현대차는 인도네시아 공장에서 생산한 전기차를 추후 동남아 전역으로 수출하겠다는 구상이다. 인도네시아를 포함한 동남아 국가는 ‘아세안자유무역협정(AFTA)’에 따라 부품 현지화율이 40% 이상일 경우 협정 참가국 간 무관세로 자동차를 수출할 수 있다. 이를 위해 현대차는 최근 LG에너지솔루션과 손잡고 인도네시아 카라왕 산업단지에 전기차 핵심 부품인 배터리셀을 생산하는 합작공장을 세우고 있다.

    이 같은 현대차 행보에 가장 위협을 느끼는 건 일본이다. 그간 동남아 내연자동차 시장은 일본 기업의 텃밭에 가까웠다. 인도네시아 자동차공업협회(GAIKINDO)에 따르면 현재 인도네시아에 등록된 내연자동차 중 일본차 비율은 90% 이상이다. 동남아 국가 전체로 범위를 넓혀도 그 비율이 70%를 넘는다. 하지만 전기차 전환에 뒤처진 일본 기업은 동남아 전기차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후발 주자가 됐다.



    이에 인도네시아 내 자동차 생산량 1, 2위 업체인 일본 도요타와 미쓰비시자동차는 최근 현지 전기차 생산에 힘을 쏟고 있다. 7월 26일 두 기업은 나란히 인도네시아 내 전기차 생산을 위한 투자 계획을 내놓았다. 이날 도요타는 “인도네시아 정부가 전기차 투자에 대한 우리의 진지함을 알아주길 바란다”는 성명과 함께 2027년까지 18억 달러(약 2조50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진행하겠다고 발표했다. 미쓰비시자동차는 2025년까지 6억6800만 달러 (약 9300억 원)를 투입할 예정이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 강자인 중국도 ‘동남아 전기차 대전’에 뛰어들었다. 테슬라를 제치고 전 세계 전기차 판매량 1위 기업으로 발돋움한 중국 BYD는 9월 8일 태국에 신규 완성차 공장을 세우고 2024년부터 연 15만 대 전기차를 생산해 인근 국가에 수출하겠다고 밝혔다. BYD는 자체 배터리 기술을 갖고 있어 가격 경쟁력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기존 태국에 완성차 공장을 보유하고 있던 상하이자동차와 만리장성자동차도 각각 2023년, 2024년부터 현지에서 전기차를 만든다.

    아직 초기 시장에 불과한 동남아 전기차 시장이 각광받는 이유로는 풍부한 자원과 안정적인 공급망이 꼽힌다. 인도네시아에는 전기차 배터리 핵심 소재인 니켈이 세계에서 가장 많이 매장돼 있다. 태국은 전기차 부품 공급망이 2000개 이상이다. 이재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2020년 인도네시아 정부는 니켈 수출을 전면 중단해 글로벌 자동차 기업이 자국에 공장을 지을 유인을 마련했고, 태국은 기존 동남아 자동차 생산량의 절반가량을 소화하는 나라인 만큼 공급망이 탄탄하다”고 설명했다.

    중국 포화, 남미·아프리카 시기상조

    3월 16일 현대자동차 완성차 공장 준공식에 참석한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왼쪽). [사진 제공 · 현대자동차]

    3월 16일 현대자동차 완성차 공장 준공식에 참석한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왼쪽). [사진 제공 · 현대자동차]

    중산층 인구가 큰 폭으로 늘고 있다는 점도 동남아 전기차 시장을 놓칠 수 없는 이유다. 지난해 기준 동남아 국가 전체 인구는 약 6억6700명이다. 지금은 전기차를 구매할 능력이 있는 인구 비율이 비교적 낮지만 인도네시아 등 산업화 의지가 강한 국가를 중심으로 향후 5년간 중산층 인구가 크게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글로벌 컨설팅사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인도네시아, 태국, 베트남, 필리핀 4개국의 고소득층 및 중산층이 2030년 각국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동남아 각국 정부의 적극적인 전기차 보급 정책은 물론, 인근 국가에 관세 없이 전기차를 수출할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전기차 제조업체에 부품 수입 관세와 사치세를 면제해주는 등 혜택을 제공해 2030년까지 자국 내 전기차 비율을 25%로 늘린다는 방침이다. 태국 정부는 ‘동남아의 전기차 중심지로 도약한다’는 슬로건을 내걸고 2030년까지 자국에서 생산되는 차량의 30%를 전기차로 전환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 밖에 전기차의 부품 현지화율 40%를 달성하면 아세안자유무역협정 참가국끼리 무관세 수출이 가능해 동남아 전역으로 시장을 확대해갈 수 있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글로벌 자동차 기업이 동남아 전기차 시장의 성장잠재력에 주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연구위원은 “현재 중국 전기차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이고 남미나 아프리카는 전기차를 판매하기에 시기상조인 측면이 있다”며 “동남아는 전기차를 만들기도 팔기도 좋은 환경이라 한중일을 비롯한 여타 자동차 기업의 격전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동남아 전기차 시장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로 입지를 다져나가겠다는 계획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지금은 인도네시아를 포함해 동남아 전기차 시장 규모가 그리 크지 않다”며 “그럼에도 시장의 미래 가치를 고려해 선제적으로 투자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서 “최근 아이오닉5로 현대차 위상이 높아져 동남아 자동차 시장에서 기업 순위 변동이 나타나기도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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