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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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주도 反中 동맹 균열, 韓 원자력잠수함 확보할 절호의 기회!

호주, 필리핀 ‘친중 정부’ 집권 속 버지니아급 원잠 도입 노려야

  •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

    입력2022-07-30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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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 버지니아급 공격 원자력잠수함. [사진 제공 · 미 해군]

    미국의 버지니아급 공격 원자력잠수함. [사진 제공 · 미 해군]

    ‘쿼드’(Quad: 미국·인도·일본·호주 4개국 안보회의체)와 ‘오커스’(AUKUS: 미국·영국·호주 3개국 안보협의체)는 미국이 중국을 포위, 압박하고자 인도·태평양지역 주요 국가들과 출범한 이른바 ‘반중(反中) 동맹’이다. 각각 정치·경제·군사 분야를 망라하는 포괄적 동맹이다.


    미 본토 위협하는 中 SLBM

    지난해까지만 해도 쿼드, 오커스를 통해 미국이 중국을 제압할 것이라는 전망이 적잖았다. 그러나 올해 들어 미국 중심의 대중(對中) 견제 전선에 이상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호주와 필리핀에서 중국 측에 우호적인 성향의 정권이 들어선 것이 주된 배경이다.

    미국은 핵 비(非)확산 원칙을 스스로 깨고 쿼드, 오커스 회원국 호주에 원자력 추진 잠수함이라는 선물을 제안했다. 양국 정부 간 최신형 공격 원자력잠수함(원잠) 버지니아급을 직접 판매하고 기술이전까지 하는 협상이 상당히 진척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오커스 레짐을 통해 △공격원잠 제공 △차세대 스텔스 폭격기 B-21 판매 △호주군 EA-18G 전자전 공격기에 탑재할 차세대 전자전 재머(Jammer) 공급을 논의할 정도로 호주와 각별한 관계를 유지했다. 미국이 이처럼 파격적 행보를 보인 이유는 호주라는 파트너가 갖는 전략적 가치 때문이다.

    미국의 대중 포위망은 중국의 태평양 진출을 차단하는 것이 궁극적 목표다. 그 명분은 공격적이고 팽창 지향적인 중국으로부터 태평양지역의 질서와 안보를 보호하자는 것이다. 동시에 미국은 중국의 보복 타격(second strike) 능력으로부터 자국 본토를 지키려는 목적도 갖고 있다. 중국의 핵전력은 지상과 공중에서 발사하는 미사일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로 구성돼 있다. 이 가운데 094형 잠수함 6척으로 이뤄진 수중 발사 핵전력이 특히 위력적이다. 상대 국가의 핵공격에도 끝까지 살아남아 강력한 보복 타격을 가하는 중국의 전략적 억지력(Strategic deterrence)의 핵심이다. 094형은 수중배수량 1만1000t급으로 쥐랑(巨浪)-2 SLBM 12발을 탑재할 수 있다. 현재 중국은 쥐랑-2는 물론, 사거리와 위력이 향상된 쥐랑-3 SLBM 24발을 탑재하는 차세대 잠수함 096형을 건조 중이다.

    현재 개발이 거의 완료된 쥐랑-3의 최대사거리는 1만2000㎞로 보하이만에서 미국 동부지역을 공격할 수 있다. 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제원상 핵탄두 1발을 탑재했을 때 최대사거리다. 쥐랑-3가 위력을 발휘하려면 핵탄두 10발을 실어야 한다. 이 경우 사거리는 9000㎞ 이내로 줄어든다. 중국 연안에서 쏘면 미국 서부 해안에 겨우 닿을 정도라는 뜻이다. 중국은 2010년대 이후 유사시 주한·주일미군의 공격에 취약한 랴오닝·산둥 일대 전략원잠 기지를 남중국해 하이난다오 위린으로 옮겼다. 중국이 사실상 자국 내해처럼 여기는 곳이다. 기지를 옮기면서 전략원잠의 생존성은 향상됐지만 한 가지 문제가 생겼다. 유사시 대만과 필리핀 사이 바시해협 일대에 구축된 미국의 대잠 저지선을 뚫지 않으면 미 본토 타격이 어렵게 된 것이다.



    물론 이런 문제는 옛 소련의 델타급, 타이푼급 전략원잠처럼 미사일과 잠수함의 덩치를 키워 일정 부분 해결할 수 있다. 다만 잠수함의 기동성과 정숙성이 크게 약화되기에 근본적 해결책은 아니다. 중국이 최근 몇 년 동안 대만을 당장 침공할 것처럼 으르렁거리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중국이 대만을 점령하면 곧장 태평양으로 나가는 길이 뚫린다. 미국도 이 점을 잘 알기에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때 미국 정부는 대만의 대잠 전력과 잠수함 전력 현대화에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대만의 3000t급 AIP(공기불요추진체계) 잠수함은 2018년 사업 착수 4년 만인 올해 9월 초도함 진수를 눈앞에 두고 있을 만큼 ‘진도’가 빠르다.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일본, 프랑스 등의 방산업체들과 대만을 연결하는 식으로 기술을 제공한 덕분이다.


    호주, 버지니아급 잠수함 10척 도입 좌초되나

    2021년 한국, 미국, 일본, 호주 해군 함정들이 호주 인근 해상에서 연합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 · 미 해군]

    2021년 한국, 미국, 일본, 호주 해군 함정들이 호주 인근 해상에서 연합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 · 미 해군]

    미국은 일본과의 연합 대잠 전력, 동중국해·필리핀해 대잠 초계 강화로도 부족한 ‘헌터킬러(hunter-killer)’ 능력을 호주에 공격원잠을 쥐어주는 방식으로 확보하려 했다. 호주 자유당 정부는 미국 측과 합의해 공격원잠 10척 계획을 수립했다. 미국제 버지니아급 공격원잠 2척을 직도입하고 8척은 기술 도입 형태로 건조하는 것이 뼈대다. 버지니아급에 탑재된 S9G 가압수형 원자로에 들어가는 핵연료는 농축도 90%의 고농축우라늄(HEU)이다. 원자로에서 꺼내면 곧장 핵폭탄 제조에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이다. 버지니아급 잠수함 판매는 핵확산금지조약(NPT)에 저촉될 소지가 있어 미국이 핵 비확산 원칙을 스스로 깨는 셈이다. 그럼에도 미국은 중국 전략원잠의 태평양 진출을 막는 것이 시급했기에 공격원잠 수출이라는 결단을 내렸다. 호주가 버지니아급과 같은 고성능 공격원잠 10척을 보유하고 이 중 3척 정도만 남중국해 초계 작전에 투입되면 미국은 중국 잠수함의 태평양 진출을 거의 완벽히 막을 수 있다.

    하지만 미국의 안보 구상은 5월 호주와 필리핀의 정권교체로 위기에 봉착했다. 5월 21일(현지 시간) 호주 총선에서 노동당이 하원 의석 151석 중 77석을 차지해 자유당을 누르고 집권 여당이 됐다. 호주 노동당은 여러 차례 친중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노동당 소속인 케빈 러드 전 총리, 그에 앞서 총리를 지낸 줄리아 길라드 등이 친중 발언으로 구설에 올랐다. 이들은 중국의 군사적 팽창을 부정적으로 볼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3월엔 노동당 총선 후보로 나선 일부 정치인이 중국 기업가 및 정보요원으로부터 불법 정치 자금을 받은 혐의로 호주안보정보기구(ASIO)와 경찰의 조사를 받는 ‘친중 정치인 스캔들’이 터졌다. 그럼에도 주요 경합 지역에서 몰표를 던진 중국계 이주민들 덕분에 노동당은 정권 탈환에 성공했다. 호주의 중국계 이민자는 120만 명으로 전체 인구 2500만 명에서 무시할 수 없는 비율을 차지한다. 현지 언론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번 총선에서 중국계 호주인의 75%가 노동당 후보를 지지했다고 한다.

    노동당 집권으로 호주의 대외 정책이 친중 노선으로 기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권 2인자라고 할 수 있는 리처드 말스 부총리 겸 국방장관은 취임 후 미국이 아닌 중국 국방부장을 먼저 만나 양국 관계 개선 방안을 논의했다. 말스 부총리가 중국 측과 접촉한 직후부터 오커스 레짐의 핵심인 공격원잠 도입 사업이 연기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이전 호주 자유당 정부의 공격원잠 도입 스케줄은 2030년 이전까지 2척을 작전 배치하고, 8척을 기술 도입 생산하는 것이었다. 새로 집권한 노동당 정부는 기존 잠수함 획득 계획을 전면 수정하고 나섰다. 연안 방어 정도만 가능한 재래식 모델을 ‘과도기 잠수함’으로 건조하고 2040년 이후에나 공격원잠을 도입하겠다고 선언했다. 미국으로부터의 원잠 직도입을 백지화한 것이다. 호주의 군함 건조 능력은 크게 떨어진다. 강성노조가 조선업계를 장악해 다른 선진국과 비교하면 군함 건조에 2~3배 기간과 비용이 소요되는 실정이다. 이런 사정을 고려하면 2040년대에 공격원잠을 100% 호주 국내에서 건조하겠다는 선언은 사실상 2050년대 이후 원잠을 도입하겠다는 뜻이나 다름없다.

    中 지원 속 귀환한 필리핀 마르코스 일가

    중국이 남중국해 스프래틀리군도(중국명 난사군도)에 조성한 인공섬 내 군사시설. [뉴시스]

    중국이 남중국해 스프래틀리군도(중국명 난사군도)에 조성한 인공섬 내 군사시설. [뉴시스]

    필리핀에서도 문제가 터졌다. 새로 취임한 봉봉 마르코스 대통령은 독재자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아들이다. 국가 고위직을 독식해 엄청난 부정·부패를 일삼던 마르코스 일가는 1980년대 민주화 혁명으로 쫓겨났다. 봉봉 마르코스 대통령은 1991년 귀국해 고향이자 정치적 기반인 북일로코스주에서 하원의원, 주지사 등을 지내며 유력 정치인이 됐다. 그가 대권을 거머쥐기까지 중국의 지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북일로코스주에 영사관을 설치해 이를 거점으로 필리핀에 상당한 자금과 식량, 물자를 풀어 마르코스 일가의 정치적 재기를 도왔다. 그 때문일까. 마르코스 대통령은 상원의원 시절인 2016년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가 남중국해 ‘남해구단선(南海九段線)’ 분쟁에서 중국에 패소 판결을 내리자 “해당 판결은 효력이 없다”며 중국 편을 들었을 정도로 친중 성향을 보이고 있다.

    ‘게임 체인저’ 고성능 공격원잠 도입해야

    지난해 4월 필리핀해에서 미 해군 이지스 구축함 ‘머스틴’의 함장(왼쪽)이 함교 난간에 다리를 올린 채 중국 해군 항공모함 랴오닝함을 바라보고 있다. 남중국해에서 양국 해군이 벌이는 신경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사진 제공 · 미 해군]

    지난해 4월 필리핀해에서 미 해군 이지스 구축함 ‘머스틴’의 함장(왼쪽)이 함교 난간에 다리를 올린 채 중국 해군 항공모함 랴오닝함을 바라보고 있다. 남중국해에서 양국 해군이 벌이는 신경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사진 제공 · 미 해군]

    마르코스 일가는 미국 망명 시절 인권 탄압과 부정축재 혐의로 미국 법원에 기소돼 20억 달러(약 2조6100억 원) 배상 판결을 받았다. 판결 직후 필리핀으로 도주했지만 미처 정리하지 못한 미국 내 자산 3700만 달러(약 486억 원)를 압수당해 미국에 악감정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이런 배경 때문에 마르코스 대통령은 집권 직후 중국과 군사 협력을 강화한다고 발표했다. 필리핀이 바시해협이나 술루해(Sulu Sea), 술라웨시해(Celebes Sea) 등 남중국해에서 태평양으로 가는 길을 중국에 열어줄 가능성도 높다. 미국에겐 군사적 재앙에 가까운 시나리오다.

    중국이 미국과 대등한 수준의 보복 타격 능력을 갖게 된다는 것은 미국 주도의 세계 질서가 무너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특히 중국은 최근 러시아의 ‘포세이돈’ 핵추진 수중 드론을 모방한 무기체계 개발에도 나섰다. 호주와 필리핀 악재를 수습하고 망가진 대중 포위망을 보강하는 것이 미국에 더 긴요한 문제가 됐다. 공격원잠 획득을 꾸준히 추진해온 한국엔 그야말로 천재일우(千載一遇)의 기회다.

    한국은 중국과 지리적으로 가까워 대잠(對潛) 전진기지로서 입지가 탁월하다. 원자력발전과 조선산업 분야에서 세계 최정상급 기술력을 가진 것도 강점이다. 한국형 원잠의 등장을 가로막던 정치적 걸림돌이 미국의 필요에 의해 사실상 사라졌다. 따라서 한국이 국제정치판 자체를 뒤흔들 ‘게임 체인저’가 될 교두보인 원잠 확보를 망설일 이유가 없다. 미국이 호주에 팔려던 고성능 공격원잠을 한국이 들여와야 한다. 또한 이를 바탕으로 한국형 공격원잠을 다수 건조해 배치할 필요가 있다. 그럴 경우 북한에 대한 강력한 억지력은 물론, 중국에 할 말은 하는 전략적 위상도 갖추게 된다. 대한민국의 원잠 확보, 바로 지금이 적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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