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왼쪽){동아DB]. 현대차그룹 전기차 아이오닉5(위)와 EV6[사진 제공 · 현대차그룹].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6월 18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경쟁사인 현대자동차그룹을 칭찬했다.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1위를 수성 중인 테슬라를 현대차그룹이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다. 올해 5월까지 현대차그룹이 선보인 전기차 아이오닉5와 EV6가 미국 시장에서 2만1567대 팔리면서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를 제외한 모든 자동차 기업을 앞질렀다. 리서치 전문기관 에드먼즈의 조지프 윤 부사장은 “현대기아차가 미국 전기차 시장을 싹쓸이하고 있다”며 “딜러들이 재고를 구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일론 머스크 미안”
머스크의 평가대로 전기차 시장에서 현대차그룹의 약진이 심상치 않다. 블룸버그통신은 6월 25일(현지 시간) “Sorry Elon Musk. Hyundai Is Quietly Dominating the EV Race(일론 머스크 미안. 조용히 전기차 시장을 지배 중인 현대차)”라는 기사를 냈다.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가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현대기아차가 무서운 성장세를 보이며 바짝 추격하고 있다는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은 “테슬라가 여전히 훨씬 많은 차량을 판매 중이지만 테슬라가 현대차 및 기아의 판매 실적에 도달하기까지 10년이 걸렸다”고 설명했다.실제로 현대차그룹은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독보적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기후 문제와 휘발유 가격 급등 등으로 전기차 수요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현대차그룹이 시장을 성공적으로 선점한 것이다. 현대차는 올해 1분기 미국에서 전기차 소매 판매량을 기준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241% 증가했고, 당기순이익도 14억2000만 달러(약 1조8400억 원)로 17% 늘었다. 테슬라(75.8%)에 이어 점유율 9%로 2위를 차지했다. 폭스바겐(4.6%)과 포드(4.5%)가 뒤를 이었다. 현대차의 상승세는 주요 경쟁업체의 판매 대수가 정체된 것과 대비를 이룬다. 제너럴모터스(GM)는 볼트 전기차 리콜 문제에 직면하며 구매 심리가 꺾였다.
미·중·독 3강 체제 깨질까
올해 현대차그룹의 선전이 기대되면서 미·중·독 3강 체제로 흘러가던 전기차 시장이 재편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지난해까지 전기차 시장은 미국 테슬라, 독일 폭스바겐그룹, 중국 전기차 브랜드 상하이자동차를 중심으로 흘러갔다(표 참조). 테슬라는 ‘볼륨 모델’ 증산에 성공하면서 1위로 치고나갔고, 상하이자동차는 초소형 자동차로 인기를 끌었다. 특히 중국은 국가 주도로 전기차 육성책을 펴고 있어 성장세가 가파르다. 폭스바겐그룹 역시 전기차 전용 모델 판매에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앞선 두 기업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전기차 25만2719대를 판매해 톱 5 진입에 성공한 만큼 ‘4강 체제’에 안착할 수 있을지가 최대 관심사다. 현 시점 전망은 밝다. 1분기 전기차 판매 대수가 7만6801대로 지난해 동기 대비 73% 증가하면서 순항 중이다. 한국 시장에서 2만2768대가 판매돼 155% 성장했고, 해외 시장에서 5만4033대가 팔려 52% 증가했다. 전기차 판매 최전선인 유럽 14개국에서는 폭스바겐그룹(23.8%), 스텔란티스(19.0%)의 뒤를 이어 올해 1분기 판매 순위 3위(점유율 9.8%)를 차지했다.
내연기관 자동차 시장의 강자였던 일본이 순수 전기차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는 터라 현대차그룹의 부상은 더욱 돋보인다. 일본은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외면받고 있다. 일본 내 충전 인프라에 맞춰 전기차를 생산하고 있는데, 총전소 출력이 낮아 전기차 출력 또한 낮아지는 문제점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도요타 등 일본 완성차 기업들이 순수 전기차 대신 하이브리드 전기차에 집중하면서 기술 격차도 커지고 있다. 자동차업계에서는 일본 기업들이 전기차 시장의 국제표준에서 엇나가는 이 같은 상황을 두고 ‘잘라파고스’(Jalapagos: 일본과 갈라파고스의 합성어)에 처했다고 말한다.
한국전기자동차협회 회장인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도요타는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다 보니 순수 전기차 개발에 뒤처지고 있다”며 “현대차에 비해 두 단계 정도 뒤처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다만 “일본 자동차 기업은 저력이 있어 간극이 빠르게 좁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아이오닉6 바통 이어받아
현대차그룹의 차기 전기차 모델 아이오닉6가 하반기에 출시된다.[사진 제공 · 현대차그룹]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라인업을 이어가면서 2030년 글로벌 전기차 시장점유율 12%를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전기차 개발 및 생산에 21조 원을 투자해 연간 생산 대수도 323만 대로 늘리는 것이 목표다. 이 중 144만 대가 한국에서 생산된다. 올해 현대차그룹이 전망하는 한국 전기차 생산 대수는 35만 대다.
현대차그룹은 5월 21일 늘어나는 수요에 대응하고자 전기차 전용 공장 건설 등을 포함한 미국 내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미국 정부의 고강도 ‘바이 아메리칸’ 정책에 대응하는 한편, 전기차 주요 시장인 미국에서 핵심 브랜드로 자리 잡겠다는 구상이다. 현대차그룹은 과거에도 미국 앨라배마 공장과 조지아 공장을 건설하며 글로벌 브랜드로 도약한 바 있다.
김필수 교수는 “3년 사이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현대차 위상이 바뀌었다”며 “미국 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고 평가받는 자율주행 기술을 얼마나 끌어올리느냐가 향후 비즈니스 모델을 활성화하는 데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진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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