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훈 카카오 대표가 6월 7일 온라인 기자 간담회에서 ‘카카오 유니버스’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 제공 · 카카오]
일일이 클릭, 익숙해진 불편함
SK텔레콤이 출시한 성장형 인공지능(AI) 서비스 ‘에이닷’. [사진 제공 · SK텔레콤]
앞으로 20년은 새로운 인터넷 사용 방식, 즉 더 나은 사용자 인터페이스가 필요하다. 현 단계에서 인터넷 기술을 사용하는 기본 틀이자 불편함을 야기하는 요소를 탈피해야 하는 것이다. 화면을 보고 마우스나 손가락 터치로 일일이 정보를 확인해가며 사용하는 방식 말이다. 그런 점에서 새로운 인터넷 환경의 해답은 인공지능(AI)과 메타버스에서 찾을 수 있다. 이제 보편적 기술로 자리 잡은 AI와 미래 기술로 주목받는 메타버스가 새로운 컴퓨터·인터넷 사용 인터페이스의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차세대 인터넷 환경의 단초는 ‘인공지능 비서(AI assistant)’에서 찾을 수 있다. 아마존은 ‘알렉사’, 구글은 ‘구글 어시스턴트’라는 이름으로 스마트 스피커 기반의 AI를 출시했다. 국내 기업들로 눈을 돌리면 SK텔레콤 ‘누구’, 네이버 ‘클로버’, 카카오 ‘미니’, 삼성전자 ‘빅스비’ 같은 AI 비서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 음성으로 명령하면 AI가 사용자 요구를 이해해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1세대 AI 비서는 정보기술(IT)의 주류로 자리 잡지 못하고 일종의 니치 마켓(niche market)을 형성하는 데 그쳤다. 화면 없이 음성만으로 인터넷 서비스를 사용하면 제한된 정보를 제공할 수밖에 없다. 사용자는 AI 비서에 음악을 들려달라거나 알람 설정, 날씨나 간단한 뉴스 정보, 캘린더 확인 정도만 요구하기 마련이다.
AI의 발전은 이런 기술적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다. 2세대 AI 에이전트(agent) 기술이 그 주인공이다. 해외에선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 ‘리플리카’, 국내에선 ‘헬로봇’이나 SK텔레콤이 출시한 ‘에이닷’이 AI 에이전트로서 새로운 인터넷 인터페이스 구축에 나서고 있다. 2세대 AI 에이전트 서비스의 특징은 현실적이고 감성적인 대화로, 문답식으로 기계에 명령을 내리던 1세대 AI 비서와는 차별화된다. 2세대 AI 에이전트는 스마트폰 앱을 통해 디스플레이 화면에 정보를 나타낸다. 사용자에게 친숙함을 주는 캐릭터를 등장시켜 다양한 제스처와 함께 멀티 모달(multi modal) 인터페이스 서비스도 제공할 수 있는 것이다.
아바타 졸졸 따라다닐 AI 에이전트
물론 2세대 AI 에이전트를 통해 제공되는 서비스는 아직 제한적이다. 다만 글로벌 시장을 주름잡는 빅테크 기업이 e메일이나 검색 포털 등 제한적 서비스를 기반으로 성장했다는 점을 상기해보자. 2세대 AI 에이전트도 새로운 기술 플랫폼으로서 다양한 서비스와 연계될 가능성이 크다. AI 에이전트에 필요한 서비스를 요청하면 그간 대화로 수집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개인화된 추천을 제공해줄 것이다. 굳이 여러 앱을 넘나들며 기능을 실행하지 않아도 필요한 서비스를 즉시 사용할 수 있다. 2세대 AI 에이전트가 메타버스에서 구동되면 시너지 효과는 더 커질 전망이다. 내 아바타를 졸졸 따라다니며 메타버스라는 공간에서 길을 잃지 않고 필요로 하는 정보와 가이드를 제공받을 수 있을 것이다.빅테크 기업의 2세대 AI 에이전트 개발 및 상용화를 위한 행보도 빨라지고 있다. 네이버는 ‘아루’라는 서비스명으로 관련 기술을 사내 테스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는 ‘유니버스’라는 새로운 서비스 전략을 발표했는데, 이 또한 2세대 AI 에이전트 기술과 맞닿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구글과 메타(옛 페이스북)도 각각 ‘GTP-3’ 엔진 기반의 자유 대화형 AI 에이전트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새로운 인터넷 환경을 제공할 똑똑한 인터페이스의 등장이 가까워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