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대 Synchronicity? 이게 뭐예요?
현모 타로인데, 카드 이름이 ‘Synchronicity’여서 사진 찍어 보냈어요.
영대 신년이라고 타로점 보셨어요?
현모 아뇨. ㅋㅋㅋ 친한 친구가 갑자기 타로에 꽂혀서 타로 카드를 종류별로 왕창 샀더라고요.
영대 타로 카드도 종류가 여러 가지예요?
현모 네, 거의 무한대로 있다고 보면 돼요. 애초에 웨이트니, 오라클이니 계열도 나뉘고요, 명상용, 세러피용 등 용도별로도 다양해요. 결정적으로 디자인이 무궁무진해요. 타로 카드마다 그것을 그린 작가가 존재해서 일러스트레이터가 그린 것도 있고, 디즈니 에디션도 있고, 뭐 맘만 먹으면 BTS(방탄소년단) 에디션도 만들 수 있는 거죠.
영대 아, 그렇구나. 저는 타로도 트럼프처럼 다 똑같은 줄 알았어요.
현모 이 세계가 또 어마어마해요. 친구도 여러 개 사느라 몇십만 원을 썼더라고요.
영대 와. 저는 아직까지 한 번도 직접 본 적이 없는데, 궁금해지네요.
현모 사실 저는 점이나 사주 같은 걸 좀 안 믿는 편인데, 타로는 신기하긴 해요. 딱 내 현재 상황에 맞는 카드를 뒤집게 되거든요. 그걸 어떻게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죠.
영대 그래요? 저도 보고 싶어요!!
현모 제가 아는 한 유명한 과학자분도 가방에서 타로 카드를 꺼내시더라니까요. ㅎㅎㅎ 친구 집에 한 번 보러 오세요. 용하답니다. ㅋㅋㅋㅋ
영대 그게 막 사주팔자나 명리학처럼 공부를 많이 해야 볼 수 있는 건 아닌가 봐요?
현모 그러니까요. 저희도 처음엔 뭐 제대로 배운 적이 없으니까 ‘장난으로 놀아야지’ 한 건데, 오히려 낯선 전문가가 돈 받고 봐주는 거보다 훨씬 결과가 분명하게 나오더라고요. 아무래도 친한 사이다 보니까 더 자세하게 해설해줄 수 있는 부분도 있고요. 카드에 워낙 그림이랑 설명이 알기 쉽게 쓰여 있어 어렵지 않았어요.
타로는 개인의 생각이나 감정을 카드를 통해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GETTYIMAGES]
현모 아, 타로는 뭔가 기가 막히게 미래를 예언한다거나 정해져 있는 운명을 알려준다기보다, 그 순간 마음속에 있는 생각이나 감정을 그대로 시각적으로 반영해서 펼쳐 보여주는 거예요. 그러니까 한마디로 나도 모르는 무의식 속 나 자신과 대화하는 거라고 보면 되죠.
영대 아…, 뭔가 자기도 자기 생각을 명확히 모를 때 그걸 정리해주는 역할인 거네요. 마치 본인이 앉아서 쭉 얘기하다 보면 스스로 답을 찾게 되는 심리상담처럼요.
현모 그런 셈이죠. 솔직히 그래서 저는 타로에 물어보기보다 스스로한테 묻는 편이에요. 워낙 나 자신을 자주 관찰하고 들여다보는 습관이 있기도 하고, 결국 모든 해답은 내 안에 있다고 믿거든요.
영대 오! 저도 그래요. 우리 집도 역술 쪽이랑은 거리가 먼데, 아무래도 종교가 있어서 살짝 거부감이 들었던 거 같기도 하고요. 저는 특히 뭐든지 “내가 하기에 달렸다”고 믿는 편이에요.
현모 ㅋㅋㅋ 그럼요. 사실 저는 이런 역술에 대해 저 나름의 철학(?)이랄까, 주관이 형성된 이유가 있어요. 저희 어머니도 아버지가 사업을 하셨다 보니 중요한 결정을 할 때면 오래된 주치의 선생님(?) 같은 분에게 곧잘 다녀오셨어요. 그래서인지 사람들이 왜 점 같은 걸 보러 가는지 이해가 됐죠. 일종의 상담 치유더라고요. 하지만 점점 세월이 흐르고 데이터가 쌓일수록 영 틀린 것들이 생겨나니까. ㅋㅋ 시간이 갈수록 절대적으로 믿지는 말아야지 싶더라고요.
영대 사실 내 미래에 대해 점쟁이가 뭐라고 얘기하는지는 내담자로서도 정작 중요하지 않은 거 같아요. 나중에 그 얘기가 보란 듯이 빗나가도 다시 찾아가 따지면서 환불할 것도 아니고. 이미 벌어지고 지나간 걸 어쩌겠어요. 오히려 사람들이 원하는 건 어쩌면 과거에 대한 공감, 현재에 대한 위로, 미래에 대한 안심 같은 거겠죠.
현모 맞아요. 바로 그 효과가 커요. 오죽하면 점술가를 가리켜 한국의 카운슬러라고도 하잖아요. 일시적으로나마 위안을 주니까. 요즘처럼 전문 상담치료가 흔치 않았을 시절엔 더더욱 유효했죠.
영대 어떤 문제에 대해 근본적이고 현실적인 해결책을 주진 못하지만, 1시간가량 내 얘기를 들려주고, 내가 살아온 길이나 행동에 대해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설명해주고, 남들과는 다른 나만의 특성과 개별성을 조명해주니까 그 자체에 기꺼이 비용을 지급하는 거 같아요.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역술에 의지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GETTYIMAGES]
영대 지푸라기라도 붙잡고 싶은 거겠죠. 어떤 사람은 자기가 듣고 싶은 말이 안 나오면 나올 때까지 계속 보러 다니잖아요. ㅋㅋ 그러니 장사가 잘될 수밖에요.
현모 ㅜㅜ 점쟁이가 하는 말은 어디까지나 상대적으로 들어야 해요. 재운이 없다는 말은 길바닥에서 굶주릴 거라는 뜻이 아니라, 남들보다 노력 대비 가성비가 낮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야 하죠. 반면 재물운을 타고났다고 해서 반드시 로또에 당첨될 거라는 뜻은 아니고요. 그 재물운을 살리려면 본인이 궁리하고 땀도 흘려야죠. 점쟁이 말을 가끔 편한 대로 해석하거나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경우도 있는 거 같아요.
영대 저는 예전에 친동생이 어디서 갑자기 내 점까지 보고 왔다면서, 저한테 20대에 일찍 빛을 봤다 30대에 엄청 고생하고 40대에 안정된다는 거예요. 당시 제가 20대일 때라 그 말이 썩 좋게 들릴 리 없었죠. 그런데 진짜로 30대에 미국에서 유학하면서 공부가 힘들 때마다 그 얘기가 자꾸 떠오르는 거예요. 생각해보면 박사 과정은 누구에게나 어려울 수밖에 없고, 무언가 결실을 만들어내는 시기에는 그만큼 노력을 들일 수밖에 없는 게 당연한데도 말이죠.
현모 ㅎㅎㅎ 한마디로 모든 면은 이면이 존재해 양면적인 거니까요. 종합해보면 저는 무조건 좋은 운세도, 무조건 나쁜 운세도 없는 거 같아요. 당연히 좋은 거엔 대가가 따르고, 나쁜 것도 언젠가 회복되니까요. 삶이 늘 시계추처럼 움직인다는 사실만 잊지 않고 지낸다면 복비는 아낄 수 있을 거 같아요. ㅎㅎ
영대 어차피 삶에 공짜는 없고, 인생은 새옹지마 아니겠어요. 게다가 실제로 벌어질지, 안 벌어질지 확실치 않은 나쁜 일은 미리 알아봤자 찝찝하기만 하고요.
현모 우리 둘 다 복비 굳었으니, 그 돈으로 막국수나 사 먹을까요.
(계속)
안현모는…방송인이자 동시통역사. 서울대,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 졸업. SBS 기자와 앵커로 활약하며 취재 및 보도 역량을 쌓았다. 뉴스, 예능을 넘나들며 대중과 소통하고 있다. 우주 만물에 대한 관심과 애정으로 본 연재를 시작했다.
김영대는…음악평론가. 연세대 졸업 후 미국 워싱턴대에서 음악학으로 박사학위 취득.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집필 및 강연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 ‘BTS: THE REVIEW’ 등이 있으며 유튜브 ‘김영대 LIVE’를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