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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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이제 골목 말고 큰길로 좀 가라

시총 100조 원, 계열사만 120여 개… ‘라이언’이 먹으면 비싸진다고?!

  • 구희언 기자 hawkeye@donga.com

    입력2021-08-15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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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가총액 100조 원을 넘긴 카카오. 계열사는 120여 개에 달한다.

    시가총액 100조 원을 넘긴 카카오. 계열사는 120여 개에 달한다.

    ‘카카오의 전략. 처음 1~2년간은 무료 또는 아주 싸게 서비스를 제공한다. 고객이 여기에 길들면 슬슬 유료화하거나 값을 올린다. 고객은 거래하고 싶지 않으나 이미 늦었다. 편리성에 길들고 맞춰졌기 때문이다.’

    요즘 카카오 관련 기사에 빠지지 않고 달리는 댓글 내용이다. 카카오 관련 기사가 나올 때마다 비슷한 내용의 댓글이 올라오는데 추천 수도 많다. 경쟁사의 ‘댓글 공작’이나 ‘좌표 찍기’ 일환일까. 카카오와 공생해야 하는 자영업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아 보인다.

    거대 기업 된 카카오, 문어발식 사업 확장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의장. [동아DB]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의장. [동아DB]

    2021년 현재 대한민국 공식 ‘1등’ 부자는 누구일까.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의장이다. 적어도 미국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말이다. 블룸버그 억만장자지수에 따르면 김 의장은 134억 달러(약 15조5000억 원) 순자산으로 121억 달러(약 14조 원)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제치고 국내 부자 1위에 올랐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2등이다.

    김 의장은 카카오 주가가 고공행진한 덕에 올해만 재산을 60억 달러(약 6조9000억 원) 넘게 불린 것으로 집계됐다. 수십 년간 한국 경제를 쥐락펴락하던 재벌 총수를 ‘열 살’짜리 기업 의장이 제친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재벌 순위(자산 기준)에서 카카오는 지난해 23위에서 올해 18위로 5계단 올랐다. 계열사 수는 97개에서 118개로 늘었다. SK그룹 계열사 수 148개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계열사 수가 가장 많이 늘어난 기업으로 봐도 SK그룹(23개 증가)에 이어 역시 두 번째(21개 증가)다.



    시가총액도 100조 원을 넘겼다(자회사 카카오뱅크의 상장일이자 모회사 카카오의 실적 발표날이던 8월 6일 기준). 같은 날 기준으로 국내 기업 가운데 시총 100조 원 이상인 곳은 삼성그룹(772조3383억 원), SK그룹(210조9393억 원), LG그룹(153조3443억 원), 현대자동차그룹(146조2992억 원) 정도다. 일부에서 카카오의 시장 진입을 ‘재벌’의 골목상권 침해라며 강하게 반발하는 이유다.

    확실히 10년 전 카카오와 현 카카오는 체급이 다르다. 미용실 예약부터 영어교육, 방문 수리, 퀵 서비스, 스크린골프 등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다양한 생활 밀착형 업종에는 카카오가 빠짐없이 진출한 상태다. 그렇다면 카카오가 진입한 시장 분위기는 어떨까. 카카오 일가 중 ‘교통’사업을 도맡아 하는 카카오모빌리티 사례를 보자.

    카카오모빌리티는 최근 택시 스마트 호출 서비스 요금과 바이크 추가 요금 등을 인상하기로 했다. [뉴시스]

    카카오모빌리티는 최근 택시 스마트 호출 서비스 요금과 바이크 추가 요금 등을 인상하기로 했다. [뉴시스]

    카카오모빌리티는 9월 6일부터 카카오T 바이크 요금제에서 15분 기본요금을 없애고, 분당 추가 요금을 현행 100원에서 140~150원으로 올리기로 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2019년 3월 카카오T 바이크 서비스를 시작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최근 택시 스마트 호출 서비스 요금도 기존 1000원에서 최대 5000원으로 올렸다.

    이달 초에는 자회사 CMNP를 통해 한국 1위 대리운전업체 코리아드라이브(1577대리운전)와 합작 신규 법인 케이드라이브를 설립하며 전화 호출 시장에 진입했다. 업계는 즉각 반발했다. 대리운전 중소기업단체 한국대리운전총연합회는 8월 5일 기자회견을 열고 “카카오는 막강한 자본력을 앞세운 골목시장 침탈 행위를 멈추라”고 촉구했다.

    공유 킥보드 서비스도 선보인다. 카카오모빌리티는 국내 1, 2위 공유 킥보드업체 피유엠피 ‘씽씽’과 지바이크 ‘지쿠터’를 이용자 2500만 명을 보유한 카카오T 애플리케이션(앱) 내 ‘카카오T 바이크’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연동할 계획이다. 렌터카 중개사업도 9월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카카오모빌리티는 7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렌터카 중개업체 딜카 인수합병(M&A)을 승인받았다.

    카카오 계열사 카카오모빌리티가 운영하는 카카오T. [동아DB]

    카카오 계열사 카카오모빌리티가 운영하는 카카오T. [동아DB]

    “독식 쉬운 골목상권에서…”

    그렇다면 카카오가 진입한 분야에서는 서민층의 ‘곡소리’만 날까. 골목 대신 대로로 가면 상황은 달라진다.

    2017년 카카오뱅크가 출범한 때를 살펴보자. 당시 카카오뱅크는 금융권의 ‘메기’로 불렸다. 카카오뱅크 출범을 계기로 복잡하고 불편하던 기존 은행권 서비스의 디지털화가 가속화됐다. 사용자 편의가 떨어지던 금융권 앱도 개선됐다. 많은 이가 “카카오뱅크가 아니었으면 불편한 은행 앱을 지금도 썼을 것”이라고 말하는 이유다. 이런 카카오뱅크는 8월 6일 상장 첫날 시총 33조1620억 원을 기록하며 1등 금융사이던 KB금융(21조7052억 원)을 단숨에 넘어섰다. 하반기에는 카카오페이 상장도 예정돼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카카오나 네이버 같은 플랫폼 대기업의 사업 다각화 자체를 무작정 문제 삼기는 어렵다”고 말한다. 위험 분산과 수익성 개선 측면에서 사업을 확장하는 건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같은 글로벌 거대 기업도 비슷하다는 것. 업계 한 관계자는 “이들 기업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자본과 기반이 충분함에도 소위 독식하기 쉬운 골목상권에 들어와 기존 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린다는 점에서는 일정 부분 규제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장성민 전 의원은 최근 카카오모빌리티의 대리운전 전화 호출 사업 진출을 두고 “독과점 기업이 출현하면 공정경쟁을 저해하고 가격을 통제하지 못해 극심한 인플레이션이 유발될 수 있다”며 “국내시장 독점은 막고 글로벌시장에서 경쟁은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시장보호정책과 기업보호정책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8월 6일 코스피에 상장한 카카오뱅크. [사진 제공 · 카카오뱅크]

    8월 6일 코스피에 상장한 카카오뱅크. [사진 제공 · 카카오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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