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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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형 스마트폰, 돌돌 말았다 펼치며 화면 크기도 맘대로

  • 이종림 과학전문기자

    입력2020-12-26 08: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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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면을 반으로 접는 폴더블폰이 등장하면서 기존 바(막대기)형 스마트폰에 대한 고정관념도 흔들리고 있다. 폴더블폰에 이어 내년에는 화면을 돌돌 말았다 펼치는 롤러블폰이 대세로 떠오를 전망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를 비롯해 중국 제조업체들까지 롤러블폰 경쟁에 뛰어들어 내년 봄 출시를 예고하고 있다. 스마트폰의 새로운 폼팩터(제품 외형) 경쟁에 녹아 있는 최신 기술을 미리 알아본다.

    화면 크기 자유자재로 조절하는 LG전자 롤러블폰

    롤러블 디스플레이는 화면을 두루마리처럼 둘둘 말았다 펴는 기술이다. 신문, 종이처럼 얇고 유연해 휴대성이나 공간 활용성 면에서 매우 유리하다. LG전자는 롤러블TV 출시를 계기로 최근 ‘롤러블(Rollable)’이라는 명칭의 상표 등록을 마쳐 롤러블폰 출시를 가시화했다. 또한 구글 안드로이드 개발자 사이트에 롤러블폰 이용을 위한 프로그램을 공개했다. 이르면 내년 초 CES(국제전자제품박람회) 2021에서 일부 모델을 선보일 가능성이 있으며, 내년 3월 무렵에는 제품 출시가 예상된다.

    네덜란드 IT 매거진 ‘렛츠고디지털(Letsgodigital)’이 미리 구현해본 LG전자 롤러블폰 이미지. [출처·렛츠고디지털]

    네덜란드 IT 매거진 ‘렛츠고디지털(Letsgodigital)’이 미리 구현해본 LG전자 롤러블폰 이미지. [출처·렛츠고디지털]

    화면 크기가 늘어나는 LG전자 롤러블폰. [출처·LG전자 특허 자료]

    화면 크기가 늘어나는 LG전자 롤러블폰. [출처·LG전자 특허 자료]

    LG전자 롤러블폰은 화면을 6.8인치에서 7.4인치까지 확대할 수 있다. 이에 따라 1080×2428에서부터 1600×2428까지 화면 비율이 달라진다. 디스플레이를 최대로 꺼내면 이북(e-book)이나 동영상을 보는 용도로 큰 화면을 활용할 수 있다. 여기에는 마치 서랍처럼 휴대전화 양쪽 프레임 속으로 화면이 말려들어갔다 빠져나오는 롤-슬라이드 메커니즘이 구현됐다. 측면의 얇은 프레임은 종이처럼 내부로 돌돌 말려들어간 디스플레이를 보호하는 것은 물론, 사용자가 화면을 축소하거나 확대할 때 손에 쥐는 그립으로도 활용된다.

    화면에 주름 없고 휴대성 뛰어나

    롤러블폰의 장점은 한쪽 또는 양쪽으로 화면을 원하는 크기만큼 자유자재로 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폴더블폰과 마찬가지로 평소 작은 크기로 휴대하다가 필요할 때 큰 화면으로 펼칠 수 있다. 또한 휴대전화 프레임 속으로 말아 넣는 초박형 디스플레이는 다른 스마트폰에 비해 가벼운 무게와 얇은 두께로 휴대성 및 편의성을 높여줄 것으로 보인다. 롤러블폰의 디스플레이는 얇고 유연하기 때문에 폴더블폰에 비해 휴대전화의 전체 두께가 줄어들 수 있다. 

    롤러블폰에 장착된 구부릴 수 있는 유연한 디스플레이(플렉시블 디스플레이)는 구부러지는 과정에서 외부 표면에서 장력을 받고 내부에서 압축된다. 이때 디스플레이를 구성하는 전자부품은 이러한 응력과 그것에 따른 변형을 견뎌내야 한다. 이 때문에 롤러블폰은 디스플레이를 최대한 얇게 만드는 데 첨단 재료와 기술력이 동원되며, 그 결과 작고 가벼워지는 것이다. 



    무엇보다 롤러블폰은 화면이 완전히 접히는 폴더블폰과 달리 화면에 주름이 잡히지 않는다. 폴더블폰이 비싼 가격에 비해 디스플레이가 약해 쉽게 손상되거나 파손되는 점은 소비자들 사이에서 불만으로 손꼽힌다. 이에 비해 화면이 둥글게 말리는 롤러블폰은 내구성을 보완하는 것이 관건이다.

    스크롤러블 되는 삼성전자 ‘갤럭시 롤’

    삼성전자 또한 폴더블폰의 차기 모델과 함께 롤러블폰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최근 삼성디스플레이 뉴스룸 사이트에서 볼펜보다 두꺼운 원통형 기기에 화면이 말려들어간 롤러블 디스플레이 일러스트를 소개했다. 이러한 디스플레이는 휴대성을 극대화해 스마트폰과 태블릿PC, 게임기, 노트북컴퓨터 등을 아우르는 장치로 활용될 수 있다.

    작은 원통형 기기에 말려들어가는 구조인 삼성전자 롤러블 디스플레이. [출처·삼성전자 디스플레이 뉴스룸]

    작은 원통형 기기에 말려들어가는 구조인 삼성전자 롤러블 디스플레이. [출처·삼성전자 디스플레이 뉴스룸]

    삼성전자의 특허 자료 속에 제시된 롤러블폰을 살펴보면 화면을 양쪽으로 최대 3배까지 늘리는 형태다. 디스플레이를 말아 넣고 펼칠 수 있는 롤링 메커니즘은 마치 갈빗대가 양쪽에서 교차되듯이 설계돼 있다. 이 장치는 움직이는 레일로 유연한 디스플레이를 밀어 넣었다 빼내는 역할을 한다. 또 다른 특허에서는 ‘갤럭시 롤(Galaxy Roll)’이라는 이름의 스크롤러블폰이 소개되고 있다. 직사각형 본체에 말려들어가 있는 디스플레이를 잡아당기면 화면이 나타나는 새로운 형태의 플렉시블폰이다. 화면을 길게 빼내면 전체 면적이 60% 이상 늘어난다. 긴 화면은 웹페이지를 스크롤할 때나 게임, 동영상, 화상통화 등에서도 활용할 수 있다. 얼핏 보면 화면을 길게 잡아당겨 늘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측면에 디스플레이를 말아 넣는 슬라이더 시스템이 설계돼 있는 걸 확인할 수 있다.

    화면을 길게 늘이는 삼성전자 스크롤러블폰. [출처·삼성전자 특허 자료 ]

    화면을 길게 늘이는 삼성전자 스크롤러블폰. [출처·삼성전자 특허 자료 ]

    중국 오포, 샤오미도 롤러블폰 시장 진출 노려

    시제품 출시는 불투명하지만 중국 제조업체들은 콘셉트 디자인을 통해 롤러블폰의 가능성을 두드리고 있다. 중국 오포(OPPO)가 발 빠르게 공개한 ‘오포 × 2021’은 측면을 밀어내는 제스처로 6.7인치 화면을 7.4인치까지 확대할 수 있는 롤러블폰이다. 이때 2개의 모터가 달린 파워 트레인은 일정하게 작동하면서 디스플레이를 손상 없이 균일하게 펼친다. 

    오포는 화면이 세 단계로 접히는 트리플 폴더블폰의 콘셉트 디자인도 공개했다. 롤러블과 폴더블의 방식을 절충한 듯한 구조다. 이 휴대전화는 7인치에서 3.5인치, 1.5인치까지 단계별로 화면이 접히는데, 슬라이드 방식이 적용됐다. 크기별로 휴대성과 활용도를 달리할 수 있다. 

    샤오미 또한 롤러블폰을 개발하고 있다. ‘샤오미 알파 아르(Xiaomi Mi Alpha R)’는 지난해 특허를 낸 확장형 스마트폰의 고급 버전이다. 이 휴대전화는 특이하게도 양면 모두에 디스플레이가 장착돼 있다. 한 면은 일반 디스플레이가, 다른 한 면에는 롤러블 디스플레이가 장착돼 화면 크기를 2배까지 확장할 수 있다. 스마트폰 상단에 위치한 물리 버튼을 사용해 화면 잠금을 비활성화한 후 롤러블 디스플레이를 꺼내거나 말아 넣을 수 있다.

    양면을 모두 디스플레이로 활용하는 샤오미 롤러블폰. [출처 ‘Concept Creator’ 유튜브 캡처]

    양면을 모두 디스플레이로 활용하는 샤오미 롤러블폰. [출처 ‘Concept Creator’ 유튜브 캡처]

    롤러블폰에는 기술적 과제가 뒤따른다. 더욱 작고 가벼우며 활용도가 높게 만들려면 까다로운 제작 과정이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이다. 둘둘 말리는 얇은 디스플레이의 내구성은 여전히 우려스러운 부분이고, 화면 터치 시 불안정성이 나타날 수도 있다. 디스플레이를 안전하게 보호하는 장치도 난제다. 단단히 고정하지 못할 경우 화면이 구겨지거나 탈거(脫去)될 수 있다. 화면 크기와 비율이 달라지는 만큼 스마트폰 내부의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역시 유연하게 움직여야 한다. 배터리나 쿨링 시스템, 카메라 등이 효율적으로 재배치돼야 하며, 사용하던 애플리케이션(앱)이 연속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직관적인 구성이 필요하다.

    롤러블폰 이후는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연구팀이 구현한 홀로그램. [출처·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연구팀이 구현한 홀로그램. [출처·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폴더블폰이나 롤러블폰 기술은 이제 막 상용화를 시작하는 단계다. 아직까지 어느 한쪽 기술로만 모든 고민이 해결되지 않기 때문에 휴대전화 제조사들은 다양한 폼팩터를 동시에 연구하고 있다. 일상생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전반적인 사용자 경험과 에너지 효율, 내구성 등이 만족스럽다면 구부러지고 신축성 있는 스마트폰이 더 다양한 모습으로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와 LG전자, 애플은 이미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는 섬유처럼 잡아당기거나 누르면 화면이 늘어나는 기기를 말한다. 신축성 있는 소재를 디스플레이에 접목한 기술이다. 외부 힘이 가해지면 좌우, 위아래로 고무줄처럼 늘어나 변형되고, 외부 힘이 사라지면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 본래 모습을 되찾는 탄성을 지니고 있다.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가 스마트폰에 적용된다면 몸이나 피부에 바로 부착할 수 있는 웨어러블폰의 형태로 진화될 것이다. 

    기존의 2차원 디스플레이에서 벗어나 3차원 영상이 펼쳐지는 홀로그램 또한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이 이끄는 연구팀이 얇은 패널에서 시야각을 넓힌 3차원 홀로그램 기술을 발표했다. 이 연구팀은 과학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를 통해 “언젠가는 얇은 홀로그램 디스플레이를 활용해 가정 및 사무용 전자제품과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에서 3차원 영상을 구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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