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이드라인만 주고 세부 지침 없는 정부 대책에 임대사업자 혼란 가중
시청, 세무서 등 일선 공무원도 몰라 다른 관공서로 답변 떠넘겨
부동산업체 창문에 붙은 전월세 시세표. [뉴스1]
민특법 개정으로 정부가 출범 초기 등록을 권장한 4년 단기임대와 아파트 장기일반매입임대 유형은 폐지되고, 7월 10일 이전까지 등록된 이 유형의 기존 임대주택은 최소임대의무기간이 끝나면 자동으로 등록이 말소된다. 정부는 기존 임대주택의 경우 등록 말소 시점까지 세제 혜택을 유지하겠다고 했지만 최소임대의무기간이 지난 뒤 자동 말소되면 사업자는 거주 주택의 양도세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세법상 4년 단기임대는 5년, 장기임대는 8년 이상 임대 기간을 유지해야 거주 주택 양도세 비과세가 적용된다.
임대 개시일 기준 등 주요 고지사항 공지엔 소홀
그 후 임대사업자들이 촛불시위에 나설 정도로 거세게 반발하자 정부는 8월 7일 당초 주택임대사업자에게 보장한 세제 혜택 상당 부분을 복구한 보완 조치를 내놨다. 8쪽 분량의 보도자료를 요약하면 이렇다.‘4년 단기 임대주택과 아파트 장기일반매입임대주택에 대한 소득세·법인세·종합부동산세(이하 종부세) 등 세제 관련 혜택을 임대기간 동안 유지하고, 임대의무기간(4년 단기는 5년, 8년 장기는 8년 이상)이 경과하기 전 스스로 등록을 말소해도 그동안 감면받은 세금을 추징하지 않는다. 의무임대기간의 반 이상을 충족하고 자진 등록 말소해도 양도세가 중과되거나 법인세가 추징되지 않는다. 자진 혹은 자동 말소로 의무임대기간을 충족하지 않더라도 등록 말소 후 5년 내 사업자의 거주 주택을 양도하는 경우 거주 주택에 대한 1세대-1주택 비과세가 적용된다. 이미 1세대-1주택 비과세를 적용받고 거주 주택을 양도한 후 임대주택이 자진·자동 등록 말소되는 경우에도 양도세가 추징되지 않는다.’
이 같은 내용을 접한 임대사업자들은 “당초 약속한 세제 혜택을 보장하는 것은 선심이 아니라 당연한 일”이라며 “내용에 너무 간략한 가이드라인만 있어 지금 팔라는 건지, 더 갖고 있으라는 건지 이해가 안 된다”는 반응을 보였다. 임대사업자들이 정보를 공유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내용이 헷갈려 혼란스럽다”는 반응과 함께 온갖 궁금증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서울의 한 아파트촌. [뉴스1]
8·7 대책에서 언급된 ‘의무임대기간’의 임대 개시일을 두고도 의견이 분분했다. 임대 개시일이 임대사업자로 등록한 날인지, 사업자 등록증이 나온 후 처음 임대를 시작한 날인지, 주택을 취득한 후 처음 임대를 시작한 날인지, 처음 표준임대차계약서를 신고한 날인지 많은 이가 헷갈려 했다. 임대사업자들은 “궁금증을 해소하고자 시청과 세무서의 담당 공무원에게 문의했으나 ‘우리도 잘 모르겠다’며 국토교통부(국토부)나 기획재정부(기재부)에 답변을 떠넘기기 일쑤”라고 입을 모았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부동산대책이 20번 넘게 바뀌었지만 대부분 보도자료 형식으로 요약된 내용이 정부가 공개한 정보의 전부이다 보니 임대사업자들이 헷갈려 하는 게 당연하다”며 “정책 수요자인 임대사업자들이 충분히 숙지해 불이익을 당하는 일이 없도록 구체적인 설명과 사례를 곁들인 해설집 배포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번 8·7 대책도 8쪽짜리 보도자료만 나왔을 뿐 구체적인 해설서가 첨부되지 않아 일선 공무원도 혼란을 겪기는 마찬가지다. 한 세무서 직원은 “매일 전화통에 불이 나지만 제대로 응대하기 어렵다. 부동산대책이 계속 쏟아져 나와 숙지해야 할 법령과 내용이 한두 개가 아닌 데다, 주택임대 관련 업무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며 “점심식사를 포기해도 시간이 부족할 정도”라고 털어놓았다.
사업자를 위한 해설집 제작·배포 계획 없어
어렵사리 전화통화가 이뤄진 해당 부처 담당자들은 “주택임대에 대한 대책 마련과 회의가 반복되다 보니 쉴 새 없이 걸려오는 전화를 다 받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이들에게 전화를 걸어 답변을 들어보니 몇 가지는 알 수 있었다. 예를 들어 “법에서 인정하는 임대 개시일은 사업자 등록 후 처음 임대를 개시한 날이다. 만약 사업자 등록 취득 당시 세를 주고 있었고 이를 증빙할 수 있다면 사업자로 등록한 날을 임대 개시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임대료 5% 증액 제한 기준은 직전 임대료다. B씨처럼 임대료를 깎아주면 다음 계약 시 세입자가 바뀌더라도 깎아준 월세를 기준으로 5% 증액이 가능하다”였다.8월 4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한 태스크포스(TF) 회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