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251

..

법조계 안팎 “추미애, 수사 지휘 책임져라” 여론 비등

  • 이한경 기자 hklee9@donga.com 김유림 기자 mupmup@donga.com

    입력2020-08-06 18:29:39

  • 글자크기 설정 닫기
    • “장관이 수사 예단하고 지시” “차고 넘친다는 증거 어디 갔나” 비판

    • ‘공모’ 입증 못한 수사 결과에 “지시자가 책임져야” 여론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7월 27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했다. [동아DB]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7월 27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했다. [동아DB]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이라며 4개월 동안 진행한 검찰 수사에서 ‘유착’ 증거가 나오지 않자 검찰총장에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 대한 책임론이 비등하고 있다. 섣불리 이 사건을 검언유착으로 규정하고 한동훈 검사장을 좌천시키면서 ‘반쪽 수사’, 공정성 논란을 일으킨 만큼 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추 장관은 ‘신라젠 취재 의혹 사건’ 수사가 한창 진행 중인 6월 27일 “문제는 검언유착”이라며 한동훈 검사장과 이모 전 채널A 기자의 관계를 일찌감치 ‘공모’로 규정했다. 앞서 6월 25일에는 한 검사장에 대한 법무부 직접 감찰을 공표하고 직무 배제 조치까지 단행했다. 당시 이 조치를 두고 검찰 내부에선 “수사 결과도 안 나왔는데 너무 섣부른 결정”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 

    그럼에도 추 장관은 7월 초 윤석열 검찰총장까지 이 사건에서 손을 떼게 만들었다. 윤 총장이 전문 수사자문단 소집을 결정하자 이를 ‘한동훈 감싸기’로 본 것이다. 윤 총장은 애초 서울중앙지방검찰청(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무리하게 혐의를 적용하려 한다는 검찰 내부의 의견을 고려해 ‘전문가의 심의를 받아보자는 취지’로 전문 수사자문단 소집을 결정했다. 하지만 추 장관은 이를 용납하지 않고 7월 2일 윤 총장에 대해 수사지휘권을 발동해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형사1부)의 ‘독립 수사’를 밀어붙였다. 

    추 장관이 검언유착을 예단하고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사건에서 유착의 ‘허상’은 7월 18일 ‘KBS 왜곡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당시 KBS는 ‘KBS 뉴스 9’에서 “한동훈 검사장과 이 전 기자의 대화 녹취록에서 두 사람이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신라젠 주가 조작 연루 의혹을 제기하고자 공모했다는 정황이 담겨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실제 공개된 녹취록에는 그 같은 내용이 들어 있지 않았다. KBS는 다음 날인 7월 19일 “정확히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 단정적으로 표현됐다”며 사과했다.

    ‘공정성’ 잃은 수사지휘권

    결국 8월 5일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한 검사장과 이 전 기자의 공모관계를 입증하지 못한 채 ‘강요미수 혐의’만으로 이 전 기자를 구속 기소했다. 수사팀은 한 검사장을 ‘공범’으로 적시 않은 것에 대해 “한 검사장의 휴대전화에 대해 법원의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았으나, 본인이 비밀번호를 함구하는 등 비협조로 일관해 포렌식에 착수하지 못했다”며 “앞으로 추가 수사를 통해 한동훈의 본건 범행 공모 여부 등을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 검사장 측은 “이 사건을 검언유착이라고 부르는 걸 자제해달라”며 즉각 반격에 나섰다. 



    상황이 이같이 전개되자 검찰 안팎에서는 “추 장관이 직접 지휘, 감독하겠다고 밝힌 사건인 만큼 결과에 대한 책임도 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다. 무엇보다 ‘공정성’ 논란이 뜨겁다. 당초 추 장관은 수사지휘권 발동 근거로 수사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운운했으나 오히려 본인 스스로 공정성 시비에 휘말리게 된 셈이다. 

    법조계 한 인사는 “특정 사건에 대해 결론을 예측하고 자신이 원하는 결론이 있는 듯한 모습을 보인 것 자체가 공정하지 못하다. 현장 얘기를 듣지 않고 본인 스스로 방향을 설정해준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최근 진행되는 내용을 보면 ‘여권과 관영언론’이 유착해 오히려 검찰을 핍박하는 모양새다. 자신들이 만든 검언유착 실체가 이렇게 돌아가는 모습을 보니 한숨이 절로 나온다”고 탄식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추미애 장관, 옷 벗어야’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그는 “법무부 장관이 직권 남용을 하면 이렇게 끔찍한 일이 벌어진다”며 “추미애 장관은 이번 일에 책임을 지고 물러나셔야 한다, 아니면 대통령이 이번 일에 책임을 물어 해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분은 처음부터 사건을 ‘검언유착’으로 예단했다. ‘증거가 차고 넘친다’더니 ‘그 많은 증거는 어디로 간 것이냐’”는 질문과 함께 “장관이 허황된 음모론을 믿고 확증편향에 빠져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고 사건을 정리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 사건은 검찰개혁위 권고안의 허구성을 보여준다. 이 공작 정치는 장관-서울중앙지검장-수사팀으로 이어지는 라인을 통해 이루어졌다”면서 “문재인표 검찰개혁이 완성되면 앞으로 이런 일은 일상의 풍경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8월 5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 1층 출입구 앞.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수사팀은 이날 신라젠 취재 의혹 사건과 관련해 이모 전 채널A 기자 등을 기소했다. [뉴시스]

    8월 5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 1층 출입구 앞.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수사팀은 이날 신라젠 취재 의혹 사건과 관련해 이모 전 채널A 기자 등을 기소했다. [뉴시스]

    추 장관 책임론에 법무부 묵묵부답

    법조계에서는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부터가 잘못”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인천지방검찰청 부천지청장 출신인 이완규 변호사는 “수사지휘권은 검찰이 위법 행위를 할 때 발동하는 것이지, 수사의 타당성 여부를 놓고 발동하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추 장관의 이번 지시는 편파적이었고, 결과적으로 한 검사장에게 부당한 수사가 진행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런 경우 일반 검사라면 징계를 받는다. 장관은 임명직으로 징계가 없으니 물러남으로써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출신 권경애 변호사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추 장관의 책임론을 제기했다. 권 변호사는 “이제 어떻게 되는 것인가. 추 장관은 법무부 장관의 지휘권을 함부로 사용해 지휘 서신을 남발하고, 검찰총장의 의견을 들었을 것 같지 않은 한 검사장의 문책성 보직 변경 등의 검찰청법 위반 및 직권남용 등의 책임을 지고 사임하는 것인가”라고 썼다. 

    검찰 내부에서는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을 위법으로 보는 시각도 많다. 검찰청법 제12조에 명시된 ‘검찰총장의 검찰청 공무원 지휘․감독권’을 박탈했다는 주장이다. 한 부장검사는 “결과적으로 윤석열 총장이 추 장관의 지시를 수용하긴 했으나 헌법, 국가공무원법 등의 해석상 상급자의 위법․부당한 지시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서울중앙지검의 중간 수사 결과를 두고 법무부는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수사팀도 “기소된 (기자) 2명을 제외한 나머지 관련자 및 고발 사건 등은 계속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울시장이나 대권 염두에 둔 ‘자기 정치’

    올해 초 취임한 추 장관은 이번 사건 외에도 검찰개혁을 둘러싸고 윤 총장과 대립하는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검찰총장이 내 명을 거역했다”(1월 9일 검찰 인사 직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회의), “검찰총장이 내 지시를 잘라먹었다” “장관 지휘를 겸허히 받아들이면 좋게 지나갈 일을 (윤 총장이) 새삼 지휘랍시고 일을 더 꼬이게 만들었다” “역대 검찰총장 중 이렇게 말 안 듣는 총장과 일해본 장관이 없다”(6월 25일 더불어민주당 초선의원 간담회) 등 거친 언행을 쏟아냈다. 

    7월 27일 법사위 회의에서는 야당 의원에게 “소설 쓰시네”라고 반응한 것이 문제가 돼 여야 간 고성 다툼과 법사위 파행으로도 번졌다. 추 장관의 막말은 미래통합당 윤한홍 의원이 고기영 법무부 차관에게 “서울동부지방검찰청 지검장 시절 추 장관 아들 미복귀 의혹 수사를 봐주고 차관이 된 게 아니냐”는 취지로 물은 대목에서 나왔다. 

    추 장관의 거친 언사에 대해서는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도 “언행이 부적절하다”고 비판한 바 있다. 조 의원은 6월 28일 페이스북에 ‘추미애 장관님께’라는 제목으로 “최근 추 장관의 윤 총장에 대한 일련의 언행은 제가 30년 가까이 법조 부근에 머무르면서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낯선 광경으로, 당혹스럽기까지 해 말문을 잃을 정도”라고 지적했다. 

    정치 평론가들은 5선 국회의원, 더불어민주당 대표 출신인 추 장관의 이해하기 힘든 행보와 관련해 ‘자기 정치’를 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는 “서울시장이나 대권 도전을 염두에 둔, 혹은 친문(친문재인) 지지를 얻기 위한 자기 정치”라고 정의했다. 김 교수는 “추 장관은 과거 열린우리당과 거리를 두고 2004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 탄핵에도 찬성한 치명적 약점을 갖고 있다”면서 “그 결과가 지금의 광폭 행보로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한 “추 장관이 법무부 장관이 된 이후 추구한 가치가 무엇인지, 추구한 정치가 무엇인지를 봤을 때 탐욕의 정치, 욕망의 정치를 했지 결코 대의의 정치는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이종훈 시사평론가 또한 “정치적 존재감을 높이려는 시도”라고 평했다. “(추 장관의 언행이) 객관적으로 여당에 부담이 되기도 하지만 본인이나 측근 생각은 다른 것 같다”면서 “욕을 먹더라도 존재를 알리는 데 필요하다고 판단한 듯하다”고 말했다. 또한 “핵심 친문의 코드에 맞추려는 의도도 있다”며 “향후 서울시장에 도전하든, 대권에 도전하든 당내 경선을 통과해야 하는데 이는 그 자신을 위한 행보”라고 분석했다. 유창선 시사평론가는 “추 장관의 거친 행보에는 개인뿐 아니라 집권 체제의 의지가 들어 있다고 본다. 아무도 말리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 그렇게 보는 이유”라고 분석했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