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베르제 홈페이지, shutterstock]
조지 클루니 “그럼 뭘 훔치면 되죠?”
뱅상 카셀 “그 유명한 ‘파베르제 코로네이션 달걀’.”
영화 ‘오션스 트웰브’에서 조지 클루니(대니 오션 역) 일당이 박물관에 전시된 파베르제의 달걀을 손에 넣고자 치밀한 계획을 세우는 장면. [영화 ‘오션스 트웰브’ 화면 캡처]
조지 클루니 “달걀은 어디 있죠?”
뱅상 카셀 “달걀은 오늘 아침 파리를 떠나 로마로 가는 중이고, 보통 한두 개의 복제품과 함께 삼엄한 경비가 붙죠. 가끔은 아무도 모르게 복제품을 전시하기도 하고. 달걀이 월요일부터 전시되기 시작하면 당신에겐 48시간 동안 훔칠 기회가 있소.”
유럽 장식미술의 최고 거장
영화 ‘오션스 트웰브’에서 박물관에 전시된 파베르제의 달걀을 둘러보는 캐서린 제타존스(이사벨 라히리 역). [영화 ‘오션스 트웰브’ 화면 캡처]
피터 칼 파베르제의 생전 모습. [파베르제 공식 홈페이지]
그는 금·은·비취·청금석·공작석 등 다양하고 다채로운 색상의 보석을 주로 다뤘다. 전통적인 디자인을 거부하고 파격적이면서도 환상적인 작품들을 만드는 데 전념했는데 그의 작품 가운데서도 특히 유명한 것이 부활절 달걀이다. 알 공예는 이전부터 유럽에서 발달해왔는데, 파베르제의 손을 거치면서 절정을 이뤘다.
파베르제 달걀이 매력적인 것은 단순한 달걀 모양에 그치지 않고 그 내부에 시계 또는 기계식으로 움직이는 장식품을 넣거나 외관에 스토리를 담은 장식을 가미했다는 데 있다. 큰 알이 작은 알을 품고 또 작은 알이 다른 장식품을 품는 디자인을 통해 정교하고 아름다운 장식미술의 극치를 보여줬다. 또 다른 세상을 품은 달걀을 만들어내면서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간 것이다.
파베르제가 만든 첫 번째 ‘암탉 달걀’(왼쪽)과. 진주 달걀. [파베르제 홈페이지]
러시아 로마노프 왕조는 1917년 러시아혁명이 일어나기 전까지 매년 파베르제의 부활절 달걀을 선물하는 전통을 이어갔다. 파베르제의 달걀은 그렇게 총 50개가 탄생했다. 달걀 제작이 중단된 건 1917년 10월 러시아혁명 때문이었다. 더욱이 3년 뒤인 1920년에는 파베르제가 망명지인 스위스에서 사망했다. 이제 파베르제가 직접 ‘파베르제의 달걀’을 만드는 건 불가능해졌다.
행방 묘연한 7개의 달걀
19세기 러시아 차르 황실의 보물인 파베르제의 달걀들.왼쪽부터 임페리얼 코로네이션 달걀, 계곡의 백합 달걀, 세인트 조지 달걀. 르네상스 달걀.[파베르제 홈페이지]
파베르제가 만든 달걀 50개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 정답은 ‘정확히 모른다’이다. 전 세계로 뿔뿔이 흩어진 상태이기 때문이다. 1917년 러시아혁명으로 차르 황실을 무너뜨린 공산정권은 돈이 필요해지자 왕조가 가지고 있던 파베르제의 달걀을 공개 매각했다. 그럼에도 현재 50개 가운데 10개는 러시아 크렘린궁에 남아 있다. 그 외에는 영국 엘리자베스 2세가 3개를 소유하고 있고, 미국 출판 재벌인 포브스 가문도 한때 9개를 갖고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도 9개를 갖고 있는지는 불투명하다.
미국 뉴욕 미술품 경매업체 소더비는 2004년 2월 “포브스 가문이 최근 경영이 어려워지자 소유하고 있던 ‘파베르제의 달걀’을 경매에 부칠 예정이었지만 개인 거래를 통해 러시아 유명 기업인이자 영국과 러시아 합작 석유업체 TNK-BP의 부회장인 빅토르 벡셀베르크에게 매각했다”고 밝힌 적이 있다. 이런 식으로 달걀의 주인이 바뀌었기 때문에 총 50개의 달걀 가운데 7개는 아예 소재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 존재가 확인된 것은 총 43개다. 파베르제의 달걀의 경매 낙찰가는 평균 250억 원에 달해 낙찰될 때마다 탄성을 자아내고 있다.
파베르제 임페리얼과 파베르제 로코코, 헤리티지, 사랑의 세 가지 컬러 컬렉션(왼쪽부터). [파베르제 홈페이지]
명품 브랜드와 협업 통해 존재감 부각
지난해 롤스로이스와 협업으로 탄생한 ‘환희의 여신, 파베르제의 달걀’. [파베르제 홈페이지]
달걀은 스탠드를 포함해 길이가 160mm이고 무게는 약 400g이었다. 스탠드는 백금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보라색 에나멜을 이용해 칠했고, 로즈골드가 달걀 모양을 형성했다. 내부는 18캐럿 다이아몬드와 390캐럿 천연 자수정이 가득 메우고 있다. 스탠드에 있는 버튼을 누르면 달걀 모양이 펼쳐지면서 롤스로이스의 상징인 크리스털 소재의 환희의 여신이 모습을 드러낸다.
이 프로젝트를 위해 롤스로이스 디자이너 2명과 파베르제 디자이너 3명이 머리를 맞대고 2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작품을 만들어냈다고 한다. 토르스텐 뮐러외트뵈슈 롤스로이스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환희의 여신, 파베르제의 달걀’은 비스포크(bespoke·본래는 맞춤 정장을 뜻했으나 영역이 넓어져 고객의 개별 취향을 반영해 제작하는 물건이라는 의미로 쓰임) 영역을 확장하고자 하는 욕망에서 비롯됐다. 독특하고 진귀한 수집품을 찾는 고객들의 요구에 부응한 이번 작품은 가장 매력적인 소장품이 되리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오션스 트웰브’에서 조지 클루니 일당은 박물관에 전시된 달걀을 손에 넣고자 치밀한 계획을 세운다. 그들이 손에 넣은 것은 줄잡아 250억 원짜리이니 가히 ‘세계에서 가장 비싼 달걀’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