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제공 · ㈜그린나래미디어]
제목 ‘가버나움’은 예수의 기적이 행해진 것으로 알려진 이스라엘 어느 도시로, 회개하지 않는 사람들 때문에 곧 멸망하리란 예언을 들었고 6세기 퇴락했다. 지금은 ‘혼돈과 기적’을 뜻하는 단어로 쓰인다.
영화 ‘가버나움’의 공간인 베이루트 빈민촌은 지옥도인 동시에 기적이 행해지는 공간이다. 과거 전쟁을 치른 우리에게도 쓰레기 더미에서 장미가 피어나는 기적이 온 것처럼, 12세 소년 자인과 그의 친구들에게도 축복이 있길 간절히 바라며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이야기를 따라가게 된다.
레바논을 대표하는 여배우이자 감독인 나딘 라바키는 난민 문제와 경제위기로 고통받는 베이루트에서 4년간 거리의 아이들을 취재한 경험을 바탕으로 영화를 만들었다. 주인공 자인은 사람을 칼로 찔러 수감된 처지임에도 자신의 부모를 고소하겠다고 선언한다. 법정에 서서 이 끔찍한 세상에 태어나게 한 부모의 잘못을 고발하는 현재 시점에서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이 펼쳐진다.
불법체류자 신세라 신분증은커녕 출생증명서도 없는 가정. 올망졸망한 아이들은 알아서 자란다. 학교는 꿈도 꾸지 못하는 와중에 길거리에서 주스를 만들어 팔거나 자신보다 더 큰 물건을 배달하고, 때로는 마약 제조에 힘을 보태기도 한다. 그런 아이들은 자신을 돈벌이 수단으로 생각하는 비정한 어른들에 둘러싸여 고된 노동과 가난이 일상화된 와중에도 함께 부비고 논다. 하지만 자인의 여동생 사하르가 초경을 치른 후 슈퍼마켓 주인에게 팔려가듯 결혼하자 자인은 더는 부모를 믿을 수 없다. 집을 떠난 소년은 우연히 아프리카인 불법체류자 라힐을 만나고 그녀의 아기 요나스와 형제처럼 생활하게 된다.
복잡하고 지저분한 빈민촌을 구석구석 보여주는 카메라 때문에 영화는 자칫 ‘빈곤 포르노’라는 혐의를 받을지도 모르겠다. 가난한 나라의 빈곤함을 선정적으로 담아내 상업성을 노리는 비윤리적 영화의 연장선일지, 혹은 가공되지 않은 리얼리티를 통해 비참주의(miserablism) 미학을 구현하는 작품일지, 그것은 영화가 관객에게 전달하는 진정성의 깊이로 판가름 날 것이다.
‘가버나움’은 지난해 칸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을 수상했다. 실제 난민으로 첫 연기에 도전한 주연배우 자인 알 라피아는 공식 기자회견장에서 잠들어버리는 천진한 모습으로 칸의 마스코트가 됐다. 출생증명서가 없는 이 소년은 영화 출연 이후 인생 역전을 경험하며 더 큰 감동을 전한다. 레바논 영화가 세계 영화시장에 존재감을 알린 작품이며, 영화가 변화시키는 삶의 한 사례다. 소년의 삶뿐 아니라 관객인 나의 삶도. 그곳에서도 부디 장미꽃이 피어나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